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홍준표 서로 “한미FTA 우리가 체결”

이재명기자 , 강경석기자 , 박민우기자

입력 2017-04-29 03:00 수정 2017-04-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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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노무현 정부때 타결, 2011년 한나라당 단독 처리
TV토론서 아전인수식 해석
안철수 “재협상 당장 준비해야”… 심상정 “FTA로 정책주권 훼손”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이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를 두고 28일 대선 후보들이 격돌했다.

이날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연 2차 TV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향해 “한미 FTA가 통과될 때 극렬하게 반대했죠?”라고 물었다. 이어 “한미 FTA를 체결하자 민주당은 ‘을사늑약’이라고 (비판)하고, 저보고 ‘매국노’라고 했다. 하지만 거꾸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협상을 하자고 하는데, 어떻게 봐야 하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문 후보는 “한미 FTA를 체결한 사람이 우리 아니냐”고 반문했다. 당시 문 후보는 발언 제한 시간이 지나 사회자로부터 제지를 받자 더 이상 발언하지 않았다.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4월 2일이다. 하지만 홍 후보는 토론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문 후보가 거짓말을 했다. 한미 FTA는 내가 한 것이다”라며 “내가 최루탄 속에서 통과시킨 것을 자기가 체결했다고 뻔한 거짓말을 한다”고 비판했다.

한미 FTA가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것은 맞지만 홍 후보가 한미 FTA를 자신이 했다고 주장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민주당은 한미 FTA에 독소 조항이 많다며 반대에 나섰다. 2008년 광우병 파동이 나자 한미 정부는 쇠고기 협상을 다시 했고, 2010년에는 자동차 관세 분야를 두고 추가 협상을 했다. 한미 FTA 추가 협상 합의문에 서명을 한 것은 2011년 2월이다.

그해 11월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때는 당시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현 민중연합당 대선 후보)이 최루탄을 터뜨린 상황에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표결 처리했다. 이때 홍 후보는 당 대표로 본회의 표결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우리나라 일자리를 팔아먹은 한미 FTA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도 “한미 FTA는 21세기판 을사늑약”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2012년 대선 당시 한미 FTA의 독소 조항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 후보는 이날 토론회가 끝난 뒤 “대선 후보들이 사드 배치에 찬성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사드 비용까지 우리에게 부담하라고 하는 것”이라며 “(사드 찬성으로) 한미 FTA도 (미국이) 전면적으로 손보겠다고 압박해 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드 배치 찬성 때문에 한국의 대미 협상력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얘기다.

이에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자기 진영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 FTA를 추진한 성과는 인정해야 한다”면서 “다만 노무현 정부는 진정성을 갖고 FTA를 추진했지만 (그 후) 민주당이 트집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한미 FTA 재협상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심 후보는 “한미 FTA에 반대한 이유는 정책주권이 훼손되기 때문”이라며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원하는데, (정부는) 한미 FTA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 후보는 “(재협상을) 당장 준비해야 한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회담 이전까지 물밑 협상을 통해 빨리 타결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 세종=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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