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전쟁’ 4개월만에 용단…카카오, 내년 ‘실검’ 폐지 속내는?

뉴스1

입력 2019-12-23 17:33 수정 2019-12-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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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내년 2월 포털사이트 다음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폐지한다고 못 박았다. 지난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두고 벌어진 이른바 ‘실검전쟁’이 벌어진 지 4개월 만에 내린 결단이다.

23일 카카오는 내년 2월 중 다음에서 서비스 중인 실시간 이슈 검색어를 폐지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카카오는 인물에 대한 관련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하고 인물 검색어 자동완성 추천도 정보성 키워드만 노출되도록 개편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10월 악플에 시달리던 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본명 최진리)가 세상을 등진 이후 연예 뉴스 댓글과 인물 관련 검색어를 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뉴스·검색 서비스 개편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서비스 편의성 보다는 개인의 인격과 명예, 사생활 보호 등을 우선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실검에 대해서도 폐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던 카카오는 결국 이날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실검에 대한 사회적 요구 뿐만 아니라 회사 경영 측면에서도 실검이 가진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조국 실검전쟁’으로 불거진 실검 여론조작 논란

실검은 포털사이트의 ‘간판’과도 같은 서비스다. 현재 이용자들이 어떤 키워드에 가장 관심이 많은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고, 재난이나 속보 등 국민들이 알아야 할 이슈를 신속하게 공유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검전쟁은 실검이 현재 일어나는 현상을 ‘반영’한다는 원칙과 배치된다. 일부 이용자들이 정치적 의사를 담은 특정 키워드를 의도적으로 실검 1위에 올려 실검 자체로 이슈를 ‘생산’해낸 것이다.

이에 정치권은 실검전쟁 이후 실검이 여론을 조작한다며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사이트 운영사들을 압박해왔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선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대표가 증인으로 참석해 의원들로부터 실검 서비스 개선을 요구받았고, 실시간 검색어 조작 방지 등의 내용을 담은 ‘실검법’도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특히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철에라도 한시적으로 실검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여당은 실검전쟁이 조 전 장관 임명과 관련해 발생한 사안인 만큼 “새로운 의사표현 방식”이라는 유보적인 입장이라 온도차는 있다.

◇실검 폐지로 사회적 책임 챙기고 정치적 부담 덜어

카카오는 정치권의 압박과 높아지는 포털의 사회적 책임 요구 등의 부담을 짊어지면서까지 현재와 같은 실검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최근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결과의 반영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이 돼버렸다”며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활용되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카카오의 철학과 맞지 않기에 이를 종료하고 본연의 취지와 순기능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는 물론 나머지 시장에서 구글에 밀리며 사실상 영향력이 미미해지고 있다. 반면 카카오의 주력 플랫폼인 카카오톡은 올해 ‘카카오톡 비즈보드’(톡보드)를 내놓으며 본격적인 광고 수익 창출에 나선 상황이다. 내년 비즈보드로만 매출 1조원을 기대할 정도로 성장이 가파르다. 카카오뱅크나 카카오모빌리티 등 규제와 밀접한 신사업들도 여럿이다.

이런 사업 포트폴리오 상 카카오 입장에선 다음 서비스에 일정 부분 타격이 있더라도 총선을 앞두고 실검 때문에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연예뉴스 댓글이나 실검 등을 과감히 폐지해 이용자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인상을 주는 편이 실익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개편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라며 “기존 서비스가 가진 순기능을 살리고 부작용을 보완하는 방안에 대해 길게 보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연이은 ‘폐지’ 행보에 네이버 ‘부담’

이런 카카오의 행보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네이버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서비스 폐지라는 강수를 두자 “네이버도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사업적 비중이 낮은 카카오와 달리 포털사이트가 주력인 네이버 입장에선 실검이나 댓글을 폐지하는 게 훨씬 부담이 크다. 섣불리 손을 댔다간 오히려 이용자들의 눈과 귀를 막는다는 ‘역풍’을 맞을 위험도 있다.

이에 네이버는 실검·댓글 폐지는 염두에 두지 않고 기술력을 통한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댓글창엔 악플을 걸러주는 인공지능(AI) 필터링 기술 ‘클린봇’을 적용하고 실검에는 AI 기반으로 맞춤형 검색어를 추천해주는 ‘리요’를 적용하는 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특정한 이슈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서비스가 가진 역효과를 해소하고 순기능을 극대화 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정책적 노력을 계속 해왔다”며 “일방적인 폐지 보다는 이용자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역효과를 최소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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