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이 크림소스와 만나니… ‘제천 입맛’ 확 당겼죠

손가인기자

입력 2017-10-10 03:00:00 수정 2017-10-1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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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11> 제천중앙시장 ‘아재곱창’ 송원엽씨

송원엽 아재곱창 대표가 가게 앞에서 파, 양파, 양배추 등 신선한 재료들을 들어 보였다. 송 대표는 매운 크림소스와 닭 육수, 채소 등을 넣어 만드는 조리법을 개발해 ‘크림막창순대’ 같은 퓨전 메뉴로 젊은층의 입맛도 사로잡고 있다. 제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충북 제천역에서 버스를 타고 10여 분을 곧장 가면 제천중앙시장이 나온다. 조선시대 후기부터 행상들이 모여 물건을 팔던 곳으로, 제천 근방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이다.

지역민의 삶의 터전이었던 제천중앙시장은 1989년 시설을 현대화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구성된 상가형 건축물은 한때 제천중앙시장이 얼마나 번성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흔적이다. 의류와 잡화는 물론이고 귀금속, 축산물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며 제천 사람들의 생활을 책임져 왔다.

그러나 지역민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시장은 쇠퇴했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 갔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젊은 피를 수혈해 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제천중앙시장은 청년상인 육성사업과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현재 재정비에 착수했다. 지난달 말, 제2의 전성기를 기다리는 제천중앙시장 1층 먹거리 골목 ‘청춘맛길’에서 퓨전 곱창 가게인 ‘아재곱창’의 송원엽 대표(36)를 만났다.


○ 자체 개발 메뉴로 제천 입맛 사로잡기 도전

“곱창은 저희 부부의 가업(家業)이라고 할 수 있어요.”

송 대표와 그의 아내 이주연 씨(35)는 자랑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부부는 제천중앙시장에 자리 잡기 전부터 이 씨의 집에서 운영하던 곱창 전문점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그 전문점은 제천중앙시장 근처 화산동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맛이 좋다고 소문이 나 단골손님은 많았지만 주택가이다 보니 유동 인구가 적어 고객을 늘리는 것이 힘들었다. 배달 주문 외에는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도 없어 수익을 올리기에는 매출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부부는 삶의 터전을 옮기겠다는 큰 결심을 했다. 마침 제천중앙시장에서 창업할 청년 사장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발견하고 지원했다. 송 대표는 “죽어가는 시장을 청년들의 힘으로 살려보자는 생각도 일터를 전통시장으로 옮겨 오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시장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던 것. 젊은 감각으로 시장을 다시 꾸미면 등을 돌렸던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그는 “아이 둘을 키우면서 갑자기 터전을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제천의 전통을 우리 손으로 이어나가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송 대표 부부의 ‘곱창’은 심사를 통과했고 8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송 대표가 승부를 건 곳은 ‘제천 입맛’이었다. 기존 곱창집에서도 곱창을 만들어 왔지만 보편적인 곱창의 맛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동안 갈고닦은 기본기에, 이전 경험으로 익힌 제천 사람들의 입맛을 더해 매운 크림소스를 이용한 새로운 곱창 조리법을 개발했다. 송 대표는 “요즘 들어 크림소스 통닭 등 퓨전 요리가 많아진 데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시중에서 파는 크림소스를 곱창에 이용하니 느끼한 맛이 강했던 것. 이에 닭 육수와 채소 등을 넣어 잡내를 없애고, 달고 매운맛을 좋아하는 제천 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해 매운 크림소스를 만들어냈다. 송 대표의 아이디어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컨설팅을 받으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고, 체계적으로 소스 만드는 법을 개발할 수 있었다.

