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동아] 아이가 말 안 듣고 고집부리세요?

동아일보

입력 2018-03-14 03:00 수정 2018-03-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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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아이가 말 안 듣고 반항하는데 사춘기 때는 어떨지 두려워요.”

요즘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는 사춘기를 조금 더 잘 보내기 위해 예방차원에서 상담센터를 찾는 부모도 부쩍 늘었다. 엄마 말이라면 잘 듣던 아이가 언제부터인가 신경질적이고, 화를 잘 내니 부모는 난감해 한다. 양육태도로 아이가 화가 났을 거라는 것을 인정한 부모가 미리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센터를 찾는 것이다.

우선 부모는 ‘아이들은 그 나이에 맞춰 이뤄야 할 일들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 둬야 한다. 이를테면 걸음마기에는 자율성을, 유아기에는 주도성을, 학령기에는 근면성을, 청소년기에는 정체감을 형성해야 하는데 부모는 공부와 못마땅한 것만 강요하고 이를 간과한다. 부모는 아이의 부족한 점을 고치고, 채워주려는 마음부터 비워야 한다. 아이는 부모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을 빨리 인정할수록 아이와의 관계도 좋아지고, 아이도 달라진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자식한테도 예외는 아니다.

급할수록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를 잘 관찰하자. 아이가 적응이 느리거나 까다로운, 또는 적응이 빠른 기질인지를 파악하고, 어떤 연예인을 좋아하는지,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누구랑 친한지, 요즘에 무슨 고민을 하는지 등 관찰로 아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부모는 아이의 성적이나 학원 스케줄뿐만 아니라 아이의 관심사, 정서, 고민, 변화 등을 유심히 관찰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부모도 어린 시기를 거쳐 어른이 된 것처럼 아이도 어른이 되는 과정 중이다. 부모는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힐 때 아이를 통제한다. 하지만 부모에게 한 인격으로서 존중받을 때 아이는 스스로를 존중한다. 아이에게 발달단계에 맞는 자율성을 줘야 아이는 자신의 한계 안에서 자율성과 조절을 기르고, 문제 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다.

부모 자신의 어린 시절을 한 번쯤 되돌아보자. 아이와 부모가 부딪혔을 때는 분명 쌍방의 문제로 부딪히는 포인트는 늘 비슷했을 것이다. 아이에게 왜 자꾸 그 포인트에서 화가 났는지 자신의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부분일 수 있다. 현재는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의 재연이고 이는 미래를 살아가기 때문에 자신의 어린 시절의 경험과 그에 따른 감정을 회상해 보면 된다.

마지막으로 친구처럼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자.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와의 관계를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야 한다’고 이상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자식 간에는 위계질서가 필요하다. 평소에는 아이의 눈높이로 대화하면서 바라보되 부모로서의 권위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부모는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의무가 있듯이 부모가 아이에게 들어 줄 수 있는 한계를 설정해 주고, 아이는 부모의 한계를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알게 해줘야 한다. 적절한 한계를 정해주는 것 자체가 아이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을 아이도 알아차리게 된다.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하는데, 오늘도 아이에게 몹쓸 말을 하고, 아이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가슴 아파하는 부모’에게 너무 성급하거나 두려워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부모와 자식 사이의 끈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어느 부분이, 무엇 때문에, 어디에서부터 실이 엉켰는지, 그 엉킨 곳을 잘 살펴가면서 풀면 실타래는 풀리게 되어 있다.

민서정 마인드포유심리발달연구소 소장·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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