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운명 바꾼 호주 장학금 유학… 삶의 벙커도 두렵지 않아”
이헌재 기자
입력 2019-12-06 03:00 수정 2019-12-06 03:00
LPGA 진출 앞둔 22세 전지원
하지만 전지원은 자기 키 높이의 수동 카트를 손수 밀면서 경기를 했다. 캐디를 쓰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예전 최경주의 미국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던 임만성 IMG 이사에게는 이 작은 소녀가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64강전과 32강전, 16강전, 8강전…. 전지원의 플레이는 유망주 발굴에 나선 임 이사의 마음을 점점 사로잡았다. 결승전에서 전지원은 크리스틴 길먼(미국)에게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속상한 마음에 울고 있던 전지원은 대신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다. 글로벌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인 IMG가 그에게 선수 관리를 제안한 것이다. IMG 본사가 한국 국적의 여자 골퍼와 계약한 것은 ‘골프 여왕’ 박세리 이후 두 번째다.
미국 앨라배마대에 재학 중인 전지원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면서도 지난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스쿨(Q스쿨)을 단번에 통과했다. 그는 휴학을 하고 내년부터 LPGA투어에서 뛰게 된다.
겉으로만 보면 ‘페어웨이’만 밟은 것 같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러프’와 ‘해저드’도 많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현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동기인 이소영과 이다연 등에게 한참 못 미쳤다. 가정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유명 코치에게 개인 레슨도 받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호주 유학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중3 때 열린 한 대회에서 딱 한 번 우승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대회 우승 특전은 호주 짐붐바에 있는 힐스인터내셔널칼리지 1년 장학금이었다. 이 학교는 남자 골프 전 세계 랭킹 1위 제이슨 데이가 다닌 명문 스포츠 학교다. 원래는 1년만 하고 다시 귀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골프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높이 평가한 학교 측에서 남은 2년간의 장학금을 제안했다.
고교 졸업 후 미국 데이토나비치대도 장학금으로 입학했다. 2년간 미국 주니어 대학 내셔널 챔피언십 등에서 5번 우승한 뒤에는 남부 지역 명문대인 앨라배마대에 스카우트됐다.
전지원은 “모든 선수가 열심히 하겠지만 나는 더욱더 열심히 해야 했다. 그러면 언젠가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부딪쳤다”고 말했다.
전지원은 내년 2월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열리는 빅 오픈에서 LPGA투어 데뷔전을 치른다. 그는 “제2의 고향과 같은 호주 친구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더니 몇몇이 응원을 오겠다고 했다”며 웃었다.
내년 시즌 목표는 신인왕이다. 올해 이정은까지 5년 연속 신인왕을 차지한 한국 선배 언니들의 뒤를 잇고 싶다. “어릴 때 TV에서 박세리 프로님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을 보며 꿈을 키웠다. 우상과도 같은 박인비 프로님과 같이 경기하면서 그 담대함을 배우고 싶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240야드 내외로 평범하지만 피칭 웨지를 잘 다루고 벙커샷을 잘한다. 그는 “벙커에 공이 빠져도 전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 LPGA투어에서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주니어 시절 골프 선수로 뛰었던 남동생 전대현 씨(21)가 제대 후 누나의 캐디백을 메기로 했다.
전지원은 함께 LPGA Q스쿨을 통과한 재미교포 노예림(19) 손유정(18) 허무니(20·중국) 등과 신인왕을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샛별’ 전지원이 4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드라이버를 든 채 밝게 웃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대를 다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한 그는 “올해 LPGA투어에서 우승한 샤이엔 나이트, BMW챔피언십에서 홀인원을 한 크리스틴 길먼 등과 앨라배마대에서 함께 뛰었다. 재미있게 투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지난해 미국 테네시주에서 열린 제118회 US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전지원(22)은 언제나처럼 혼자였다. 미국 아마추어 골프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무대이니 만큼 다른 선수들은 부모나 지인이 많이 응원을 왔다. 캐디를 동반한 선수도 적지 않았다.하지만 전지원은 자기 키 높이의 수동 카트를 손수 밀면서 경기를 했다. 캐디를 쓰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예전 최경주의 미국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던 임만성 IMG 이사에게는 이 작은 소녀가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64강전과 32강전, 16강전, 8강전…. 전지원의 플레이는 유망주 발굴에 나선 임 이사의 마음을 점점 사로잡았다. 결승전에서 전지원은 크리스틴 길먼(미국)에게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속상한 마음에 울고 있던 전지원은 대신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다. 글로벌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인 IMG가 그에게 선수 관리를 제안한 것이다. IMG 본사가 한국 국적의 여자 골퍼와 계약한 것은 ‘골프 여왕’ 박세리 이후 두 번째다.
미국 앨라배마대에 재학 중인 전지원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면서도 지난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스쿨(Q스쿨)을 단번에 통과했다. 그는 휴학을 하고 내년부터 LPGA투어에서 뛰게 된다.
겉으로만 보면 ‘페어웨이’만 밟은 것 같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러프’와 ‘해저드’도 많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현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동기인 이소영과 이다연 등에게 한참 못 미쳤다. 가정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유명 코치에게 개인 레슨도 받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호주 유학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중3 때 열린 한 대회에서 딱 한 번 우승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대회 우승 특전은 호주 짐붐바에 있는 힐스인터내셔널칼리지 1년 장학금이었다. 이 학교는 남자 골프 전 세계 랭킹 1위 제이슨 데이가 다닌 명문 스포츠 학교다. 원래는 1년만 하고 다시 귀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골프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높이 평가한 학교 측에서 남은 2년간의 장학금을 제안했다.
고교 졸업 후 미국 데이토나비치대도 장학금으로 입학했다. 2년간 미국 주니어 대학 내셔널 챔피언십 등에서 5번 우승한 뒤에는 남부 지역 명문대인 앨라배마대에 스카우트됐다.
전지원은 “모든 선수가 열심히 하겠지만 나는 더욱더 열심히 해야 했다. 그러면 언젠가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부딪쳤다”고 말했다.
전지원은 내년 2월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열리는 빅 오픈에서 LPGA투어 데뷔전을 치른다. 그는 “제2의 고향과 같은 호주 친구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더니 몇몇이 응원을 오겠다고 했다”며 웃었다.
내년 시즌 목표는 신인왕이다. 올해 이정은까지 5년 연속 신인왕을 차지한 한국 선배 언니들의 뒤를 잇고 싶다. “어릴 때 TV에서 박세리 프로님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을 보며 꿈을 키웠다. 우상과도 같은 박인비 프로님과 같이 경기하면서 그 담대함을 배우고 싶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240야드 내외로 평범하지만 피칭 웨지를 잘 다루고 벙커샷을 잘한다. 그는 “벙커에 공이 빠져도 전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 LPGA투어에서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주니어 시절 골프 선수로 뛰었던 남동생 전대현 씨(21)가 제대 후 누나의 캐디백을 메기로 했다.
전지원은 함께 LPGA Q스쿨을 통과한 재미교포 노예림(19) 손유정(18) 허무니(20·중국) 등과 신인왕을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데이토나비치대 재학 당시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동료들과
함께 트로피를 들고 있는 전지원(가운데). 전지원 제공
::전지원은…::△생년월일: 1997년 5월 26일 △고향: 경기 광명시 △출신교: 대구 경암중-힐스인터내셔널칼리지(호주)-데이토나비치대(미국)-앨라배마대(미국·휴학 중) △주요 경력: 2018년 제118회 US여자아마추어대회 준우승, 2019년 LPGA 퀄리파잉 토너먼트 통과 △취미: 크로스핏 △사용 클럽: 미즈노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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