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 활용에 적극적 나서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전 KT 사장

입력 2019-07-24 03:00 수정 2019-07-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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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술이라면 의료 정보는 그 재료에 해당한다. 요리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식재료가 별 볼 일 없으면 좋은 요리를 만들기 어렵다. 의료는 수술과 같이 칼을 들고 하는 행위도 있지만 진료는 원천적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정보과학이다.

청진기를 들고 진단하는 것은 소리를 통해 축적된 경험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며, 혈액검사는 수치화된 정보로 신체의 상태를 판단하는 것이다. 또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초음파 등은 영상 정보로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게 해준다. 최근엔 인공지능에 의해 진단하고 처치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로봇까지 결합되면 주사, 마취, 수술까지도 할 수 있게 된다.

정보과학은 정보를 먹고 자란다. 정보의 생성에서부터 축적, 분석 모든 단계에서 정보에 접근할 기회가 늘어야 의료기술이 늘고 산업이 커질 수 있다. 적어도 응급 상황에서 필요한 개인별 의료 정보를 국가가 관리하고 의료 현장에서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응급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 의사는 개인 의료 정보를 펼쳐놓고 준비할 수 있다. 도착 후에 검사한다고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없게 된다. 나아가 현재 본인이 정보매체를 들고 원하는 병원에 전달하는 것도 국가가 철저히 관리체계를 만들고 개인 동의 여부에 따라 공유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유전자(DNA) 정보를 활용해 범인을 색출하거나 친자나 본인 확인 여부를 가리는 정도에 쓰이고 있으나 많은 사람의 DNA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유전적 질병 발병 확률이나 암을 비롯한 특이 질병 유발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해 대비할 수 있다.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고도의 보안 정보가 아니라면 정보는 공유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는 정보 공유에 대해 부정적일 뿐 아니라 국수적이기까지 하다. 한 예로 외국에서 들여온 인공지능 암진단 시스템(왓슨)을 국내 환자의 진료데이터를 이용해 개선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안 된다. 우리 환자들의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은 우리 환자들에게 최적화되기 마련으로 기능을 향상시키면 우리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인공지능 음성인식이 한국 사람들의 말을 많이 학습해야 우리말 인식률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 정보 중 개인 신상에 관한 사항은 가리고서라도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해 국내외 가릴 것 없이 개발자들이 합종연횡해 의료기술을 발전시켜 환자 진료 수준을 높이고 의료산업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바야흐로 전 세계가 데이터를 활용하는 능력으로 산업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을 재편하는 세상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아무리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전문가를 키운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런 뜻에서 지난 정부에서 정부의 정보공개를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았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 마치 좋은 자동차를 만들자고 하면서 엔진 개발에만 집중하고 연료 개발은 등한시하는 형국이다. 데이터는 미래라는 자동차를 끌고 가는 연료이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전 KT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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