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 줄었다는데…고소득층 사업소득 -11.7% 하향평준화

뉴스1

입력 2019-12-30 10:47 수정 2019-12-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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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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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감소했으나 고소득 자영업 소득은 더 크게 감소하면서 소득격차가 줄었다. 통계상으로 소득분배가 더 평등해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본질은 하향평준화일 뿐이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의 시장소득 개선정책이 분배 개선에 기여했다”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다. 이런 인식은 진정한 분배 정의를 소홀히 할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빈곤층 근로소득 감소, 고소득 사업소득 더 감소…결과는 ‘하향평준화’

2017~2018년 사이 가구소득을 소득 원천별로 보면, 저소득층인 1분위는 이 기간 근로소득 성장률이 약 -7.9%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에 반해 5분위는 근로소득이 6.3%나 증가해 시장소득에서 가장 중요한 임금소득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해졌음을 볼 수 있다.

소득격차가 줄어드는 지점은 바로 자영업자 경영소득 등을 의미하는 ‘사업소득’에서다. 지난해 1분위의 사업소득은 전년비 2.0%만 증가해 미미한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5분위의 사업소득 증가율은 -11.7%로 눈에 띄게 폭락했다. 1분위 근로소득이 내린 것보다 더 빠르게 감소했다.

5분위 사업소득의 추락이 근로소득 불평등에도 불구하고 소득분배지표를 더 평등해보이게 만든 것이다. 분배지표 개선은 소주성 정책 이후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나온 결과인 셈이다.

소득 성장률에 대한 각 부분들의 기여율을 보면 이같은 점이 더 명확해진다.

지난해 가구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공적이전소득·사적이전소득)의 분위별 증가액·증가율은 각각 Δ1분위 47만원(4.4%) Δ5분위 233만원(1.7%)이었다.

1분위 가구소득 증가에서 소득의 각 부분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보면 Δ근로소득 -55% Δ사업소득 4% Δ재산소득 -2% Δ공적이전소득 98% Δ사적이전소득 57%다. 사업소득과 재산소득은 소득 증가에 거의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고, 근로소득은 오히려 소득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반면 공적이전소득과 사적이전소득이 저소득층 가구소득 증가의 거의 전부를 설명했다. 공적이전소득은 정부지원금을 의미하고, 사적이전소득은 가족 중 누군가가 부쳐준 용돈 등을 의미한다.

근로소득이 급감한 빈곤가구는 정부든 가족이든 어딘가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적응해간 셈이다.

반면 5분위 가구소득 증가에 대한 각 소득 원천별 기여율을 보면 Δ근로소득 247% Δ사업소득 -153% Δ재산소득 -7% Δ공적이전소득 13% Δ사적이전소득 0%다. 사업소득이 폭락한 것과, 근로소득이 그것을 상쇄할 만큼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재산소득·공적이전소득·사적이전소득은 거의 소득 증감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결국 고소득층 소득 증가가 상대적으로 더뎌보이게 만든 것은 고소득 자영업의 추락이다. 고소득 자영업 추락이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고소득 근로소득 증가의 영향으로 소득격차는 더욱 빠르게 벌어졌을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의 몰락이 시장소득을 하향평준화시키면서 소득분배가 일부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상황인데 이걸 좋은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며 “자영업 몰락정책과 비슷한 정책으로 부작용이 상당했다. 자영업과 영세중소기업을 하는 사람이 몰락하면서 그쪽의 고용에도 타격을 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득의 하향 평준화, 정부 “소주성 효과” 해석

이처럼 고소득 자영업자가 추락하고 실직한 저소득층 가구는 친족·가족의 용돈에 의존하게 된 상황을 두고 청와대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최저임금 인상 등 시장소득 개선정책에 힘입어 소득분배가 개선됐다”고 해석했다.

소주성특위는 지난 19일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시장소득 개선과 소득격차 완화 가시화 -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시장소득 증가율이 저소득층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가 2018년부터 가시화됐다”고 밝혔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 17일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2018년 들어 5분위배율·지니계수 등 주요 소득분배지표들이 모두 개선됐다. 소주성특위의 보고서는 이에 대한 정부의 추가적 해석을 담은 것이다.

