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못해 죄책감” 국민들의 주택 우울증 호소에도…
강성휘기자
입력 2018-09-06 19:12 수정 2018-09-06 20:58
[퇴근길 칼럼]
기사를 읽은 수만 284만 번, 댓글은 무려 1만9140개가 달렸다. 온라인 포털 네이버와 다음에 오른 본보 5일자 ‘“그때 집 샀어야 했는데”…상대적 박탈감에 가정불화-우울증’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향은 이 정도였다. 개인 메일로 하소연 하는 사연도 속속 도착했다.
동아일보가 ‘쉼 없이 뛰는 서울 집값’ 시리즈를 기획한 건 부동산 기사에 관심 없던 주변 사람들마저 “서울 집값이 미쳤다”며 “왜 그러느냐”고 묻는 일이 많아져서다. 실제로 자료를 분석해보니 서울 집값은 무려 49개월 동안 줄곧 올랐다. 역대 최장 상승기록이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동산 가격 문제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던 말을 믿어 주택을 팔았거나, 살 시기를 놓친 무주택자들의 속은 대체 얼마나 쓰릴까. 서울 아닌 다른 곳에 집을 산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또 어떨까. 취재를 할수록 분노와 허탈감, 우울증은 모든 세대가 겪는 공통된 현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2030세대는 직장이나 스펙이 아니라 집 때문에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할 거라는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다. 쓸 돈은 많고 벌이는 늘지 않는 4050세대의 분노와 허탈감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집 가진 6070세대도 오르는 집값에 늘어나는 세금 때문에 잠자리가 편치 않았다.
취재하며 다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단 댓글을 통해 기사에 공감하는 2만 명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소개해본다. “진짜 살 맛 안난다. 저금 하는 내가 등신 같아서”, “투기를 못해 죄책감마저 든다. 자식들에게 미안하다”, “대체 정부는 집값 안 잡고 뭐하나. 이게 정상인가” 등의 댓글에는 수백 개의 ‘좋아요’가 붙었다. “딱 우리집 이야기다. 작년부터 남편과 계속 싸워서 지금은 거의 이혼 직전까지 갔다”는 내용의 댓글들은 셀 수도 없었다.
간간이 “서울에 살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된다”거나 “그래서 집 없는 사람은 죄인이라는 것이냐”라는 댓글도 있긴 했다.
이처럼 대부분 국민이 주택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는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는 이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 듯하다. 정책 당국자들이 조용히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도 모자랄 때에 그는 라디오방송에 나와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댓글 하나를 소개한다. “왜 서울에 살려고 욕심을 부리냐”는 댓글에 달린 추가글이다. “열심히 돈 벌어 더 나은 환경으로 가려던 희망의 싹이 뭉개져버린 현실이 화가 나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많은 사람이 내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게 주택정책이 지향할 바”라고 말했다. 이제는 진짜 그런 정책이 필요한 때다.
강성휘기자 yolo@donga.com
기사를 읽은 수만 284만 번, 댓글은 무려 1만9140개가 달렸다. 온라인 포털 네이버와 다음에 오른 본보 5일자 ‘“그때 집 샀어야 했는데”…상대적 박탈감에 가정불화-우울증’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향은 이 정도였다. 개인 메일로 하소연 하는 사연도 속속 도착했다.
동아일보가 ‘쉼 없이 뛰는 서울 집값’ 시리즈를 기획한 건 부동산 기사에 관심 없던 주변 사람들마저 “서울 집값이 미쳤다”며 “왜 그러느냐”고 묻는 일이 많아져서다. 실제로 자료를 분석해보니 서울 집값은 무려 49개월 동안 줄곧 올랐다. 역대 최장 상승기록이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동산 가격 문제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던 말을 믿어 주택을 팔았거나, 살 시기를 놓친 무주택자들의 속은 대체 얼마나 쓰릴까. 서울 아닌 다른 곳에 집을 산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또 어떨까. 취재를 할수록 분노와 허탈감, 우울증은 모든 세대가 겪는 공통된 현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2030세대는 직장이나 스펙이 아니라 집 때문에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할 거라는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다. 쓸 돈은 많고 벌이는 늘지 않는 4050세대의 분노와 허탈감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집 가진 6070세대도 오르는 집값에 늘어나는 세금 때문에 잠자리가 편치 않았다.
취재하며 다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단 댓글을 통해 기사에 공감하는 2만 명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소개해본다. “진짜 살 맛 안난다. 저금 하는 내가 등신 같아서”, “투기를 못해 죄책감마저 든다. 자식들에게 미안하다”, “대체 정부는 집값 안 잡고 뭐하나. 이게 정상인가” 등의 댓글에는 수백 개의 ‘좋아요’가 붙었다. “딱 우리집 이야기다. 작년부터 남편과 계속 싸워서 지금은 거의 이혼 직전까지 갔다”는 내용의 댓글들은 셀 수도 없었다.
간간이 “서울에 살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된다”거나 “그래서 집 없는 사람은 죄인이라는 것이냐”라는 댓글도 있긴 했다.
이처럼 대부분 국민이 주택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는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는 이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 듯하다. 정책 당국자들이 조용히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도 모자랄 때에 그는 라디오방송에 나와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댓글 하나를 소개한다. “왜 서울에 살려고 욕심을 부리냐”는 댓글에 달린 추가글이다. “열심히 돈 벌어 더 나은 환경으로 가려던 희망의 싹이 뭉개져버린 현실이 화가 나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많은 사람이 내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게 주택정책이 지향할 바”라고 말했다. 이제는 진짜 그런 정책이 필요한 때다.
강성휘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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