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구역’ 오거스타 중심에 선 ‘골프 여왕’
고봉준 기자
입력 2019-04-07 15:07 수정 2019-04-07 18:50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골프 여왕’ 박세리(42)가 마침내 ‘금녀의 구역’ 한복판에서 오랜 꿈을 실현시켰다. 세계여자골프를 호령하던 전설들과 함께 역사적인 스윙을 뽐낸 여왕은 “불가능했던 꿈이 드디어 이뤄졌다. 오늘 이벤트는 전 세계적으로도 큰 울림을 주리라고 확신한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박세리는 7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낸시 로페즈(62·미국), 안니카 소렌스탐(49·스웨덴), 로레나 오초아(38·멕시코)와 시타의 영광을 누렸다. 여자 대회로는 이곳에서 처음 열린 오거스타 내셔널 아마추어대회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전설들과 역사적인 순간을 공유했다.
1933년 개장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그간 골프계에서 금녀의 구역으로 통했다. ‘명인 열전’ 마스터스가 이곳에서 매년 열리는 반면, 여자 대회는 단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또한 2012년 전까지는 여성 회원도 받지 않을 정도로 성차별의 벽이 높았다.
이처럼 보수적이던 금녀의 구역도 시대 흐름의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올해부터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대회를 개최하면서 여성 골퍼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그리고 뜻 깊은 대회 개막을 맞아 4명의 전설들을 초대해 시타를 맡겼다. 박세리는 LPGA 투어 통산 25승을 거뒀고 소렌스탐은 72승, 로페즈는 48승, 오초아는 27승을 올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곳을 처음 밟게 된 박세리는 이날 가장 먼저 티잉 그라운드로 올랐다. 그리고는 현역 시절 못지않은 장타를 뽐냈다. 박세리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꿈꿔온 순간이었다. 여성 골퍼들은 이곳을 밟을 수 없었지만, 오늘 그 꿈이 현실이 됐다”고 감격을 표했다. 이어 “프로골퍼를 꿈꾸는 전 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이 장면을 보고 있다. 이들에게 더 큰 꿈을 품도록 해준 점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고 덧붙였다.
“다시 선수로 뛰어도 될 장타가 나왔다”는 취재진의 농담에 “아직 살아 있는 박세리를 보여줘서 기쁘다”고 답한 그는 “오늘 이벤트는 전 세계적으로도 큰 울림을 주리라고 확신한다”는 말을 남기며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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