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金 뒤엔…쏟아부은 돈이 자그마치 300억!

동아일보

입력 2012-08-06 03:00 수정 2012-08-0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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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들 ‘아낌 없는 지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올림픽 선수촌을 찾아 여자 배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오른쪽)이 여자 양궁 경기장을 찾아 기뻐하는 모습. 대한탁구협회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선수들과 탁구를 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용인시청 핸드볼팀을 인수해 올 2월 새로 팀을 창단했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동아일보DB
“결승이 열리는 12일까지 머물다 돌아오겠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림픽에 참가한 핸드볼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5일 영국 런던으로 떠났다. 최 회장은 스웨덴과의 여자 핸드볼 예선전 경기부터 대표팀의 남은 경기를 모두 응원하고 돌아올 계획이다. 결승전까지 지켜보겠다는 것은 한국 대표팀의 선전(善戰)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은 한국에 머물면서도 대표팀 경기를 모두 TV 중계로 관전하고 현지에 전화를 걸어 격려했다”며 “저녁식사 메뉴를 직접 챙길 정도로 대표팀 지원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대표팀이 양궁과 펜싱 등 비인기 종목에서 예상치 못한 금메달을 따는 등 연일 낭보를 전하면서 이들 종목을 음지에서 꾸준히 지원해 온 대기업의 역할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국내 주요 그룹은 육상 사격 양궁 레슬링 등 평소에는 빛을 보지 못하는 비인기 종목에 매년 수십억 원을 지원하며 스포츠 강국의 밑거름을 만들어 왔다.


○ 비인기 종목 꾸준히 키운 기업들

이번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 중 3개를 획득하는 쾌거를 이룬 양궁 대표팀의 뒤에는 27년간 대를 이어 양궁을 후원해 온 현대자동차그룹의 ‘통 큰’ 지원이 있었다. 1985년에서 1997년까지 대한양궁협회장을 네 차례 연임한 정몽구 회장에 이어 2005년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협회를 이끌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양궁에 쏟아 부은 돈은 지금까지 약 300억 원에 이른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는 등 총 6개의 메달을 따낸 펜싱 선수단의 뒤에는 SK텔레콤이 있었다. SK텔레콤은 2003년부터 대한펜싱협회에 매년 4억∼6억 원을 지원했으며, 손길승 명예회장이 협회장을 맡은 2009년부터는 후원금을 12억 원으로 늘렸다.

삼성그룹은 육상 레슬링 빙상 등 3개 종목의 회장(명예회장 포함)을 맡으며 선수단을 지원하고 있다. 또 육상 탁구 레슬링 배드민턴 태권도 테니스 럭비 등 여러 종목의 선수단을 운영하며 비인기 종목을 후원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삼성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현지를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했다.

이 밖에 한화그룹은 사격과 승마에 매년 10억∼11억 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회장배 사격 대회를 개최하는 등 사격 대중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포스코는 체조협회를 후원하고, 체조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 기업과 스포츠 만나 경쟁력 1위

기업과 스포츠의 만남은 선수들이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올림픽에선 ‘경제력이 강한 국가가 메달을 많이 딴다’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로 기업과 스포츠의 거리는 좁혀졌다. 기업은 경기력 향상과 체육 행정의 세계화에 직접 개입하기도 한다.

2008년 탁구협회장을 맡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매년 10억 원을 지원하며 탁구인들의 숙원사업을 풀어줬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몇 차례 무산됐던 전임 감독제 도입은 지난해 조 회장이 “예산은 걱정 말고 실행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조 회장의 후원으로 작년 5월 탁구 전용 훈련장이 생겼고, 세계 랭킹 20위 안에 드는 선수들은 국제대회에 나갈 때 비행기의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이용한다.

현대차그룹은 선수들의 현지 적응을 위해 7월 초 강원 원주시의 한 군부대에 런던 올림픽 공식 양궁장인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실전훈련을 하도록 지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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