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없는 피서” 수저-텀블러에 그릇까지 챙겨 출발∼

김민 기자 , 임희윤 기자

입력 2019-07-22 03:00:00 수정 2019-07-22 09: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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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까talk]휴가철 ‘제로웨이스트 투어’ 확산

푸른 바다와 눈부신 태양이 기다리는 곳, 강원 강릉시로 향하는 KTX 열차 안 모습은 그들이 목적지에서 기대하는 풍경과 판이했다. 승객 앞 테이블에는 종이컵과 먹고 남은 플라스틱 도시락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바닷가에 도착해도 이어지는 답답한 정경. 전날 피서객들이 먹고 마신 맥주 캔, 배달 음식의 포장재, 일회용 수저가 뒹구는 모래밭은 마치 실패한 인공정원처럼 황량해 보였다. 인간의 휴가철이 자연에게는 되레 전쟁 시즌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해양환경공단에 따르면 매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는 14만5000t. 이 중 수거되는 쓰레기는 60%에 불과하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최근 휴가철을 맞아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즉 쓰레기 없는 삶을 상상하고 실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들을 만나봤다.


○ 개인 수저 들고 떠나는 ‘제로웨이스트 투어’


매거진 ‘SSSSL(쓸)’ 배민지 편집장(30)은 최근 강릉으로 ‘제로웨이스트 투어’를 다녀왔다. 매거진 ‘쓸’은 작지만 천천히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생활(Small Slow Sustainable Social Life)의 약자다. 기존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알리는 계간지.

‘쓸’ 팀원들과 ‘제로웨이스트 투어’를 떠나기 전 배 편집장은 텀블러, 에코백, 개인용 수저, 간식 담을 다회 용기부터 챙겼다. 여행 도중 생길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준비물이다. 여행지에 도착해서는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음식은 다회용기에 담았다. 음식은 해변 테이블에 앉아 개인용 수저를 이용해 먹었다. 호텔에서는 제공되는 일회용 욕실용품을 쓰지 않았다. 호텔 카페에서 텀블러에 물을 받아 마시고, 비치된 욕실용품에는 ‘재활용해 달라’는 포스트잇을 붙여뒀다.

배 편집장은 “익숙하지 않다면 번거로워 보일 수도 있지만 텀블러와 에코백, 개인 수저, 다회 용기만 챙겨도 쓰레기를 많이 줄일 수 있다”면서 “같은 음식도 일회용 포장지에 담긴 채로 먹으면 인스턴트 느낌이 나지만 다회 용기에 담아 먹으면 격식 갖춰 먹는 기분까지 들어 좋다”고 했다.


○ 일상서도 ‘플라스틱프리’ ‘제로웨이스트’ 늘어


매거진 ‘쓸’ 편집팀이 강릉 여행 중 호텔에서 일회용품의 재활용을 부탁하며 붙여 둔 메모. 매거진 쓸 제공
최근 쓰레기 대란으로 일회용품에 대한 경각심이 늘어나면서, 일상에서도 소소하지만 동시다발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이 특히 많았던 카페들이 ‘플라스틱프리’를 선언하고 나서고 있다. 여성환경연대와 ‘쓸’이 만든 ‘플라스틱없다방’ 지도에 따르면 서울 전역 카페 중 14곳이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카페 ‘딥블루레이크 커피&로스터스’는 최근 테이크아웃용 컵과 비닐봉지, 빨대를 모두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한 PLA(polylactic acid·폴리락트산) 제품으로 바꿨다. 카페 관계자는 “뜨거운 음식을 담거나 아기가 입으로 물고 빨아도 환경호르몬과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는 친환경 수지”라면서 “일반 플라스틱 제품보다 2배 비싸서 ‘이게 잘하는 짓인가’ 싶지만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일회용 포장지를 전혀 쓰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숍’도 있다. 서울 동작구의 카페 겸 상점 ‘지구’는 스테인리스·유리 빨대와 천연 수세미, 화학 성분 없는 비누, 재생지 문구, 생리컵 등을 판매한다. 시리얼과 파스타 같은 음식도 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살 수 있다. 국내에 처음 생겨난 ‘제로웨이스트샵’인 서울 성동구 ‘더 피커’도 일상용품부터 다회용 랩, 설거지 비누 등 주방용품과 친환경 생분해성 요가 매트까지 판매한다. 장바구니를 가져오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에코백도 판매한다. 단골손님들은 집에서 쓰지 않은 유리병이나 장바구니를 기부하기도 한다.

배민지 편집장은 “지난해 2월 ‘쓸’이 처음 발간됐을 때만 해도 반응이 크지 않았는데 ‘쓰레기 대란’ 이후 30, 40대 여성을 중심으로 호응이 많다”며 “700∼800명이 ‘쓸’을 찾고 있어, 환경에 대한 염려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민 kimmin@donga.com·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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