소주성특위 보고서의 요지는 ‘정부 지원 뿐 아니라 저소득층이 시장에서 직접 벌어가는 몫이 커져 소득격차가 완화됐다’는 것이다. 그 주요 근거는 2018년의 전년대비 시장소득 증가율이 1분위(저소득층)가 5분위(고소득층)보다 높다는 것이다.

시장소득이란 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과 사전이전소득 등을 합한 것으로, 정부에서 직접 지원받는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하고 시장활동만으로 얻은 소득을 의미한다. 보고서가 인용한 근로연령층(18~65세)의 분위별 시장소득증가율(2017→2018년)을 보면 1분위는 7.1%, 5분위는 2.0%로 1분위 시장소득이 더 빠르게 증가했다.

소주성특위가 이같은 수치를 강조한 것은 지금껏 정부의 소주성 정책에 대해 ‘최저임금정책 등으로 저소득층의 자발적 경제활동은 좌절된 반면 인위적인 정부보조금으로 그 소득을 대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데 대한 반론인 셈이다.

그러나 공적이전소득을 빼면 1분위 가구소득 증가를 견인한 건 사적이전소득뿐이다. 실직한 자식·노인에게 보내준 용돈이 증가한 것을 두고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라고 해석한 것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가계동향조사’와 다르다?…“결국 같은 내용”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앞서 분기마다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와 내용이 판이하게 달랐다. 가계동향조사에서는 2018년들어 소득분배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동향조사의 주요 소득분배지표인 5분위 분배율이 매 분기마다 역대 최악을 기록한 것이다. 2019년에 와서야 악화됐던 분배지표가 조금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이 소주성특위 보고서에서도 언급됐듯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소득분배 악화로 귀결됐다는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의 역설’(이 일어났다)”는 비판을 받은 배경이었다.

반면 지난 17일 발표된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경우 정반대로 2018년에 소득분배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입맛에 딱 맞는 결과가 나타난 셈인데, 이 통계 발표 직후 정부가 ‘가계금융복지조사가 가계동향조사보다 믿을만하다’고 주장한 배경이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당일 이례적으로 직접 브리핑을 챙기며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이용한 소득분배지표가 공식통계다. (가계동향조사보다) 이 지표를 중심으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소주성특위 보고서에서도 마찬가지로 “두 조사의 방법과 대상 등을 비교할 때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신뢰도가 더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가계동향조사보다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신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가계동향조사와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사실상 ‘하향평준화’라는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경우 지난해 소득분배지표가 개선된 것은 저소득층 근로소득이 줄었지만 고소득층 사업소득은 더 빨리 줄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가계동향조사의 지난해 소득분배지표가 악화된 것은 고소득층 사업소득 감소가 조금 더 늦게 포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1분위 근로소득 증가율은 2018년 1분기부터 전년비 -13.3%급감하기 시작해 가계금융복지조사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반면 5분위의 사업소득은 지난해 들어 증가세가 주춤하다가 올해 1분기에 들어서야 마이너스(-1.9%)로 내려갔다. 가계금융복지조사보다 1년이 늦게 마이너스로 전환된 셈이다. 가계동향조사에서 5분위 사업소득이 마이너스로 전환되자 가계금융복지조사와 마찬가지로 소득분배지표도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가계동향조사는 고소득층 자여업 소득 감소가 조금 더 늦게 파악되면서 소득의 ‘하향평준화 효과’도 그만큼 늦게 나타난 셈이다.

정부에서는 두 조사의 결과가 달리 나오자 입맛에 맞는 통계만 취하고 나머지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발표했다. 하지만 사실은 두 통계 모두 ‘저소득층 근로소득 폭락, 고소득 자영업 소득의 더 큰 폭락, 그에 따른 하향평준화 효과’라는 동일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계금융복지조사와 가계동향조사의 내용을 보면 본질은 비슷하다”며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감소가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더 빠르게 포착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소득 분배상황을 보면 저소득가구는 어렵고 고소득 가구는 좋은 모습이 가계동향과 가금복에서 모두 나타난다”며 “사업소득의 경우도 전체적으로 어렵다는 면은 두 조사가 비슷하다. 다만 자영업황의 어려움이 저소득층에서 먼저 포착되느냐 고소득층에서 먼저 포착되느냐가 다르다”고 밝혔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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