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건강의 핵심, 장… “유산균 섭취로 장내 세균 관리하세요”

정지혜기자

입력 2017-08-23 03:00 수정 2017-08-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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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세포 70% 분포, 면역력과 직결
유익균-유해균 균형 깨지지 않게 구성 비율 유지해야 건강할 수 있어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 섭취 도움


건강한 장은 착한 균인 유익균과 나쁜 균인 유해균이 적절한 균형을 이룬 상태다. 동아일보DB
장 건강은 면역력 강화에 직결된다. 장내 세균이 인체의 면역기능을 비롯해 해독·염증·신경전달물질 등 광범위하고 다양한 생리 작용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염증성 장 질환은 직접적인 장 질환뿐만 아니라 비만·당뇨병·동맥경화·알레르기 등 각종 만성질환부터 심지어 치매·자폐증까지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장 건강의 핵심인 장내 세균·대변 독소 수치 관리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유해균이 많아지면 병에 걸리기 쉬워

우리 몸의 장에는 면역세포의 70%가 분포하고 100조 마리 이상의 유익균과 유해균이 살고 있다. 장 속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깨지면 염증과 산화스트레스가 발생한다. 만약 몸에 이로운 장내 세균 군집이 붕괴하고 해로운 장내 세균이 많아지면 각종 염증과 암, 당뇨, 비만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장내 세균은 대변으로 매일 배출된다. 대변 속 미생물의 분포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유익균이 많을 수도 있고 유해균이 많은 경우도 있다. 유해균이 많은 사람일수록 병에 걸리기 쉽고 ‘대변 독소’ 수치도 올라간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유익한 균만을 선별해 내시경이나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 속에 이식하는 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변 이식 혹은 대변 이식술로 불리는 이 치료법은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선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3∼4년 전부터 장내 세균 이식 치료가 100여 건 이뤄졌다. 이기영 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장이 곧 인체 건강의 핵심이다. 장내 세균의 구성 비율을 건강하게 회복시켜야 우리 몸도 건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장수 비결은 깨끗한 腸

장내 환경이 건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장수마을 주민들의 장내 미생물 분포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의학전문지 바이오메디컬센트럴 미생물학(BMC Microbiology)에 실린 논문 ‘도시와 장수마을 고령자의 장내 미생물 비교 분석’에서는 도시에 사는 성인 40명(평균연령 53세)과 장수마을로 꼽히는 담양, 구례, 순창에 거주하는 성인 69명(평균연령 69세)을 대상으로 대변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장수마을 거주자들은 대변 내 독소 함량 수준을 나타내는 LPS가 도시 거주자들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LPS는 장내 유해균 침입 정도를 판단하는 척도로 LPS 수준이 심하게 높으면 장내 독소로 인한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장수마을 주민들은 어린이와 장내 균총 구성이 비슷했다. 어린이는 인스턴트식품, 스트레스, 생활습관, 유해환경 등에 의해 유해균이 증가한 성인의 장내 환경보다 상대적으로 덜 오염된 상태를 보인다. 검사를 진행한 연구팀은 “이 같은 소화관 미생물군의 구성과 LPS의 낮은 수치는 장수마을 사람들의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장수마을과 도시지역 40대 이상 거주자들의 장내 미생물 분포를 분석했다. 결과는 장수마을 거주자들의 락토바실루스, 락토코쿠스 등의 유산균 비율이 도시 거주자들에 비해 3∼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해균 역시 장수마을 거주자에게서는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한국인 장내 환경에 맞춘 유산균 PL9988

장수마을 사람들처럼 건강한 장 환경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식약처에서는 “장 건강에 중요한 박테로이디테스(유익균)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 채식과 유산균이 풍부한 김치·된장 등 발효식품이 도움이 된다”며 “항생제 장기 복용자의 경우 최소 1주 이상 발효식품을 섭취해 장내 세균을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장수마을 거주자들의 식생활 환경을 고스란히 재현하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일상생활에서 손쉬운 방법으로 유산균 제품을 섭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유해균의 비율이 높아진다. 이 교수는 “고령자는 상대적으로 비피더스균이 감소하고 대장균군, 장구균, 클로스트리듐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며 “중장년층부터는 지속적인 유산균 섭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산균은 불가리아 지역 주민의 장과 이들이 매일 마시는 요구르트 유산균에서 추출한 락토바실러스 불가리쿠스가 유명하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장수마을을 대표하는 유산균도 개발됐다. 이연희 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락토바실루스 페르멘툼(Lactobacillus fermentum)종 중 하나인 ‘PL9988’이다. 국내 대표 장수마을 8곳의 건강한 장수인 105명의 장 속에 사는 유익균을 채취·분리해 개발한 것이다.

PL9988은 다른 유산균에 비해 내산성·내담즙성이 강하다. 위산과 담즙에 강하기 때문에 식도와 위를 거쳐 장까지 살아서 도달할 수 있다. 장 세포에 잘 달라붙는 부착성도 강하다. 부착성이 약한 유산균은 일주일이면 사라지는데 PL9988은 부착성이 뛰어나 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는다. 이 밖에도 장내 병원성 세균을 죽여 장을 활성화하는 기능도 확인됐다.

정지혜 기자 chi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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