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되면 평양냉면 먹고 싶어요!” 사실 ‘초딩 입맛’엔 만만치 않다는데…
박선희 기자
입력 2018-05-29 16:52 수정 2018-05-29 16:57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인 옥류관 평양냉면. 한국사진공동취재단얼마 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았다가 어린이 전시실 한 편에 메모지가 가득 붙은 코너를 봤다. 통일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써 붙이는 곳이었는데 맞춤법도, 글씨도 엉망인 아이들의 귀여운 글씨가 가득했다. 어떤 바람을 썼나 싶어 찬찬히 읽어봤는데, 한결같이 쓴 말은 이랬다.
“평양냉면 먹고 싶어요!”
냉면의 인기는 익히 알았지만 그래도 놀라웠다. 경원선 신탄리역에 멈춘 철마를 타고 북한을 횡단한다거나, 백두산이나 금강산을 보고 싶다는 각양각색 바람이 있겠거니 했건만. 요즘 아이들에게 통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냉면’인가 보다.
원래 냉면은 아이들 입맛에 만만하지 않다. 평양냉면은 좀더 어렵다. ‘슴슴한’ 고기 육수에 메밀 면을 만 평양냉면은 호불호가 갈리는 먹거리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열풍까지 부르며 본격적으로 화제가 된 건 최근 일이다. 음식 관련 프로그램에 자주 소개되면서 미식가들이 즐기는 ‘어른스러운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됐기 때문이다.
‘초딩 입맛’으론 그 진가를 알 수 없다는 맛. ‘평부심’(평양냉면에 대한 자부심)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평양냉면은 일종의 문화현상이 됐다. 화룡점정을 찍은 건 올해 봄이다.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오른 뒤에는 이렇게 ‘진짜 초딩’의 입맛까지 접수해버렸으니 말이다.
탐식의 시대. 요즘 한국인 ‘먹방 투어’는 영역이 미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요즘은 백종원이 진행하는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처럼 아예 해외로 직접 가 제대로 된 원조를 즐기는 음식방송도 화제다. 단순한 먹방을 넘어 음식의 유래, 지역문화와 전통을 살피며 지적 욕구까지 충족시켜준다. 하지만 ‘냉면의 원조’만큼은 슬픈 예외였다. 진짜 평양냉면 맛을 궁금해 했던 건, 생방송에서 시식에 나섰던 미국 CNN 진행자들이나 옥류관 냉면 맛을 상상만 해야 했던 우리나 마찬가지였다.
“함흥은 없고 냉면만 남았다//함경남도 바닷가/ 집은 멀고 고향 잃은 음식이다…잇몸을 간질이는 면발을 끊어내며//척척 감아 날래 먹고 나면/왠지 섭섭한 음식//함흥은 못가고 냉면만 먹는다.” (이상국의 시 ‘함흥냉면’에서)
먹고 나서도 왠지 섭섭했던 그 맛이 평양냉면이라고 다를까.
연일 초여름 더위가 이어진다. ‘평냉 입문자’도 즐길 수 있다고 알려진 서울의 유명 냉면집들은 이른 저녁부터 골목 안쪽까지 긴 줄이 생긴다. 지금껏 냉면은 평양이든 함흥이든, 그곳은 없고 냉면만 덩그러니 있던 ‘망향의 음식’이었다. 하지만 그 슴슴한 맛이 ‘미식의 관문’이 됐고, 이제는 ‘통일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까지 앞둔 올해 다시 돌아온 ‘냉면의 계절’은 그래서 한층 각별하다. 메모지에 비뚤비뚤 쓴 아이들의 ‘맛있는 꿈’이 이뤄지길 함께 바라본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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