곱창이 젊은층에게는 비교적 생소한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아재곱창의 주요 고객은 20, 30대 여성들이다. 송 대표는 “크림소스를 이용한 막창 순대, 곱창볶음과 볶음밥을 합한 한끼곱창 등 톡톡 튀는 신메뉴가 젊은 고객을 잡을 수 있게 해 준 일등 공신”이라고 말했다. 금요일 저녁부터 인파가 몰려 주말이면 아재곱창 가게 앞 거리에 하루 평균 300여 명이 북적인다. 가게에 자리가 부족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가게를 등록하고 배달도 하고 있다. 그는 “현재 매출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이고 재주문 건수도 많아 미래가 밝다”며 “아이디어로 손님을 끌어오겠다는 목표가 잘 들어맞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 지역·기존 상인과의 상생도 노력

송 대표는 오랜 세월 제천을 지켜온 전통시장에 창업을 한 만큼 기존 상인과 지역민들과의 상생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인들과 번영회 활동을 활발히 하고 시장 주변 환경 개선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장에는 아재곱창을 비롯해 37개 청년상인 점포가 있다. 이웃 청년들과는 함께 컨설팅 교육을 받으며 경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지역민들을 위한 문화 공연도 주기적으로 열고 있다. 청춘맛길 안에 상설 무대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해 핼러윈 이벤트, 제천포크송 콘테스트 등을 열었다.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버스킹을 할 수 있도록 무대를 개방하고 야시장도 열었다. 공예품, 의류 등을 판매하는 2층 상인들은 행사와 결합해 체험 공방 및 1일 교습, 플리마켓 등을 개최했다. 송 대표는 “이런 행사는 모두 청년몰 자체 예산으로 유치한 것”이라며 “주말 저녁이면 시장 전체에 활기가 돈다”고 말했다.

이렇듯 송 대표를 비롯한 청년 상인들의 출발은 순조롭다. 현재 청년 상인들은 국비로 올해 12월까지 임차료를 100% 지원받고, 인테리어 비용도 지원받았다. 뿌리를 내리게 하기 위한 창업 교육, 컨설팅, 홍보 마케팅 지원도 이뤄져 왔다. 그러나 올해 12월이면 정부의 지원이 끊기게 된다. 송 대표는 “이제는 스스로 준비를 해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심정을 밝혔다.

아재곱창은 현재 한 대형 유통업체의 전통시장 상생 프로젝트에 응모해 전국 다른 전통시장 청년 사장들과 자웅을 겨루고 있다. 전문 바이어들의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되면 아재곱창을 전국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송 대표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아재곱창을 전국에 알리면 제천중앙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자연스레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민과 상인들과의 상생에도 더욱 힘쓸 예정이다. 송 대표는 “청년 상인들과 머리를 맞대 시장 내에 ‘청춘포차’를 열 생각”이라며 “각자의 대표 메뉴를 내 와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와 편안히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전통시장 명물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강성한 소상공인진흥公실장 “젊은층 공략 주효… 관광객 대상 판매 늘리는게 과제” ▼

“아재곱창이 제천중앙시장의 새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제천중앙시장의 아재곱창을 둘러본 강성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교육지원실장(49·사진)은 아재곱창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 실장은 특히 제천지역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메뉴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오랜 역사를 지닌 제천지역의 전통시장에 자리 잡은 만큼 지역 주민의 기호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곱창이라는 흔한 음식을 크림곱창, 빠네치즈곱창 등 젊은층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메뉴로 개발한 것이 주효해 보인다”고 말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해 곱창을 배달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오래된 전통시장이라는 입지적 한계 등으로 매장이 좁고 테이블도 3개밖에 되지 않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마케팅 전략을 찾은 것”이라며 “작은 매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판로를 계속 개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개선할 점도 있다. 지금까지는 청년몰을 지원하는 사업단과 정부의 임차료 보조 등으로 운영을 하고 있지만 12월 이후에는 자립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강 실장은 “제천은 ‘청풍명월’의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제천중앙시장을 제천 관광 프로그램 중 한 가지 콘텐츠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완벽하게 돼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친근한 고객 응대는 물론이고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즐길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판매를 늘려나가야 보다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젊은층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자체 개발한 만큼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적극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몸이 좀 피곤하더라고 타 지역 시장 벤치마킹과 신메뉴 개발도 꾸준히 할 것을 권했다. 강 실장은 “아재곱창이 음식 솜씨를 이미 인정받은 데다 다양한 메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천=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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