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인격장애도 통증의 일부이다”

안강 안강병원장

입력 2017-06-28 03:00 수정 2017-06-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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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는 4개월 전 교통사고 후 극심한 목의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왔다. X레이상 늑골(갈비뼈) 골절이 발견됐고 수개월간 오른쪽 복부를 중심으로 몸의 반을 파고드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늑골 골절 시 신경이 손상됐고 만성적인 통증의 형태로 변하고 있었다. 낸시는 전신 통증과 극심한 피로, 과민성 대장증상, 폐쇄공포증, 광장 공포증, 우울증, 주기적인 기분 저하, 불안, 가족과의 불화, 폭식에 시달리고 있었다. 강력한 마약과 진정제를 과량 투여해도 통증은 전혀 조절이 되지 않고 있다.’

이는 2007년도 미국정신과학잡지에 수록된 내용이다. 여기에서는 경계성 인격장애와 연관해 과하게 나타나는 통증의 한 예로 낸시 이야기가 언급됐다.

경계성 인격장애는 버림 받을까 두려워 생기는 극심한 불안, 우울증, 자살 시도, 충동적 행동, 소화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성격질환이다. 아울러 다중 인격장애란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처럼 한 사람 안에 전혀 다른 인격이 공존하는 것이다. 낸시는 이러한 인격장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마치 낸시의 통증은 이러한 질병에 의한 것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나는 낸시가 매우 억울한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낸시는 교통사고 후 목 통증으로 입원했다. 교통사고 후 경추 신경과 그 지배 부분이 손상된 결과로 흔히 ‘편타성 증후군’이라는 것이 발생하는데 이는 흔히 전신 통증과 우울증, 불안증, 소화장애, 수면장애, 이명, 두통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낸시는 늑골 골절이 있었다. 단순한 늑골골절도 아프지만 늑골이 부러질 때 신경이 다치면서 응어리가 형성되고 지속적인 통증이 남는다. 일단 통증이 반복되면 그 주위도 연달아 아프게 될 뿐만 아니라 통증이 장기화되면 다양한 형태의 연관통도 나타날 수 있다. 오른쪽 복부 통증이 충분히 설명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통증은 심리적인 원인이 아니라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것이며 아파서 병원을 찾는 이에게서 꾀병이나 심리적인 원인을 찾는 것은 드문 일이다.’ 통증의 대부인 보니카의 말이다. 통증 안에 있는 인격장애도 어찌보면 통증의 일부 증상일 뿐이다. 만성통증은 아픈 부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것이 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이로 인해 우리 몸은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X레이보다 정밀하고 다각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안강 안강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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