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너지협의회 김영훈 회장 “ICT 앞선 韓, 미래에너지 중심국 될 것”
서동일 기자
입력 2019-08-13 03:00 수정 2019-08-13 03:00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김영훈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회장(67·대성그룹 회장)은 “에너지 산업이 대전환기를 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9월 열리는 ‘세계에너지총회’를 끝으로 세계 최대 민간 에너지 기구인 WEC 회장직의 3년 임기를
마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국은 더 이상 에너지 변방국이 아닙니다.”12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세계에너지협의회(WEC) 김영훈 회장(67·대성그룹 회장)은 세계 에너지 시장이 ‘대전환기’에 있다고 분석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 에너지 시장은 자원·자본 집약 산업에서 지식·기술이 집약된 첨단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정보통신기술(ICT)이 앞선 한국은 이 흐름 속에서 미래 에너지 시장의 중심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WEC는 총 90개국이 회원국으로 있는 세계 최대 민간 에너지 기구다.
김 회장이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기술로 꼽은 것은 총 3가지다.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원자력 발전’ 등이다. 모두 세계적으로 시장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이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그동안 에너지 시장은 자원이 많은 국가가 주도했지만 이제는 태양광과 풍력 등 누구나 활용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등을 보다 잘 활용하고 저장하는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이나 국가가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에너지 관련 중견기업 회장이 유럽, 북미가 주도해 온 WEC의 회장직을 수행했다는 것이 이미 에너지 시장의 초점이 변하고 있다는 가장 큰 증거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2016년 WEC 회장에 취임한 김 회장은 다음 달 9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세계에너지총회’를 마지막으로 임기를 마친다.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에너지총회는 150개국 에너지 관련 기업 및 정부 관계자, 학자 등 1만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 에너지 올림픽’이라 불린다. 김 회장은 2013년 대구세계에너지총회 유치를 주도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12년 동안 WEC를 무대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회장, 공동회장 등을 맡으며 한국의 에너지 산업을 대표하는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그가 생각하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묻자 “‘PI 이코노미(Post Industry economy)’ 시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개념을 소개했다. 그는 “태양력, 풍력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에너지원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고, 원자력은 안전성 문제가 계속 뒤따른다”며 “새로운 에너지원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1, 2차 산업혁명이 각각 증기와 전기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동력으로 한 변화였고, 3, 4차 산업혁명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술적 변화라고 주장했다. 이제는 새로운 에너지 동력을 찾는 ‘진짜’ 산업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에너지의 저장, 활용 단계를 넘어 미래 100년, 200년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며 “이를 찾는 국가 혹은 기업이 미래 진짜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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