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불황에 최저임금까지… 도저히 버틸수 없어”

김성규 기자 , 유성열 기자

입력 2018-07-26 03:00 수정 2018-07-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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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불복종 제조업으로 확산
“인상안 따르거나 회사 문닫거나”… 2·3차 협력사들 폐업속출 위기감
다른지역 중기로 확산 가능성… 서울선 ‘소상공인 운동연대’ 출범


제조업의 메카 울산에서 중소기업들이 내년도 최저임금에 불복종하기로 한 것은 조선업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 인건비까지 인상되면 폐업이 속출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원준 울산광역시중소기업협회 회장은 “조선업 불황으로 일감이 줄고 제품 단가도 낮아져 겨우 일하고 있는데, 인건비가 이렇게 빨리 오르면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안을 따르거나 회사 문을 닫거나 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 협회 회원사는 주로 제조 대기업의 2·3차 협력사들이다.

중소기업의 잇따른 폐업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25일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간이주점과 기타 음식점, 노래방, 문구점 등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업종이 꾸준히 감소했다. 간이주점은 올해 1∼4월 전년 동월 대비 3%씩 감소했다. 문구점은 같은 기간 4%대씩 줄었다.

울산에서 중소기업인들이 불복종을 선언하면서 불복종 운동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울산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표적 생산시설이 몰린 제조업의 중심지여서 업체 수도 많고 상징성도 커 다른 지역 중소기업들에 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길호양 구미중소기업협의회 상근부회장은 “이곳도 중소기업인들이 모이기만 하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우리도 불복종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길 부회장은 “어차피 결정이 바뀔 것 같지도 않고 혹여나 당국에 ‘미운털’이라도 박힐까 봐 나서려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불복종이 확산된다면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에선 이미 불복종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4일 한국외식업중앙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과 연대해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를 출범시키고 불복종 운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운동연대는 다음 달 광화문 등에 천막투쟁본부를 설치하고 27일 총궐기하기로 했다.

소상공인과 동일한 사용자 측으로 분류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이의신청을 냈다.

국회에서도 최저임금은 뜨거운 이슈였다. 25일 고용부와 최저임금위원회 등의 업무보고가 이뤄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저소득층 근로자에 대한 최저생계를 보장해줘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본적으로 임금이나 근로시간 문제는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사실상 배제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국회에서 개정안을 낸 만큼 심의할 때 같이 논의하고 정부 의견도 내겠다”고 답했다. 환노위에는 국회가 공익위원을 추천하는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정진석 한국당 의원 대표 발의)이 계류 중이다.

김성규 sunggyu@donga.com·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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