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형세일 주도하는 정부,‘반짝 중독’에 빠져선 안 된다

동아일보

입력 2016-09-22 00:00 수정 2016-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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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수 진작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을 대폭 할인 판매하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 행사를 이달 29일부터 한 달간 열기로 했다. 지난해 9, 10월 열린 ‘코리아 그랜드 세일’과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합친 쇼핑관광축제다. 10월 9일까지 11일간의 할인행사에는 작년에 빠졌던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대형 제조업체와 온라인 쇼핑몰이 대거 참여한다. 참여 업체 수도 지난해의 1.8배다.

민간소비 위축으로 생산과 투자가 위축돼 경제성장률이 뒷걸음치는 악순환을 타개하려면 소비 진작책을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 작년 할인행사 덕분에 2015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1%포인트 상승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같은 행사를 올해 안 하면 곧바로 전년 대비 성장률이 떨어질 테니 정부로선 계속 하지 않을 수 없는 ‘쇼핑 중독’에 빠진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당장의 성장률뿐만 아니라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교한 플랜을 짜야 할 것이다.

작년 11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가 11일 단 하루 동안 912억 위안(약 16조5000억 원)의 매출 신기록을 세운 데는 정부가 각종 온라인 구매 관련 규제를 완화한 덕이 컸다. 알리바바는 열 달 넘는 준비 기간 동안 제조업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내 할인 폭을 50% 이상 키웠다. 미국에서 백화점이 제조사에서 사들인 재고를 빨리 처분하기 위해 대폭 세일을 하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와 달리, 백화점이 입점업체에 매장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한국에선 과도한 할인 폭에 제조업체들이 앞에서 남고 뒤로 밑질 우려가 있다.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민관합동추진위원회가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주도 할인행사가 한국 경제의 근본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서비스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늘려 소비 여력을 키우는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식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를 촉구했다. 국회만 쳐다보려면 경제부총리가 왜 필요한가. 정부는 서비스업의 발목을 잡는 과잉 규제부터 철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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