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車, 2초만에…” EDR자료 입수 첫공개

동아일보

입력 2012-08-25 03:00 수정 2012-08-2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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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기록장치 EDR자료 단독 입수… 국내 첫 공개

국내 최초로 공개된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의 사고기록(EDR기록). 충돌 5초 전부터 자동차의 상황을 알 수 있다. 이 차의 경우 충돌 2초 전부터 속도가 증가해 충돌 시 시속 36km였다.
급발진 여부를 판별할 주요 증거인 사고기록장치(EDR) 자료가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EDR 자료가 공개됨에 따라 다른 급발진 의심 사고 당사자들의 공개 요구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채널A와 동아일보는 3월 2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를 낸 기아자동차 스포티지 차량의 EDR 자료를 운전자 이조엽 씨(37)로부터 25일 단독 입수했다. 이 씨는 이 자료를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받았다.

당시 사고는 이 씨가 차량을 주차하려는 순간 튀어나가며 앞 건물에 부딪치면서 일어났다. 이 사고는 임신 8개월째인 아내가 옆자리에 동승한 상태에서 발생해 인터넷에서는 ‘스포티지 임산부 급발진’이란 제목으로 화제가 됐다. 이 씨는 처음부터 “브레이크를 밟았다”며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공개된 EDR 기록에 따르면 브레이크는 충돌 5초 전부터 충돌 때까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운전자 이 씨의 주장과는 다르다. 속도는 충돌 2초 전까지 시속 4∼6km를 유지하던 것이 2초 만에 36km까지 상승했다.

분당 엔진 회전수(RPM) 역시 충돌 3초 전까지 800이었지만 3초 만에 4000까지 증가했고, 가속페달을 얼마나 밟았는지를 알 수 있는 스로틀 밸브의 열림 정도는 처음에 0∼4%에서 충돌 1초 전 96%까지 치솟았다. 충돌 순간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끝까지 다 밟은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기록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DR 기록을 토대로 분석한 제로백(정지 상태의 자동차가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사고 차량과 동일한 차종인 스포티지 터보GDI 2.0의 공식 제로백은 7.1초. 국토해양부 산하 급발진 합동조사반 소속 조사위원이 사고 차량의 EDR 기록을 바탕으로 제로백을 추정한 결과 약 4.7초였다. 약 1억 원짜리 스포츠카인 포르셰 박스터의 제로백은 5.5초, 4억 원에 이르는 페라리550은 4.4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속도가 증가하는 양상이 정상적인 차라고 보기 힘들다”며 “정상 차량의 제로백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 국내 1호 명장(名匠)인 박병일 씨도 “짧은 시간 동안 RPM이 너무 급속하게 증가했고 충돌 이후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는데도 RPM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EDR 기록만으로도 충분히 급발진 상황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자료는 급발진 민관합동조사반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공개됐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EDR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는 관련 법이 없기 때문. 미국의 경우 다음 달부터 차량 소유자가 원할 경우 EDR 기록을 공개하는 것이 의무화돼 현대·기아차가 수출하는 차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은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국내에서도 EDR 관련 법안 마련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DR 공개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채널A ‘잠금해제2020’(26일 오후 8시 40분)에서 방영한다.

[채널A 영상] “엔진소리로 급발진 여부 판단 가능”


:: EDR(Event Data Recorder) ::

자동차의 에어백과 연동해 장착된 기록 장치. 충돌 5초 전부터 충돌 때까지 △브레이크 작동 여부 △속도 △엔진회전수(RPM) △공기흡입장치(스로틀 밸브)의 열림 정도 등이 담겨 있다.

김기용 채널A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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