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지에서 만난 새끼 길고양이
노트펫
입력 2019-04-15 09:09 수정 2019-04-15 09:09
[노트펫] 2016년 12월 어느 날, 거리는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장식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성탄절, 연말, 연시로 이어지는 보름 남짓한 기간은 누구나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감이 서로 교차하기 때문이다.
2016년은 유독 출장이 많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은 출장을 다닌 해 같다. 지방출장은 물론 해외출장도 있었다. 1년 동안의 출장을 합치면 두 달은 될 것 같다.
12월 바로 그날도 지방출장 중이었다. 집에서 수백 km 떨어진 곳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 객지에서 식사를 할 때는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맛집을 검색하는 게 좋다. 그러면 실패는 면할 수 있다. 그날도 그런 방법으로 식당을 찾았다. 기대 이상이었다. 맛집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서울에서 몇 시간 동안 차를 타고 찾아올만한 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행복한 마음으로 식당을 나왔다. 그런데 그 앞에는 마치 보석 같이 빛나는 존재가 있었다. 귀여운 새끼고양이였다. 대략 2개월 정도로 보였다. 고양이들은 낯선 사람을 경계하여 그 근처에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고양이는 달랐다. “야옹” 거리며 먼저 사람에게 다가왔다.
고양이를 유심히 지켜보자 밖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손님 한 분이 “며칠 전부터 고양이가 식당 앞에서 이러고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그 순간 느낌이 들었다. 새끼고양이는 이유 없이 식당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았다. 고양이는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주인을 고르고 있었다. 귀인(貴人)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새끼고양이 입장에서 식당 앞은 좋은 장소다. 자신을 귀엽게 봐줄 사람들이 많고, 먹을 것이 계속 확보되기 때문이다. 식당 주인, 종업원은 물론 손님들도 인심이 좋아보였다. 어떤 손님은 아예 주변 상점에서 소시지를 사가지고 와서 고양이에게 주기도 했다. 이런 넉넉한 인심이 사람의 정(情)인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어린 고양이에게 관심이 갔다. 옛날에 키웠던 나비와 옹강이도 생각이 났다. 하지만 그날은 출장 1일차였다. 앞으로 여관 신세를 4일이나 더 져야했다. 일을 저지를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다음 출장지를 향해 출발했다. 2년이 넘은 지금도 그 어린 고양이가 생각난다. 그해 겨울을 잘 넘겼는지, 좋은 주인을 만났을지...
길고양이의 운명은 결코 순탄치 않다.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은 자신의 힘으로 조달해야 하고, 지치고 힘들어도 자신을 도와줄 키다리 아저씨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길고양이에게 세상은 힘의 법칙이 지배하는 정글과 별로 다르지 않는 존재일 뿐이다.
길고양이가 유일하게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에게 기댈 수 있는 시간은 젖먹이 시절뿐이다. 어미의 젖을 먹고 형제들과 서로 몸을 비빌 수 있는 그 짧은 시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그 행복은 찰나의 순간처럼 빨리 지나간다. 불과 2개월 만에 거품처럼 사라진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어미는 차갑게 새끼들을 외면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삶을 찾아 떠난다. 남은 새끼들도 자력갱생을 외치며 뿔뿔이 흩어진다.
어미와 형제들의 따스한 정과 체온을 잊지 못하는 어린 길고양이 중에는 스스로 집고양이가 되는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출장지의 맛집 계단 앞에서 만났던 그 어린 길고양이처럼...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
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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