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현대아산 ‘7대 對北사업권’

한우신기자

입력 2018-05-01 03:00 수정 2018-05-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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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협 재개때 사업권 유지될까

2003년 9월 시작된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한 관광버스들이 비무장지대를 넘는 모습. 현대아산은 1998년 11월 선박을 이용한 금강산 관광을 시작으로 개성공단 개발과 운영, 개성관광 등 남북 경협 사업을 주도해 온 기업이다. 현대아산 제공
남북 정상회담 이후 현대아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 금강산 관광 사업과 개성공단 운영 등 대표적인 남북 경제협력(경협) 사업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현대아산도 “대북 유엔제재가 풀리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금강산 관광 등 경협 사업을 언제라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현대아산이 기대하는 것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말고도 북한에서 할 수 있는 7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이다. 북한에서 철도 통신 전력 등 핵심적인 사회 인프라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사업권으로 부가가치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실현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아산이 7개 SOC 사업권을 얻은 것은 2000년 8월이다.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2개월 후다. 사업 논의를 위해 정몽헌 현대아산 당시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6월과 8월 2차례 만났다. 현대아산의 협업 파트너는 북한 통일전선부 외곽 조직으로 대외 경제 협력을 담당하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였다. 아태위원회로부터 현대아산은 전력사업, 통신사업, 철도사업, 통천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명승지 관광사업 등 7개 사업을 최소한 30년 이상 운영할 권리를 얻었다. 당시 그 대가로 5억 달러(약 5350억 원)를 지불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아산이 가진 사업권은 막대한 수익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대아산 주가가 올해 초 1만 원대 중반에서 이달 중순부터 5만 원 내외를 오가며 가격이 오른 것도 시장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다.


문제는 실현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는 데 있다. 현대아산은 “실제 사업을 진행하려면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유효한 사업권을 보유한 것만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0년 사업권 획득 후 18년 동안 실질적으로 진행된 건 없다. 2003년 3월 북측 아태위원회가 7개 사업 이행 의지를 재확인한 게 전부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한반도 통합철도망 사업 구상은 지난해 정부가 마련한 ‘한반도 통합철도망 마스터플랜’을 기반으로 한다. 마스터플랜은 2015년부터 2년간 연구 끝에 완성됐다. 논의 과정에 현대아산이 참여한 사실은 없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대아산이 철도를 포함한 7개 SOC 사업권을 보유한 사실은 알고 있지만 이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논의할 계획은 아직 없다”며 “경협 사업 재개를 위해서는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우선이고 이후 민간 기업 참여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아산이 보유한 통신사업권은 북한 내 무선통신 사업 운영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이미 오라스콤이란 이집트 회사가 세운 고려링크가 이동통신사업을 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현대아산을 여전히 유효한 투자 파트너로 인정할지도 변수다.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북한은 2011년 6월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현대아산의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한 바 있다. 현대아산이 사업권을 얻는 대가로 북한에 지불한 돈이 2003년 대북 송금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점도 골칫거리다. 당시 송금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결 내려졌고,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재계 및 남북 경협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논란이 있다 하더라도 현대아산이 비용을 지불하고 얻은 사업권리 자체는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대아산 사업권은 기업들이 제3세계에 투자한 것과 같은 시각으로 봐야 한다”며 “현대아산과 남북 정부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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