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시승기]완성형 전기차로 진화한 ‘쏘울 부스터 EV’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9-06-22 12:50 수정 2019-06-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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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전기자동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는 처음으로 연간 3만대를 넘어섰다. 전년(1만4337대)과 비교해 117.3%나 급증했다. 2015년 2907대 불과했던 전기차 시장 규모는 10배 이상 늘었다.

최근에는 1인용 소형차부터 세단, SUV까지 소비자들이 입맛에 맞는 전기차를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종류도 워낙 다양해졌다. 특히 전기차 선택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주행거리가 개선돼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관련 투자 및 개발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 업체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기차를 기존 14종에서 23종으로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크로아티아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 업체인 리막 오토모빌리에 1000억 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며 시장 선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1년 ‘레이 EV’로 포문을 연 뒤, 쏘울·아이오닉·니로·코나를 차례로 출시하며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알리고 있다.

이번에 만나본 2세대 쏘울 부스터 EV는 다방면에서 획기적으로 상품성이 개선돼 ‘완성형 전기차’로 꼽히는 모델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경기도 안양 및 수도권 일대를 돌아보며 신형 쏘울 전기차를 세심히 파악해봤다.

우선 출발 전 목적지 주변 전기차 충전소 위치를 확인한 후 주행에 나섰다. 제원상 1세대 쏘울 EV이 주행거리 130km대였던 것에 반해 이번 2세대 모델은 최장 386㎞까지 늘어나 배터리 방전에 대한 불안요소는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돌발 상황을 대비하는 습관은 중요하다. 전기차 충전소 어플리케이션인 ‘포렙(사진)’은 주변 시설 안내는 물론 신용카드와 차량을 등록하면 간편하게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기능을 넣어 편리한 전기차 생활을 돕는다.

쏘울 EV 외관 디자인은 가솔린 모델과 공유한다. 시대를 앞서가는 ‘아이코닉 디자인’이 세대 변경을 거쳐 잘 다듬어진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 하이테크 감성까지 담아내며 미래지향적인 매력을 뽐냈다. 전면에서는 헤드램프와 그릴 변화가 눈에 띄었다. 일자형 수평 헤드램프로 날렵함이 표현됐고,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액티브 에어플랩 기능이 갖춰졌다. 또한 전용 에어로 휠이 장착되고 파라매트릭 패턴 디자인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후면부 디자인 변화는 강렬하다. 루프까지 이어지며 뒷유리를 감싸는 형태로 바뀐 후미등은 우주선의 부스터를 연상케 한다. 또 트윈 머플러는 스포티한 느낌을 살렸다.

실내는 소형 SUV 못지않게 널찍하다. 전장 4195mm, 전폭 1800mm, 전고 1605mm, 휠베이스 2600mm 등 소형 SUV에 버금가는 공간을 확보했다. 또한 아치형으로 연결된 대시보드 레이아웃과 원형으로 디자인된 센터페시아, 소리의 확산을 시각화한 사운드 무드램프 등 실내 디자인을 독창적으로 꾸몄다.

또한 실내에는 △충전량, 회생제동량, 주행가능거리 등 전기차 특화 콘텐츠를 확인 할 수 있는 슈퍼비전 클러스터 △충전 시 차량 외부에서도 충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 상단의 ‘배터리 충전 상태 표시등’ △직관성 조작성을 제공하는 다이얼 타입 전자식 변속레버 등으로 차별화된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구현했다.

EV 모델은 이전에 비해 용량을 2배 이상 늘린 64kWh 고용량고전압 배터리가 탑재된 것이 특징이다. 효율적인 배터리 냉각을 위한 수냉식 냉각시스템도 들어갔다. 장거리 운행을 고려한 장치다. 출력은 이전에 비해 80% 이상 개선했다. 150kW급(약 204마력) 최고출력을 발휘하고 저부하 토크 영역에서 효율을 증대시킨 모터가 장착됐다. 모터는 최적 설계를 통해 크기와 중량을 줄인 통합전력제어장치(EPCU)와 저손실 베어링 등이 적용돼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게 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시동을 걸면 대표적인 전기차 특성을 고스란히 전달 받을 수 있다. 전기차는 자동차에 장착된 전기 배터리에서 구동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소음이 적다. 쏘울 역시 실내가 무척 조용해 계기판이 활성화 되고나서야 시동 유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특성은 초반 가속력이다. 가속페달을 꾹 밟자 쏘울 EV는 미끄러지 듯 빠른 속도로 튀어 나갔다. 이는 전기모터가 만들어내는 초반 높은 토크(40.3kg.m) 때문이다. 덕분에 쏘울은 도로의 제한속도까지 빠르고 무리 없이 치고 나갔다. 고속에서도 대체적으로 정숙하면서 부드러운 주행이 이어졌다. 시속 60~70km 수준에서의 핸들링 감각은 무난한 편이다. 박스카 모양이어서 쏠림 현상을 느낄 수는 있지만 안전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쏘울 EV는 회생제동시스템을 통해 스스로 충전해가며 주행을 이어간다. 회생제동시스템은 3단계로 세분화돼 활용할 수 있다. 스티어링휠 뒤쪽에 위치한 패들시프트를 활용하면 강도 조절이 가능하다. 급속 충전이 필요할 경우 오른쪽 패들시프트를 조작해 3단으로 높이면 된다. 이때 급제동이 동반되기 때문에 편안한 승차감을 기대하긴 어렵다.

수준 높은 주행보조시스템과 각종 편의사양은 쏘울 EV의 또다른 강점이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자율주행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양산차에 접목되면서 신차 경쟁력이 크게 올라간 것이다.

실제로 시승 내내 쏘울 EV 운전보조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존했지만 불편함 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운전대에 손을 올려놓고 있으면 차가 알아서 속도도 낮추고 차간 간격도 맞췄다. 곡선주로에서도 차선 중앙을 완벽히 유지하며 코너를 빠르게 탈출했다. 전방충돌방지보조(FCA)·전방충돌경고(FCW)·차로이탈방지보조(LKA)·차로이탈경고(LDW)·운전자주의경고(DAW) 등 시스템이 결합돼 차의 안전을 돕는다.

음성인식시스템 ‘카카오i’를 사용하면 운전 시 불필요한 공조시스템 조작을 최소화할 수 있다. 스티어링휠에 위치한 음성인식을 버튼을 누른 뒤 목적지를 말하면 카카오i는 이내 원하는 결과를 정확히 안내해줬다. 실내 온도 역시 말 한마디면 구체적으로 설정 가능했다.

쏘울 EV 복합연비는 5.4km/kWh다. 서울-안양-일산 일대 약 200km를 달리며 측정해본 결과는 7.3km/kWh가 나왔다. 고속도로와 도심 주행 비율은 각각 7대 3이었다. 전기차는 고속주행보다 저속구간 연비가 더 좋아 도심에서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다. 신차 가격은 4630만~4830만 원에 책정됐다. 각 지자체가 지원하는 보조금을 받으면 차량 가격은 400만~500만 원 정도 내려간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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