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학술단체, 한국서도 엉터리 학회 개최 홍보

동아일보

입력 2019-04-10 03:00 수정 2019-04-10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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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믹스 “올해 21개 학회 개최” 주장… 확인 결과 일정-연사 등 허위 기재
참가자 모집되면 그제야 장소 예약, 적당히 행사 치르고 참가비 챙겨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낙마에 결정적 사유가 된 ‘부실 학회’를 개최한 인도계 학술출판단체 ‘오믹스(OMICS)’가 국내에서도 학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학회 참석을 거부한 한국 연구자를 주요 참가자로 홍보하고, 개최 장소로 국내 호텔 이름을 무단 사용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9일 오믹스의 학회 정보 사이트 ‘콘퍼런스 시리즈’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개최 예정인 오믹스 주최 학회는 21개. 이 가운데 개최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학회 4개의 내용과 주요 연사, 개최 장소 등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정보가 가짜였다. 전 세계에서 수백, 수천 명이 찾아오는 국제 학술행사에 주요 연사와 장소 등을 허위로 기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이트에 이달 29, 30일 열리는 것으로 소개한 ‘28회 월드 너싱케어 콩그레스’의 경우 기조연설자로 한국의 한 국립대 간호학과 A 교수 이름이 올라 있지만 사실과 달랐다. A 교수는 “연사 초청 메일이 왔지만 내용이 부실해 거절했다”며 “몇 번이나 빼달라고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다”라고 말했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A 교수의 기조강연 제목도 지난해 11월 그가 다른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제목을 그대로 베낀 것이다.

오믹스가 이달 말과 다음 달 초 각각 연다고 한 학회 두 곳은 개최 장소가 엉터리였다. 해당 호텔 관계자는 “예약과 관련해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웹사이트에 호텔 이름이 올라가 있어 삭제를 요청했지만 답이 없다”고 했다.

과학계에 따르면, 오믹스 등 부실 학술단체는 비슷한 시기에 한 도시에서 집중적으로 여러 개의 학회 개최 공고를 내고 참가자를 모집한 뒤 실제 모집이 되면 그제야 장소를 예약하고 행사를 여는 수법을 쓰고 있다.

부실 학술단체는 엉터리 학술정보 웹사이트를 차리고 학문적 가치가 거의 없는 학회를 개최해 논문 발표 실적에 급한 연구자들을 모집해 돈을 번다. 오믹스 학회도 단순 참가만 해도 개인당 최소 약 70만 원의 참가비를 걷는다. 지난해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런 부실 학회는 조사된 것만 전 세계에서 7000개 이상이다.

조승한 shinjsh@donga.com·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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