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역할과 실제 역할 달라 사퇴… ”
동아일보
입력 2013-08-13 03:00 수정 2013-08-13 03:00
安찾아와 만류… 생각 돌리기 어려워
안철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직 그만둔 최장집 교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삼고초려 끝에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으로 영입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사진)가 돌연 이사장직을 10일 사임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5월 22일 내일 설립과 함께 합류한 지 80일 만이다. 최 교수는 안 의원 측에 합류한 이후 ‘진보적 자유주의’ 등 사상적 토대를 제공하는 한편 인재 영입의 상징으로 평가돼 왔다. 최 교수의 사임이 안 의원 측에 직접적 타격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안 의원은 12일 오후 4시 5분경 홀로 최 교수의 연구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을 찾았지만 최 교수의 결심을 되돌리진 못했다.
최 교수를 30분가량 만나봤다.
―그만둔 이유는….
“10일 안 의원에게 직접 그만두겠다고 했다. 내가 기대했던 역할과 실제 역할이 달랐다. 정치 쪽의 많은 영역이 요구됐고, 정치적 활동이 넓어지니 연구소가 제대로 안됐다. 정당을 위한 기초작업, 정책 개발과 연구를 정치세력화와 동시에 한다는 건 굉장히 부담이 컸다. 또 안 의원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제약이 많아지더라. 역기능이라고 할까…. 안 의원에게도 이런 얘기를 했다.”
―안 의원은 계속 만류하겠다는데….
“생각을 돌리기 어렵다. 같이 일을 하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 교수가 이사장직을 맡은 이후 학자적 양심을 갖고 한 말도 주위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해석하다 보니 많이 힘드셨던 걸로 들었다”며 원인을 외부로 돌렸다. 최 교수의 말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정치적 노선을 두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았는데….
“대선후보 때는 그랬지만 내가 합류한 이후에는 생각이 같아졌다고 볼 수 있다. 안 의원은 이제 정당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도 그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말해놓은 게 있으니 180도 바꿀 수는 없는 것 같더라.”
최 교수는 지난달 말 민주당 의원모임에 강연자로 참석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선거에서 정당의 책임을 묻기 모호하다”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을 의식해 안 의원이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에 딱 부러진 입장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안 교수에게 조언은 계속 할 것인가.
“(이사장직 사임이) 현실정치를 멀리하면서 공부만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밖에서 정책, 이념의 방향을 조언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현실 정치를 경험해 보고 느낀 바가 있다면….
“우리 정치인들은 권력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회피하려 하는데 이 경우 리더가 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향하는 목표와 가치가 크고 강할수록 권력의 필요성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리더십도 나온다. 또 정당이 강하고 내실 있는 조직이 돼야 정치가 가능하다.”
―안철수 신당은 기존 정당에 도전장을 낼 수 있다고 보는가.
“안 의원의 정치적 실험이나 노력은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로부터 떨어져 있고 당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과 (닿아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밖에서 민주당의 개혁을 자극하고 좋은 경쟁자로서 성장하는 것이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잘되는 조직이라면 파국(이사장직 사임) 전에 조율돼야 할 것 같은데….
“그건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했으면 좋겠다.(웃음)”
황승택 기자 hstneo@donga.com
안철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직 그만둔 최장집 교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삼고초려 끝에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으로 영입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사진)가 돌연 이사장직을 10일 사임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5월 22일 내일 설립과 함께 합류한 지 80일 만이다. 최 교수는 안 의원 측에 합류한 이후 ‘진보적 자유주의’ 등 사상적 토대를 제공하는 한편 인재 영입의 상징으로 평가돼 왔다. 최 교수의 사임이 안 의원 측에 직접적 타격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안 의원은 12일 오후 4시 5분경 홀로 최 교수의 연구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을 찾았지만 최 교수의 결심을 되돌리진 못했다.
최 교수를 30분가량 만나봤다.
―그만둔 이유는….
“10일 안 의원에게 직접 그만두겠다고 했다. 내가 기대했던 역할과 실제 역할이 달랐다. 정치 쪽의 많은 영역이 요구됐고, 정치적 활동이 넓어지니 연구소가 제대로 안됐다. 정당을 위한 기초작업, 정책 개발과 연구를 정치세력화와 동시에 한다는 건 굉장히 부담이 컸다. 또 안 의원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제약이 많아지더라. 역기능이라고 할까…. 안 의원에게도 이런 얘기를 했다.”
―안 의원은 계속 만류하겠다는데….
“생각을 돌리기 어렵다. 같이 일을 하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 교수가 이사장직을 맡은 이후 학자적 양심을 갖고 한 말도 주위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해석하다 보니 많이 힘드셨던 걸로 들었다”며 원인을 외부로 돌렸다. 최 교수의 말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정치적 노선을 두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았는데….
“대선후보 때는 그랬지만 내가 합류한 이후에는 생각이 같아졌다고 볼 수 있다. 안 의원은 이제 정당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도 그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말해놓은 게 있으니 180도 바꿀 수는 없는 것 같더라.”
최 교수는 지난달 말 민주당 의원모임에 강연자로 참석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선거에서 정당의 책임을 묻기 모호하다”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을 의식해 안 의원이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에 딱 부러진 입장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안 교수에게 조언은 계속 할 것인가.
“(이사장직 사임이) 현실정치를 멀리하면서 공부만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밖에서 정책, 이념의 방향을 조언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현실 정치를 경험해 보고 느낀 바가 있다면….
“우리 정치인들은 권력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회피하려 하는데 이 경우 리더가 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향하는 목표와 가치가 크고 강할수록 권력의 필요성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리더십도 나온다. 또 정당이 강하고 내실 있는 조직이 돼야 정치가 가능하다.”
―안철수 신당은 기존 정당에 도전장을 낼 수 있다고 보는가.
“안 의원의 정치적 실험이나 노력은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로부터 떨어져 있고 당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과 (닿아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밖에서 민주당의 개혁을 자극하고 좋은 경쟁자로서 성장하는 것이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잘되는 조직이라면 파국(이사장직 사임) 전에 조율돼야 할 것 같은데….
“그건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했으면 좋겠다.(웃음)”
황승택 기자 hst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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