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도 없다는 淸의 木활자 일반에 첫 공개

김상운 기자

입력 2016-06-24 03:00 수정 2016-11-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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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조선 활자展’… 왕실-사대부가 쓴 금속-목활자 등
17∼20세기 유물 5만점 전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활자의 나라, 조선’ 전시장. 중국 본토에도 없는 청나라 황실의 목활자(아래 사진)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당신은 시진핑 주석에게 상을 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옛 목(木)활자를 자세히 관찰하던 천정훙(陳正宏) 중국 푸단대 교수가 이재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을 보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천 교수는 “당신의 추정대로 청나라 황실에서 만든 활자로 보인다. 중국 본토에서도 자취를 감춘 활자들이 이곳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했다. 그동안 추정만 했던 목활자의 출처가 확인된 순간이었다.

천 교수가 청나라 목활자라고 판단한 핵심 근거는 황제의 권위를 의식한 ‘피휘(避諱·황제 이름자의 일부 획을 생략하거나 다른 글자로 바꿔 쓰는 것)’. 조사 결과 이 목활자에는 강희제 이름(玄燁·현엽)의 玄자와 건륭제 이름(弘曆·홍력)의 弘자의 마지막 획이 생략돼 있었다. 앞서 이 연구관은 해당 목활자가 유달리 높은 데다 서체도 특이해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연구관은 “정조가 금속활자인 정리자(整理字)를 새로 만들면서 참고용으로 청나라 목활자를 수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791년(정조 15년)과 1792년 중국에서 활자를 구입했다는 기록을 감안하면 정조의 총애를 받은 박제가가 연행사로 중국에 파견됐을 때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

정리자와 중국 목활자 등 조선의 활자를 둘러싼 흥미로운 역사는 국립중앙박물관이 ‘활자의 나라, 조선’이라는 테마 전시회로 21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박물관은 총 82만 자(금속활자 50만 자, 목활자 30만 자 등)에 달하는 조선 활자를 소장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최대 규모다. 조선이 고려시대 금속활자를 발전적으로 계승한 덕이다. 이웃나라 중국은 13세기 위구르 목활자만 전하며, 일본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집권 시기 임진왜란을 통해 조선 인쇄술을 배워 만든 금속활자 3만 자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번 테마전에서는 정리자와 실록자(實錄字), 한구자(韓構字) 등 17∼20세기 왕실과 사대부들이 사용한 금속활자, 목활자 5만여 점을 전시한다. 또 17세기에 만들어진 정리자 보관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아낸 조선의 독창적인 활자 분류법도 소개한다. 9월 11일까지. 02-2077-9461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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