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근 사장 “개성공단 주인은 투자기업… 폐쇄는 결코 안돼”

동아일보

입력 2013-04-05 03:00:00 수정 2013-04-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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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입주기업 에스제이테크

‘개성공단 1호 기업’인 에스제이테크의 유창근 사장이 개성공단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그는 “2004년 개발 당시 주위에서 ‘호텔을 짓느냐’고 할 정도로 북한 근로자의 작업환경을 세심하게 고려했다”며 “최근 갈등 상황이 개성공단의 도약을 위한 마지막 진통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004년 6월 30일, 개성공단 시범단지 토지 준공식이 끝난 뒤 만찬이 열렸다. 그런데 북측 당국자들은 “남쪽 인사들은 만날 행사만 요란하게 하고 공단 개발에는 뜻이 없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2000년 현대아산과 북한이 개성공단을 조성하기로 한 뒤 북측은 개성공단 용지를 “남쪽에 내준 땅”이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많은 기대를 했지만 일정이 미뤄지자 속이 탔던 것이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사장(56)은 이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했다. 개성공단 사업에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에스제이테크는 이틀 뒤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입주하기로 한 15개 기업 중 가장 먼저 착공해 그해 12월 1일 ‘개성공단 1호 기업’으로 등록했다. 유 사장은 “하루라도 빨리 진행하려고 견적도 뽑지 않고 김윤규 당시 현대아산 부회장에게 공장을 맡겼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부품소재기업인 에스제이테크는 2004년 1기 53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40여 명의 북한 근로자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쳤다. 유 사장은 “현재 우리가 고용하고 있는 북한 연구원만 100여 명”이라며 “북측 인사들은 ‘우리가 할 일을 남한이 해주니 미안하고 고맙다’고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시작한 2004년 50달러(당시 약 4만5000원)이던 북한 근로자의 월급은 현재 140달러(약 15만7000원)로 높아졌다. 복지비까지 합치면 220달러 정도다.

유 사장은 개성공단 사업을 시작한 지 9년이 지난 지금 가장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과 2009년에도 북한은 대북 전단지 또는 키리졸브(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개성공단 통행을 일시 차단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더 나쁘다는 판단이다.

유 사장은 “2009년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을 수입하던 유럽 기업이 ‘안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거래를 중단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제품 생산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며 “어제(3일) 들어갔어야 할 원자재가 반입되지 않아 곧 동나게 생겼다”고 말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카드까지 꺼낸 이유로 그는 국내 전문가들이 개성공단을 ‘9000만 달러 달러박스’에 비유한 것을 지목했다. “2009년에도 북한 당국에서 근로자 임금을 300달러까지 올려달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140달러를 주면서 개성공단을 ‘달러박스’라고 부르니 자존심이 상한 거죠.” 그는 이번 사태가 누그러지면 북한이 이를 빌미로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 달라고 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유 사장은 일각에서 개성공단 폐쇄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결코 그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에 따르면 투자기업들은 50년간 토지 사용권, 건물은 영구적인 소유권을 갖는다”며 “전 재산을 투자한 주인이 떠나지 않겠다는데 폐쇄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아직도 개성공단에는 1만5000∼2만 명의 추가 고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개성 인구 17만 명 중 5만3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노동 가능한 인력은 거의 다 이곳에서 흡수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한 내 고용 창출을 위해서도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반드시 유지돼야 합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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