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재정 과감한 역할 필요”… 적자살림에도 확장정책 주문

문병기 기자

입력 2019-05-17 03:00 수정 2019-05-17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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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정전략회의]재정건전성 급속 악화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적극적인 재정을 주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당정청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왼쪽부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 총리, 문 대통령, 이 대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아직 국민들께서 전반적으로 삶의 질 개선을 체감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 앞으로 재정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낙관적인 경제인식을 두고 야당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소득주도성장과 공공일자리 창출 등의 체감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재정지출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는 것. 올 들어 나라 살림이 적자로 바뀌고 버스 파업 철회 과정에서 예산 지원을 약속하는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초강력 재정확대 방침을 예고하면서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지금은)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당정청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한 이날 회의에서 나라 곳간을 더 과감히 열어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와 고용시장 밖에 놓여 있는 저소득층이 겪는 어려움은 참으로 아픈 부분”이라며 “고용확대와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과 같은 고용안전망 강화, 자영업자 대책 등에 재정의 더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을 보완하고 공공일자리를 확충하는 데 재정지출을 늘릴 것을 주문한 셈이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대치였던 올해 증가율(9.7%)을 웃돌아 510조 원을 훌쩍 넘어서는 ‘초(超)슈퍼예산’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지난해까지 반도체 호황 등으로 세수가 늘면서 흑자였던 나라 살림이 올 초 적자로 돌아섰다는 것.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재정수지가 단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도 있을 것”이라며 “우리의 국가재정이 매우 건전한 편이기 때문에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예산은 결코 소모성 지출이 아니다. 우리 경제사회 구조개선을 위한 선투자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지출 확대 분야에 대해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 소득개선, 일자리 창출, 미세먼지 저감 투자, 혁신성장을 위한 연구개발투자, 신남방·신북방정책 지원, 남북 간 판문점 선언 이행 지원 분야를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과감한 재정지출을 강조한 것은 세계 경제둔화 속에 제조업 침체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세계 경제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되면서 1분기 성장이 좋지 못했다”며 “재정이 경제활력 제고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직장인들의 소득과 삶의 질은 분명히 개선됐다”며 “저임금근로자 비중과 임금 5분위 배율이 역대 최저로 낮아졌고 상용직과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크게 늘었다”며 경제성과를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낙관적 경제인식이라는 비판에 대해 “좀 큰 그림을 봐 달라”며 “3대 신용평가사가 한국을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외국인 투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한반도에서 불고 있는 평화의 바람이 외국인들에게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보완 필요성을 제기한 상황. 지난해 최대규모였던 외국인 직접투자도 올 1분기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양극화 등 부정적인 지표에 대한 토론도 이뤄졌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저소득층의 소득과 분배 악화 추세가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며 “기초생활보장 강화와 빈곤해소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저소득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범정부적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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