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中企가라는데… 이직률은 갈수록 껑충

조건희 기자

입력 2018-03-26 03:00 수정 2018-03-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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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中企5% > 대기업 2.8%
이직률 격차 역대 최대로 벌어져
中企비자발적 이직도 대기업 추월… 청년 일자리 대책 실효성 불투명


지난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이직률 격차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가 원치 않은 이직의 비율도 중소기업이 월등히 높았다. 정부가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회사에 남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중소기업 근로자가 많다는 뜻이다.

25일 고용노동부의 고용노동 통계에 따르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이직한 월평균 근로자는 통계를 집계한 2010년 48만7441명에서 지난해 77만1105명으로 42.7% 늘었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이직자가 같은 기간 8만7703명에서 7만5767명으로 13.6%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른 중소기업의 연간 이직률은 2010년 4.6%에서 지난해 5.0%로 상승했다. 월평균 100명이 근로한 업체의 연간 이직률이 5%라면 매달 평균 5명이 회사를 그만뒀다는 얘기다. 한 해로 치면 직원의 60%가 물갈이된 셈이다.

반면 지난해 대기업의 연간 이직률은 2.8%로 사상 최저였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이직률 격차는 2010년 0.7%포인트에서 지난해 2.2%포인트로 벌어졌다.

주목할 점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회사를 떠나야 했던 중소기업 이직자가 많아진 점이다. 2010년에는 전체 이직자 중 근로계약이 끝나거나 구조조정, 폐업, 합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난 이직자의 비율이 중소기업(38.8%)보다 대기업(59.6%)이 높았다. 하지만 비자발적 이직률은 2013년 중소기업 43.2%, 대기업 41.4%로 역전됐고, 지난해엔 중소기업 54.2%, 대기업 40.6%로 간격이 더 커졌다.

중소기업 이직자 가운데 대기업과의 연봉 격차나 상대적으로 긴 노동 시간, 전문성을 키우기 어려운 환경 등을 이유로 스스로 회사를 떠난 사람보다 회사 자체가 어려워져 사실상 쫓겨난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다. 최근 정부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각종 세금 혜택과 목돈 마련의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기존 재직자의 고용 안정성조차 담보하기 힘든 셈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직률이 높다는 것은 근로자가 비전을 찾기 어려워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단발적인 소득 보전보다 일을 계속하려는 동기를 부여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중소기업의 비자발적 이직률이 높아지는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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