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중개업소에 단속반 들어서자 급하게 어딘가로 전화를…
주애진기자
입력 2018-08-13 17:14 수정 2018-08-13 17:20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아파트 5단지 중앙상가 1층 입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국토교통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과 서울시 공무원으로 구성된 합동단속반이 들이닥쳤다. 중개업소 직원 4명은 당황하며 막아섰지만 “합동단속 왔습니다”라는 말에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단속반이 들어서자 한 직원은 급하게 어디로 전화를 걸며 자리를 떴다. 다른 직원은 바깥의 취재진에 “(카메라로) 찍지 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중개업소가 있는 상가의 다른 중개업소들은 미리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날 현장단속은 3일 국토부와 서울시가 ‘부동산 시장관리협의체’ 회의를 열고 서울 집값 상승세에 공동 대처하기로 한 뒤 두 번째다. 합동단속반은 앞서 7일 용산구 일대를 조사했고, 이후 서울시도 강남구 등에서 자체 단속을 했다. 이날부터 국토부, 서울시, 국세청, 한국감정원이 합동으로 자금조달계획서 등 실거래 신고 내역 조사에도 나섰다.
정부가 전방위적인 단속과 조사로 시장을 압박하고 나선 건 최근 서울 집값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만에 0.18% 올라 올 2월 26일(0.21%) 이후 23주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이날 단속에 동행한 하창훈 국토부 부동산산업과장은 “용산, 마포, 영등포,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등에서 집값이 과열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불법 청약, 불법 전매, 업·다운 계약서 작성 등 불법 행위를 고강도로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단속 강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이날도 송파구 일대 3개 팀 8명이 단속에 나섰지만 중개업소들이 문을 닫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문을 닫아도 의심 정황이 포착되면 특사경을 통해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겁주기’식 단속 탓에 정상적인 거래마저 위축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A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요즘 아예 문을 안 열고 있다. 임대료 등 고정적으로 드는 비용은 있는데 장사를 못하게 하니까 죽겠다. 우리가 집값 올린 것도 아닌데…”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이날 현장단속 과정에서도 상가 관계자가 “부동산 중개사도 자영업자인데 이렇게 장사를 못하게 하면 되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주애진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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