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고시’ 부활에 학원들만 신바람
이건혁 기자 , 박정서 인턴기자
입력 2018-07-18 03:00 수정 2018-07-18 03:00
부산에서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생 A 씨(24)는 ‘은행 고시’로 불리는 필기시험이 부활한다는 소식에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던 차에 ‘은행 필기시험 준비반’을 개설한 부산진구의 S학원이 눈에 띄었다. 학원 관계자는 “일단 은행 고시를 패스해야 가을에 면접도 보러 다닐 수 있다. 3개월간 105만 원짜리 소수 정예 코스를 듣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A 씨는 “취업난과 은행원 연봉 등을 감안하면 이 정도 투자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B학원은 다음 달부터 4주간 50만 원짜리 금융 상식 강의를 개설한다. 학원 측은 “채용 비리에 얽혔던 은행들이 채용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필기시험 문제를 어렵게 낼 것”이라고 안내했다.
올해 하반기(7∼12월) 시중은행의 채용이 본격화된 가운데 필기시험이 부활하면서 전국 학원가와 인터넷 강의 사이트 등에는 은행권 취업 준비 강의가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채용 방식에 맞닥뜨린 취업준비생들은 비용 부담을 감수하며 사교육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은 하반기 약 2150명을 채용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늘어난 규모다. KB국민은행이 600명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이 하반기에 두 차례에 걸쳐 550명을 뽑을 예정이다.
취준생들은 은행권 채용 규모가 늘어난 것을 반기면서도 새로 도입되는 필기시험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은행별로 경제, 금융 지식과 시사상식 등을 묻는 필기시험 전형이 모두 달라 부담이 커졌다는 하소연이 많다. 대학생 동모 씨(25·여)는 “올 상반기에 우리은행 공채에 응시해 11년 만에 부활했다는 필기시험을 치렀다”며 “예상보다 훨씬 어려워 하반기 취업에 성공하려면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강의업체들도 잇달아 은행 고시에 대비한 각종 취업 강의를 쏟아내고 있다. J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는 ‘KB국민은행 필기 대비’ ‘신한은행 합격 패키지’처럼 은행별로 필기시험 강의가 개설돼 있다. 수강료는 강의당 6만∼8만 원 수준이다. 대학생 김세영 씨(24·여)는 “5개 은행 시험을 준비하려면 수강료로 3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부담이 크지만 불안하기 때문에 가급적 전부 들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은행권은 5월 마련한 ‘채용 절차 모범규준’에 따라 필기시험 도입을 확정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아직까지 정확한 필기시험 과목과 문제 수 등을 안내하지 않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이 경제, 금융과 관련된 문제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외부 전문기관에 관련 절차를 맡겨놨기 때문에 당장 구체적으로 안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논술시험을 치렀던 KB국민, NH농협은행은 주관적 채점이 가능한 논술시험 폐지도 검토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은행과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박정서 인턴기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서울 강남구의 B학원은 다음 달부터 4주간 50만 원짜리 금융 상식 강의를 개설한다. 학원 측은 “채용 비리에 얽혔던 은행들이 채용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필기시험 문제를 어렵게 낼 것”이라고 안내했다.
올해 하반기(7∼12월) 시중은행의 채용이 본격화된 가운데 필기시험이 부활하면서 전국 학원가와 인터넷 강의 사이트 등에는 은행권 취업 준비 강의가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채용 방식에 맞닥뜨린 취업준비생들은 비용 부담을 감수하며 사교육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은 하반기 약 2150명을 채용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늘어난 규모다. KB국민은행이 600명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이 하반기에 두 차례에 걸쳐 550명을 뽑을 예정이다.
취준생들은 은행권 채용 규모가 늘어난 것을 반기면서도 새로 도입되는 필기시험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은행별로 경제, 금융 지식과 시사상식 등을 묻는 필기시험 전형이 모두 달라 부담이 커졌다는 하소연이 많다. 대학생 동모 씨(25·여)는 “올 상반기에 우리은행 공채에 응시해 11년 만에 부활했다는 필기시험을 치렀다”며 “예상보다 훨씬 어려워 하반기 취업에 성공하려면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강의업체들도 잇달아 은행 고시에 대비한 각종 취업 강의를 쏟아내고 있다. J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는 ‘KB국민은행 필기 대비’ ‘신한은행 합격 패키지’처럼 은행별로 필기시험 강의가 개설돼 있다. 수강료는 강의당 6만∼8만 원 수준이다. 대학생 김세영 씨(24·여)는 “5개 은행 시험을 준비하려면 수강료로 3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부담이 크지만 불안하기 때문에 가급적 전부 들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은행권은 5월 마련한 ‘채용 절차 모범규준’에 따라 필기시험 도입을 확정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아직까지 정확한 필기시험 과목과 문제 수 등을 안내하지 않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이 경제, 금융과 관련된 문제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외부 전문기관에 관련 절차를 맡겨놨기 때문에 당장 구체적으로 안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논술시험을 치렀던 KB국민, NH농협은행은 주관적 채점이 가능한 논술시험 폐지도 검토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은행과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박정서 인턴기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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