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 블랙컨슈머에 1500만원 벌금
동아일보
입력 2013-01-08 03:00 수정 2013-01-08 03:00
고의 훼손시킨 친구 스마트폰… 제것인양 인터넷에 ‘폭발’글
법원, 20대 회사원에 철퇴
2011년 11월 회사원 김모 씨(28)는 “국산 스마트폰 전원부 폭발 관련! 이젠 참을 수가 없네요”라는 제목으로 LG전자 제품인 자신의 스마트폰이 갑자기 폭발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던 도중 스마트폰 배터리가 폭발했다며 “만약 그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거나 귀에 대고 있었다면,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썼다. 김 씨가 4차례에 걸쳐 남긴 글이 인터넷상에 퍼지면서 해당 스마트폰은 제품명에 빗대 ‘폭파마’ ‘폭티머스’이라고 불리며 이미지가 실추됐다. 김 씨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전자 본사 앞으로 찾아가 같은 내용의 전단지를 배포했다.
그러나 논란이 된 스마트폰은 김 씨의 동호회 친구 박모 씨(29) 소유였다. 박 씨의 스마트폰이 폭발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김 씨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나한테 맡겨라” 하고 나선 것. 그러고는 마치 자신의 스마트폰이 폭발했고 이를 직접 목격한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 이야기했다. LG 측은 김 씨의 신고를 받고 바로 문제의 스마트폰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자체 결함이 아니라 누군가 고의로 전압을 가해 연소시킨 것이란 결론을 내리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주채광 판사는 3일 김 씨에게 명예훼손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처럼 실제 제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고의로 기업과 제품에 대해 악의적인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가 기승을 부리며 이로 인한 피해도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육군 대령 출신 이모 씨(57)가 2010∼2012년 휴대전화 대리점과 통신사 등을 상대로 206차례의 공갈, 협박으로 2억4000만여 원을 뜯어내 경찰에 구속됐다.
충남 서천에서 전국 소규모 영세 식품업체만 골라 이물질을 핑계로 협박해 2010년 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총 937차례에 걸쳐 1억여 원을 갈취한 임모 씨(42)가 지난해 4월 상습 공갈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증권사가 추천종목을 잘못 작성해 손실을 봤다거나 사은품을 요구하며 금융감독원에 불친절 민원을 넣겠다고 횡포를 부리는 금융계 블랙컨슈머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기업 이미지 훼손 등을 우려한 업체들이 경찰 신고나 소송을 하기보다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오히려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악성 소문이 빠르게 퍼져 기업이 법적 대응으로 사실관계를 밝히더라도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도 블랙컨슈머가 극성을 부리는 이유다.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는 “블랙컨슈머를 규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법령과 함께 기업이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블랙컨슈머 ::
기업을 상대로 구매한 상품에 대해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 제품에 하자가 있다고 위협해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거나 이유 없이 악성 비방을 퍼뜨려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위를 하는 소비자까지 포괄하는 개념.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법원, 20대 회사원에 철퇴
2011년 11월 회사원 김모 씨(28)는 “국산 스마트폰 전원부 폭발 관련! 이젠 참을 수가 없네요”라는 제목으로 LG전자 제품인 자신의 스마트폰이 갑자기 폭발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던 도중 스마트폰 배터리가 폭발했다며 “만약 그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거나 귀에 대고 있었다면,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썼다. 김 씨가 4차례에 걸쳐 남긴 글이 인터넷상에 퍼지면서 해당 스마트폰은 제품명에 빗대 ‘폭파마’ ‘폭티머스’이라고 불리며 이미지가 실추됐다. 김 씨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전자 본사 앞으로 찾아가 같은 내용의 전단지를 배포했다.
그러나 논란이 된 스마트폰은 김 씨의 동호회 친구 박모 씨(29) 소유였다. 박 씨의 스마트폰이 폭발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김 씨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나한테 맡겨라” 하고 나선 것. 그러고는 마치 자신의 스마트폰이 폭발했고 이를 직접 목격한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 이야기했다. LG 측은 김 씨의 신고를 받고 바로 문제의 스마트폰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자체 결함이 아니라 누군가 고의로 전압을 가해 연소시킨 것이란 결론을 내리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주채광 판사는 3일 김 씨에게 명예훼손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처럼 실제 제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고의로 기업과 제품에 대해 악의적인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가 기승을 부리며 이로 인한 피해도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육군 대령 출신 이모 씨(57)가 2010∼2012년 휴대전화 대리점과 통신사 등을 상대로 206차례의 공갈, 협박으로 2억4000만여 원을 뜯어내 경찰에 구속됐다.
충남 서천에서 전국 소규모 영세 식품업체만 골라 이물질을 핑계로 협박해 2010년 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총 937차례에 걸쳐 1억여 원을 갈취한 임모 씨(42)가 지난해 4월 상습 공갈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증권사가 추천종목을 잘못 작성해 손실을 봤다거나 사은품을 요구하며 금융감독원에 불친절 민원을 넣겠다고 횡포를 부리는 금융계 블랙컨슈머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기업 이미지 훼손 등을 우려한 업체들이 경찰 신고나 소송을 하기보다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오히려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악성 소문이 빠르게 퍼져 기업이 법적 대응으로 사실관계를 밝히더라도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도 블랙컨슈머가 극성을 부리는 이유다.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는 “블랙컨슈머를 규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법령과 함께 기업이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블랙컨슈머 ::
기업을 상대로 구매한 상품에 대해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 제품에 하자가 있다고 위협해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거나 이유 없이 악성 비방을 퍼뜨려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위를 하는 소비자까지 포괄하는 개념.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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