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낡은상가의 ‘재개발 상생’

김현수 기자

입력 2017-05-18 03:00 수정 2017-05-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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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쇼핑, 호텔 변신 그 이면엔…

서울 마포구 신촌 지역 다주쇼핑센터 상가에 걸렸던 현수막. 다주쇼핑센터의 소유주인 현종훈 신촌상가주식회사 대표는 재개발에 앞서 개인 대출까지 받아 상인 250명의 권리금 등을 보전해 줬다. 신촌상가 제공

서울 신촌 지역에 29층짜리 특급호텔 ‘르 메르디앙’이 2020년 들어선다. 부지는 신촌 현대백화점 건너편에서 서강로로 이어지는 다주쇼핑센터 일대다.

17일 다주쇼핑센터의 운영사인 신촌상가주식회사와 호텔그룹 메리어트는 서울 동대문구 JW메리어트 동대문에서 ‘르 메르디앙 호텔 조인식’을 열고 7월 착공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한국에 두 번째 르 메르디앙 호텔이 자리 잡을 다주쇼핑센터는 서울시의 도시개발 사업과 맞물려 생긴 오래된 상가 건물이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가 1968년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로 설립됐고, 다주쇼핑센터는 당시 신촌상가 명패를 달고 1972년 생겼다. 현종훈 현 대표의 모친인 강민선 회장이 4층 건물을 짓고, 운영을 맡았다. 당시 신촌에서는 잘나가던 신식 아파트형 상가였다. 1, 2층은 상가였고, 3층에 다방, 4층에 실내 볼링장이 들어서서 젊은이들이 몰렸다고 한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신촌상가는 점차 낡은 구식 상가가 됐다. 주변에 영화관도 있는 그랜드마트와 현대백화점(당시 그레이스백화점)이 들어섰다. 신촌의 X세대는 재래시장보다 신식 마트와 백화점을 선호했다. 2000년대 들어서자 상권의 주도권이 홍대로 넘어가면서 신촌상가는 흉물이 되다시피 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재개발을 고민하던 현 대표에게 2009년 1월 발생한 ‘용산 참사’는 큰 충격이었다. 재개발 보상대책을 두고 철거민 등 30여 명이 적정 보상비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6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 대표는 개발 계획에 앞서 상생안이 우선이라고 결단을 내렸다. 법에는 없지만 현실에선 높았던 권리금을 인정하고 이를 보상안에 넣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250여 개 점포의 권리금과 임대차 보증금 등을 직접 보상키로 한 것이다. 현 대표는 개인 대출까지 받아가며 2013년까지 총 180억 원을 권리금 등 보상비용으로 썼다.

상인들은 현 대표의 상생안을 환영했다. 재개발을 앞둔 상가에는 ‘대표는 물러나라’와 같은 현수막이 내걸리지만 신촌상가는 반대였다. 신촌상가 관계자는 “상가 건물에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상인들은 권리금을 돌려받고, 회사는 상인과 지자체의 협력으로 호텔 개발 계획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포구청도 적극적으로 이 일대 도심 재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신촌상가 부지와 마포구 소유의 부지를 맞교환해 줌으로써 호텔이 들어설 수 있는 마름모꼴 부지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줬다.

상인, 건물주, 구청의 협업 속에 탄생할 르 메르디앙은 2020년 상반기(1∼6월)에 개관할 계획이다. 연면적 2만7714m²(8413평)에, 지하 5층∼지상 29층 규모다. 스위트룸 포함 300개 이상의 객실을 갖춘다. 특히 지하 1층에는 독특한 몰링 형식의 외식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라 대학가 일대 젊은층들을 끌어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호텔은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대학가에 위치한 이점을 살려 학회나 포럼과 같은 다양한 행사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 메르디앙 호텔을 운영할 호텔그룹 메리어트는 입지를 보자마자 회사 브랜드 중 특급인 ‘르 메르디앙’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개스너 메리어트 부사장은 “국내에 르 메르디앙 브랜드를 추가로 선보임으로써 한국 내 메리어트 포트폴리오를 20개로 확장하게 됐다. 르 메르디앙 서울 신촌은 아카데믹 비즈니스의 최적지에 위치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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