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서 큰 혜택 누린 현각 스님, 기복 불교 비판 이해 안돼”

서정보기자

입력 2016-08-02 03:00 수정 2016-11-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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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현 스님, 반박 나서 파문 확산
일부 스님들은 현각 스님 옹호 나서


불교계 대표적 저술가로 꼽히는 자현 스님(중앙승가대 교수·왼쪽)은 최근 페이스북에 현각 스님의 조계종 비판에 대해 반박 글을 싣고 “자기 우월주의의 소산”이라고 비판했다.
조계종이 돈을 밝히는 기복 불교로 전락했다고 비판한 현각 스님의 주장에 대해 조계종 스님들과 재가불자가 반박과 옹호 의견을 잇달아 표명하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중앙승가대 교수이자 불교계의 대표적 저술가로 꼽히는 자현 스님은 지난달 30, 31일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기적인 시각’, ‘자기 우월주의에 빠져 있다’ 등 격한 어조로 현각 스님을 비판했다. 자현 스님은 율장(불교 계율), 건축사, 한국고대사, 선불교 전공으로 4개의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그동안 ‘스님의 공부법’ 등 30여 종의 책을 펴냈다.

자현 스님은 지난달 31일 글에서 기복 불교 주장에 대해 “불교가 타종교에 비해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한국인 승려들은 대부분 기복으로 돈을 ‘밝혀’ 100만 원 남짓 받으며 살아가는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자현 스님은 지난달 30일 올린 글에서 “이분(현각)은 특별한 능력이 없이 하버드라는 한국인의 저급한 환상 덕분에 처음부터 조계종의 상위 1%에 속했던 사람”이라며 “25년 동안 조계종에 빨대만 꽂고서 가장 좋은 조건 속에 있었던 사람이 어떻게 그 조건을 비판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나 지지 내지는 포용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포교원장을 지낸 지원 스님은 “이번 (현각 스님의) ‘탈 한국불교 변론’에는 (음지만 있고) 양지의 이야기는 덮였지만 이것이 한국 불교에 ‘신불교유신론’이 되길 기대한다”라는 글을 본보에 보내 왔다. 지원 스님은 최근 여러 스님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다룬 책 ‘스님의 물건’에서 외국인 상좌(제자)를 보물로 꼽을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보여 왔다.

또 두 명의 외국인 상좌를 두고 있는 백양사 의연 스님은 “외국인 스님을 위한 행자 교육과 기본 교육을 외국인 특성에 맞게 만들고, 굳이 한국어에 능통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게 했으면 한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현각 스님과 친분이 있는 서울대 우희종 교수(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는 페이스북에 “(조계종이) ‘조폭’ 같은 위계질서 속에 돈만 아는 집단이자 신도를 개인 기복에 고착화시켜 군림한다”라며 “현각 스님이 떠난다는 것보다 조계종으로 상징되는 한국 불교가 그리 망가져 있다는 것이 화제가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각 스님은 ‘한국 불교를 떠나겠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페이스북에 올린 해당 글을 지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글은) 현재 종단의 상태에 대해 오래전에 이뤄졌어야 할 토론을 자극한 것”이라며 “정치와 극단적으로 완고한 민족주의 때문에 (선불교를) 세계에 전하는 귀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라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은 현각 스님의 비판에 대해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어서 특별히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한 재가불교 단체 관계자는 “현각 스님의 지적이 맞는 얘기지만 페이스북에 그렇게 서툴게 올린 것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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