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뇌경색 부르는 ‘심방세동’… 맥 불규칙하면 검사 받아야”

홍은심기자

입력 2017-06-28 03:00 수정 2017-06-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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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박희남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박희남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뇌졸중 위험을 4, 5배, 심부전 위험을 3배나 증가시키는 위험한 질환 심방세동. 심방세동 환자의 사망률은 심방세동이 없는 사람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방세동 환자 수는 2050년에 이르면 2000년 대비 미국은 2.5배, 유럽연합은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식습관의 변화, 환경적 요인으로 심방세동 환자는 계속 늘고 있다.

박희남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에게 심방세동의 위험성과 진단·치료방법, 예방법을 들어봤다.


―심방세동 질환이란….


심장에는 주 펌프(심실)와 보조 펌프(심방)가 있다. 심장은 전기가 고르게 쭉쭉 흘러야 규칙적으로 뛴다. 심방의 보조펌프에 이상이 생기면 전기 흐름이 흐트러진다. 심방세동은 심방에 정상적인 전기 흐름이 깨지면서 제대로 수축을 못하고 맥이 불규칙하게 뛰는 대표적인 부정맥 질환이다.

심장에는 ‘좌심방이’라고 불리는 심방 내 주머니 같은 게 있다. 좌심방이가 힘차게 수축해야 하는데 심방세동 질환으로 떨고 있으면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 좌심방이 안에 혈전이 생기고 혈전이 혈관 속에 돌아다니다가 뇌혈관을 막게 되면 뇌경색이 온다. 심장 내 발생하는 혈전의 90%가 좌심방이에 의해 생긴다.

전체 뇌경색 원인의 20∼25%가 심방세동 질환과 연관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뇌경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응고제와 같은 약물치료방법 등이 있는데 출혈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좌심방이에 혈액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 좌심방이 폐색술을 시행한다. 이 시술로 항응고제의 부작용을 피하면서 뇌경색 예방이 가능하다.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심방세동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큰 이유는 노화다.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진행형 퇴행성 질환이 주요 원인이다. 이외에도 고혈압, 당뇨, 비만 등 대사증후군과 관련된 위험 인자들도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나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전적 영향도 있는데 부모나 형제 중에 심방세동 질환을 앓은 환자가 있다면 위험도가 80% 정도 늘어난다.

―국내 환자 발병률은 어떻게 되나.

계속 늘고 있는데 4년 전 공식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국내 인구의 1.6%다.

―외국에 비해 많은 편인가.

아시아 국가는 비만 인구가 많은 서양보다는 유병률이 적은 편이다. 미국의 경우 3%까지 보고 된다. 우리나라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대사증후군 위험이 높아지면서 환자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심방세동 증상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심방세동 환자의 40%는 무증상이다. 평소 등산도 즐기고 건강에 자신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지는 게 바로 심방세동 질환이다. 전에는 건강검진에서 심전도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검진 목록에 빠져 있다. 따라서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 스스로 맥이 불규칙하다고 느꼈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맥이 불규칙하다는 건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 않나.

심방세동은 크게 발작형과 지속형, 영구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발작형 심방세동은 질환 초기라서 맥이 불안정하더라도 일주일 이내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다. 만약 증상이 일주일을 넘어가면 지속형으로 본다. 이때는 심방세동이 완전히 자리를 잡는 것이라 발작형일 때보다 증상이 덜 심하다. 영구형은 약물 치료로 맥을 정상으로 돌려놨더라도 금방 재발하거나 전혀 맥박을 조절할 수 없게 된다.

심방세동은 만성화가 될수록 증상이 없어지기 때문에 중요한 건 수시로 맥을 짚어보는 것이다. 최근에는 맥박을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나 스마트 워치를 이용하는 환자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심방세동 치료법은 무엇이 있나.

