‘큰 손’ 실력행사… 재계 긴장

동아일보

입력 2014-03-07 03:00 수정 2014-03-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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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만도 대표이사 연임 반대”… ‘의결권 강화’ 주총시즌 핫이슈로

만도 2대 주주(13.41%)인 국민연금공단이 부실 계열사 부당 지원의 책임을 묻겠다며 신사현 만도 대표이사 부회장의 연임에 반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횡령, 배임 등에 관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대표 선임을 반대하는 것은 처음이다. 재계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에 대해 “정상적인 기업 활동까지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6일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열고 7일 만도 주주총회에 상정된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전문위원회는 “만도가 100% 자회사인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부실 모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만도의 장기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훼손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만도는 지난해 4월 비상장 자회사인 마이스터(현 한라마이스터)가 물류 인프라 강화와 신사업 전개를 위해 실시한 3786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전문위원회는 “마이스터는 공시 내용과 달리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만도의 모회사인 한라건설의 유상증자(3385억 원)에 참여하는 데 썼다”며 “마이스터는 상법상 상호 주식 의결권 행사 금지 규정을 피하기 위해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법적 형태를 변경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만도 관계자는 “최대 주주 지분이 25%가 넘는 데다 다른 기관투자가들 중에서도 찬성 의사를 밝힌 곳이 상당수 있어 안건 통과에는 문제가 없다”며 “국민연금 등의 요구로 지난해 6월 사외이사 1명을 추가 선임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법률상 결격 사유가 있는 자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한 의무 수행이 어려운 자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 등에 대해 이사 선임을 반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지막 조항은 객관적 판단이 어려워 지금까지 주로 횡령, 배임 등 명백한 범죄 사실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해 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CJ와 롯데케미칼 주총에서 각각 이재현, 신동빈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겸임 과다’를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같은 시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증권,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이사 선임 안건도 같은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현 회장은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초청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나 “요즘 (국민연금은) 다 반대하는 것 같던데요?”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달 중 열릴 다른 기업 주총에서 만도 같은 사례가 또 나오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는 253개에 이른다. 이 중 42곳은 지분이 10%가 넘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경영권 간섭을 하기 시작하면 기업이 모험적인 투자나 창조적인 경영을 할 수 없다”며 “경영상 판단에 따른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도 국민연금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박진우·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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