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대식]아이들 장래희망 직업 2위 ‘건물주’
김대식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입력 2019-10-28 03:00 수정 2019-10-28 03:00
한 매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생 장래희망 직업 2위는 ‘건물주, 임대 사업자’였다.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른 요새 아이들의 장래 희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요즘 세상에 건물주가 상징하는 가장 큰 덕목은 안정성이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로펌에서 증권 금융 업무만 수행한 금융 전문 변호사이자 오랜 직접투자 경험으로 제도권 프랍 트레이더 제안까지 받아 본 필자가 보기에도 국내 금융시장에서 노후자금이나 여유자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 상품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전 국민의 여유자금은 금융 시장을 외면하고 건물주라는 꿈을 찾아 부동산, 특히 주택 시장으로 집중 유입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그 대가로 우리는 수직 상승하는 주거비용과 집값 때문에 서로의 미래를 저당잡히며 오늘도 부족한 가처분 소득을 쪼개 집세를 올려 주거나 담보대출을 상환하는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뭘까. 해답은 간단하다. 여유자금만 생기면 집을 사대는 우리의 행동 패턴이 바뀔 수 있도록 투자 대상을 다양화 시켜 주면 된다. 건물을 반드시 직접 사지 않아도 건물주가 될 수 있는 우회로를 열어 주면 되지 않겠나. 어떻게 보면 이것이 상장 리츠 활성화 방안의 근본적인 목표일 수도 있다.
상장 리츠는 어렵게 얘기하면 공모형 부동산집합투자기구 중 상장된 부동산투자회사를 의미하는 것이고, 쉽게 얘기하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살 수 있는 부동산의 지분을 의미한다. 그래서 리츠를 HTS로 사면 건물을 공동구매한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건물주처럼 임대료나 시세 차익을 다른 투자자들과 나눠 가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리츠가 활성화되면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여유자금이 주택 말고도 새로운 부동산 시장으로 분산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노후 자금으로 건물주나 임대 사업자가 되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들의 꿈이 작은 지분이나마 현실화되는 혜택을 보너스로 챙길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금융시장의 부침을 현장에서 경험한 금융 전문 변호사로서, 그리고 리츠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부동산투자회사법 전면 개정 연구 용역의 최종 책임자로서, 이제야 기지개를 켜는 상장 리츠시장을 지켜보는 필자의 감회 또한 남다르다.
시장은 준비됐고 제도도 마련됐다. 이제 국회에서 부동산투자회사법만 개정된다면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김대식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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