환자의 증상에 따라 달라지는데 기본적으로 뇌경색을 예방하는 치료를 우선으로 한다. 심방세동 질환으로 인한 뇌경색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뇌경색 예방을 위해서는 항혈전제·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좌심방이 폐색술 같은 수술 방법을 사용한다. 다음으로 맥박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약물치료나 전기충격술, 시술 등이 있다. 맥을 정상으로 돌아오게 했더라도 안심할 수가 없다. 무증상 심방세동 때문이다. 시술을 하고 심전도 결과가 괜찮아도 무증상으로 심방세동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따라서 항혈전 치료를 절대로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사실 예전에는 심방세동을 지금처럼 위험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2000년도 초반부터 뇌경색과 직결되는 되는 질환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연구도 많이 이뤄졌고 치료 방법도 좋아졌다.

―항응고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 출혈 위험이 있지 않나.

와파린같은 항응고제는 양날의 칼이다. 뇌경색을 예방하지만 잘못 쓰면 출혈 위험도 높아진다. 특히 뇌출혈 환자의 경우 항응고제 때문에 위험해질 수 있다. 항응고제 처방은 조심해야 한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의사들은 환자를 철저히 모니터링 한다. 최근에는 노악(NOAC)이라고 와파린보다 안전한 약이 나왔다. 하지만 노악 역시 출혈 위험은 있다. 혈전을 녹여주는 약이다 보니 노악을 쓰면서 출혈이 있는 경우 좌심방이 폐색술을 시행한다.

―좌심방이 폐색술에 대해 설명해달라.

혈전은 양심방에 다 생긴다. 좌심방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우심방에 생긴 혈전은 전신순환으로 가고 좌심방에서 발생하는 혈전은 뇌혈관으로 바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심방에서 생긴 혈전이 폐혈관을 막으면 폐색증이 올 수 있는데 폐색증 유병률은 뇌혈관질환보다 낮다. 이런 이유로 좌심방이에서 형성된 혈전이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좌심방이 폐색술은 좌심방이에 혈액이 들어갈 수 없도록 우산모양의 임플란트를 이용해 입구를 막는 수술이다. 고 위험군에 속하는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약 10%는 좌심방이 폐색술로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 수술도 비교적 간단해 고령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좌심방이 폐색술에 사용되는 와치맨(watchman)의 경우 가는 카테터를 이용한다. 수술 시간은 약 60∼80분 정도 소요되며 경과 모니터링을 위해 3일 정도 입원치료를 한다.


―좌심방이 폐색술 후에도 항응고제를 계속 복용해야 하나.


우산 모양 임플란트가 혈전 위험이 높은 좌심방이에 장착되면 자연스럽게 내피세포증식을 한다. 45일 이후 좌심방이 입구가 완전히 폐쇄돼 혈전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게 되면 환자는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할 수 있다.

―수술하면 특히 도움이 되는 환자가 있나.

심방세동은 고령 환자가 많다. 반복적으로 뇌경색과 항응고제에 의한 출혈로 중환자실에 실려 오는 환자에게는 꼭 필요한 시술이다. 좌심방이 폐색술 후 95%는 항응고제를 끊고 아스피린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치료방법이 있다는 것을 환자들이 아직 잘 모르고 있다. 실제 내가 본 환자 중에 82세 노인이 있었는데 항응고제 약물 치료만 고집하다가 결국 뇌출혈로 병원에 실려 온 환자가 있었다. 지금은 좌심방이 폐색술을 받고 아스피린만 복용하면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좌심방이 폐색술은 환자가 치료 비용의 80%를 부담하는 선택적 급여 수술이다. 4대 중증 질환의 환자 부담금이 5%밖에 되지 않는데 수술 필요성에 비해 매우 고가인 것은 틀림없다.

―예후는 어떤가.

좌심방이 폐색술은 예방적 치료이기 때문에 예후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수술 데이터를 모아 본 결과 뇌경색 위험도가 50% 정도 줄었고 출혈 위험은 80%정도 감소했다. 이 데이터는 우리나라 환자 대상이라서 더 유의미하다.

―심방세동 예방법은 어떤 것이 있나.

심방세동 환자에게 제일 먼저 ‘술, 담배를 끊지 않으면 병을 고칠 수 없다’는 말부터 한다. 과식, 과로도 금물이다. 심방세동은 나이가 들면 계속 진행되는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평생 조심해야 한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뇌졸중 등 돌연사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꾸준히 심장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정확하게 알고 치료하면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방심해서도 안 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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