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득 하위 10%, 중간소득층 진입에 150년 걸려”

최혜령 기자

입력 2018-07-03 03:00 수정 2018-07-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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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고장난 엘리베이터’ 보고서


한국에서 소득 하위 10%에 속하는 가구가 평균 소득수준의 가구가 되려면 약 150년이 걸린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가 나왔다. 청년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해 계층 간 이동을 원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OECD는 2일 ‘고장난 엘리베이터? 어떻게 사회 이동을 촉진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소득 추이를 집계한 자료를 토대로 소득계층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추정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올 1분기(1∼3월) 소득 하위 10%에 속하는 가구의 수입은 월평균 84만1203원으로 전체 가구당 월평균 소득(476만3000원)의 5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보고서는 “부모의 재산 정도가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한국에 널리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인의 41%가 자녀의 출세에 부모의 교육수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OECD 평균(37%)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부모가 상대적으로 낮은 교육을 받았더라도 자녀가 고등교육을 받는 비율이 높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학교 이하 교육을 받은 부모도 자녀의 4분의 1은 고등교육을 받았다. 이는 OECD 평균의 2배에 이른다. 고등교육을 받은 부모는 자녀의 71%가 고등교육을 받아 OECD 평균인 63%보다 높았다.

교육수준이 높은 반면 한국의 직업 이동성은 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에서 관리직 자녀의 절반은 다시 관리직으로 취직하는 경향이 있지만 육체노동자의 자녀는 4명 중 1명꼴로 관리직 일자리를 얻었다. 한국에서 육체노동자의 자녀가 다시 육체노동자가 되는 비중은 약 40%로 OECD 평균보다 10%포인트 높았다.

OECD는 한국에서 직업 이동성이 낮은 이유를 청년과 여성의 고용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체된 사회 이동성을 높이기 위해 △청년 대상 직업교육을 확대하고 △여성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이용을 활성화하는 한편 △장시간 근로문화를 개선하라고 OECD는 권고했다.

다른 선진국도 사회 이동이 활발하지는 않았다. 영국 미국 이탈리아 스위스 등에서 저소득층이 평균소득 계층에 진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5세대(150년)가 걸렸다. 일본 그리스 벨기에 뉴질랜드 등은 이 같은 계층 이동에 4세대(120년)가 걸렸다. 비교가 가능한 OECD 24개 회원국의 소득계층 이동 기간은 평균 4.5세대(135년)였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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