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한 대 값 경주용 ‘카트’…체감속도 250km/h의 매력
동아경제
입력 2013-10-28 09:00 수정 2013-10-28 09:00
“윙윙윙~.” 지난 19일 오후 이탈리아 중북부에 위치한 로나토 국제 카트 경기장. 날카롭고 긴 엔진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매웠다. ‘2013 ROK 컵 국제 카트 대회’의 결승을 앞두고 각 카트들이 연신 가속페달을 손으로 작동하며 마지막 점검에 나선 것. 0.1초를 다투는 모터스포츠 특성상 완벽한 차량 세팅은 승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때문에 경기가 결선으로 향할수록 엔지니어와 정비사들은 신경이 온통 카트의 엔진소리와 그 미세한 떨림에 집중된다.
경주용 카트는 F1머신처럼 주어진 환경에서 최고의 속도를 내는 기계다. 카트의 구성요소는 크게 엔진과 차체 두 가지로 나뉜다. 업계에 따르면 최상급 카트는 웬만한 소형차 한대 값인 1300만 원선. 엔진은 제조사에 따라 다르지만 200만~450만 원, 바디는 400만~700만 원이다.
경주용 카트는 스쿠터와 비슷한 125cc 배기량이지만 출력에서는 월등한 차이를 나타낸다. 스쿠터가 보통 최고출력 11마력인데 반해 카트는 최대 35마력까지 낸다. 차체는 약 50~90kg으로 가벼운 덕에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5초 이내에 도달한다. 최고속도는 엔진 세팅에 따라 120km/h~150km/h를 낼 수 있다. 그렇지만 체감속도는 일반차량의 250km/h 이상이다.
일반적으로 국제자동차연맹(FIA) 기준을 충족하는 카트대회에는 연령 및 자격을 따져 △미니(8~12세) △주니어(13~15세) △시니어(15~17세) △시프트(기어변속·17세 이상) 등 4등급으로 나뉜다. 대회는 단일 엔진을 사용하는 원메이크 레이스로 펼쳐진다. 차량의 성능이 아니라 선수의 주행 능력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자동차 경주 중 공정한 경기로 평가 받는다.
미니 부문에 쓰이는 카트는 배기량 60cc에 8마력짜리 엔진을 장착해야하고, 주니어는 125cc, 19마력을 쓴다. 또한 시니어 부문은 125cc에 29마력, 일반은 125cc에 35마력을 넘어선 안 된다.
카트는 국내에서 생소하지만 해외에선 대중적인 모터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 이탈리아 국제대회에 50개국 300개 팀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들 대부분은 카트를 통해 세계적인 드라이버로 성장할 꿈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카트 대회는 F1 드라이버가 되기 위한 등용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F1 선수들의 다수는 유년시절부터 카트를 시작했다. ‘F1의 전설’ 미하엘 슈마허(독일)를 비롯해 세바스찬 베텔(독일),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 루이스 해밀턴(영국) 등이 카트스쿨을 통해 성장한 대표적인 선수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카트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공인카트 경기장 51개소와 연습할 수 있는 카트장이 500개가 넘는다. 카트 인구는 6만 명에 이른다. 카트 강국으로 꼽히는 이탈리아는 25만 명이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공인된 카트 경기장이 없고 그나마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곳은 영암과 파주 카트 경기장 단 두 곳이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안찬수(17)와 지명호(14)는 이번 국제 대회에 출전해 가능성을 실험하기도 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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