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이혼 못할 가톨릭식 결혼” “결혼했으니 뜨겁게 사랑”

한상준 기자 , 이건혁 기자 , 황성호 기자

입력 2018-01-10 03:00 수정 2018-04-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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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UAE 2인자’ 칼둔 면담

“결혼 생활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안 좋을 때도 있지만 화합해 극복하는 게 결혼 생활 아니겠느냐.”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9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임 실장의 UAE 방문 당시 “박근혜 정부 후반기에는 연락도 잘 안됐다”고 밝혔던 UAE의 실력자가 각종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양국 관계를 결혼생활에 빗대 과거 불편했던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하고 향후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UAE 2인자인 칼둔 청장은 임 실장을 만난 뒤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왕세제의 친서를 전달했다.


○ 文대통령 UAE 방문 일정 앞당길 계획

문 대통령은 칼둔 청장과의 회동에서 “앞으로도 한-UAE 간 신의를 바탕으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칼둔 청장은 “한국은 UAE의 가장 소중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고 말했다. 칼둔 청장은 또 “양국은 이혼을 허락하지 않는 가톨릭식 결혼을 했다”고 덕담을 했고, 문 대통령은 “결혼 했으니 뜨겁게 사랑합시다”라고 화답했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친서에서 문 대통령의 빠른 방문을 요청했다. 당초 올해 말 한국이 UAE에 짓고 있는 바라카 원전 1호기 완공에 맞춰 UAE 방문을 준비 중이던 청와대는 일정을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또 문 대통령과 칼둔 청장은 해외 원전 사업의 공동 진출, 인천-아부다비 직항 노선 확대, 문화·관광 분야 협력 등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미래 지향적 관계 이야기가 90%였다”고 밝혔다. 협력 외에 군사협정 등 각종 의혹과 불편했던 양국 관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칼둔 청장은 임 실장에게 최근 불거진 양국 관계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불편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내 언론의 (의혹) 보도에 대해 칼둔 청장이 약간의 유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도 칼둔 청장에게 “한국 상황 때문에 UAE에 불편을 끼친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칼둔 청장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찬을 갖고 바라카 원전 등 에너지 협력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백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칼둔 청장은 한국과 원전 계약을 자랑스러워한다. 올해 말 예정된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를 위해 한국을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칼둔 청장은 바라카 원전에 대한 불만이 아예 없었으며 ‘왜 한국에서 UAE가 한국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보도되는지 모르겠다’고 당황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칼둔 청장과 함께 방한한 무함마드 알 하마디 UAE 원자력공사(ENEC) 사장도 국내 원전 관계자들과 만났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서울 강남에서 저녁 식사를 한 칼둔 청장은 1박 2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10일 0시 30분 출국했다.


○ UAE 의혹, 원전 아닌 군사 협정 논란으로 귀결

칼둔 청장의 방한으로 UAE 원전 관련 의혹들은 걷혀가는 양상이다. 그 대신 이명박 정부 때 비공개로 체결한 UAE와의 군사 협정이 논란의 근원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양국은 한국 특전사가 왕세제 경호 작전에 포함될 수 있다는 군사협정을 맺었는데 이 대목을 미국이 알게 돼 문제 제기를 했고 박근혜 정부는 UAE와 이 조항 삭제를 위해 협상을 벌였다”고 전했다. 결국 UAE 의혹의 출발점이 된 임 실장의 UAE 특사 방문은 무리하게 체결된 군사협정을 뒤늦게 알게 된 청와대가 관련 조항을 수정하려다 박근혜 정부 말기부터 불편했던 UAE 왕실과 오해가 생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날 UAE와 “다양한 분야의 협력 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외교, 국방 등 ‘2+2 채널’을 만들자”고 합의한 것도 사실상 군사 협정 수정을 논의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이미 맺어진 협약을 백지화할 수 없고, 양국 간 미래 협력이 중요한 상황이니 최대한 조용히 우리 뜻을 반영해 개정하겠다는 복안”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세종=이건혁 / 황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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