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방北女(야한 방송하는 탈북 여성)… 낯선땅 쉬운 돈벌이 유혹
신규진기자
입력 2017-06-23 03:00 수정 2017-06-23 03:00
20대 탈북여성이 만난 자본주의
손짓 몇 번이면 하루에 수십만 원을 벌었다. 옷을 벗는 게 점점 부끄럽지 않았다. 고향에선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옷 한 번만 벗으면 돈이 들어오는 세상.’ 이현주(가명·26) 씨의 눈에 비친 자본주의 세상의 모습이다. 이 씨는 탈북자다.
○ 내가 벌어야 북녘 가족이 살 수 있다
2014년 3월 이 씨는 북한을 탈출해 홀로 한국으로 들어왔다.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6개월간 정착교육을 마쳤다. 한국 땅을 밟을 때처럼 또다시 혼자가 됐다. 먹고살려면 직업을 구해야 했다. 그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북한에 남은 할머니와 동생들의 생활비가 오롯이 그의 부담이었다.
이렇다 할 기술도, 아는 사람도 없는 한국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자신과 북한 내 가족의 생활비를 번다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같은 해 10월 인터넷에서 구직 정보를 찾다가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온 개인방송을 봤다. 유명 BJ(Broadcasting Jockey·방송진행자)들의 방송을 보면서 이 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여성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민망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에 놀랐고 누리꾼들이 너무 쉽게 지갑을 여는 것에 더 놀랐다.
이 씨는 어릴 때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곧잘 억척스럽다는 말도 들었다. 어렵지 않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질게 마음먹자’는 생각이 이 씨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한 달가량 인터넷을 뒤져 방송법을 배웠다. 온라인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도 댓글 게시판을 샅샅이 살펴보며 배웠다. BJ들이 있는 소속사를 찾아가면 편하지만 수익의 절반 이상을 줘야 하기 때문에 직접 하기로 했다.
같은 해 12월 이 씨는 한 동영상 사이트에 개인방송을 개설했다. 그는 말투를 완전히 바꿨다. 누리꾼들은 그가 탈북자인지 알 수 없었다. 컴퓨터 모니터 속 이 씨를 바라보며 남성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이 씨에게 팝콘(일종의 가상화폐)을 보냈다. 여자로서의 부끄러움은 늘어나는 통장 잔액을 보면 씻겨 내려갔다.
갈수록 수위는 높아졌다. 1만 원을 낸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는 방송에서는 유사 성행위까지 했다. 수입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 씨는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한 달에 300만 원을 보냈다. 그러고도 수중에 400만 원가량이 남았다. 고급 외제차와 명품 의류를 사들였다. 대한민국은 그에게 천국이었다.
○ 성인방송 몰리는 탈북자
이 씨는 올 3월 음란물 유포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 씨가 성인방송을 하며 약 26개월 동안 1억3000만 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처음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을 때 이 씨는 도망치지 않고 순순히 출석했다. 그는 시종 덤덤한 표정으로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의 말투가 너무 자연스러워 처음에 북한 사람인 줄 몰랐다”며 “본인이 말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한 것”이라며 “성인방송이 죄가 될 줄은 솔직히 몰랐다”고 말했다.
성인방송에 탈북여성이 등장한 건 이 씨뿐이 아니다. 2015년에도 탈북여성을 BJ로 고용해 음란방송을 시킨 웹사이트 운영자들과 BJ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한국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들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내 정착 과정에서 탈북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인 문제”라며 “탈북자에게 맞는 적성별 직업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호재 기자
손짓 몇 번이면 하루에 수십만 원을 벌었다. 옷을 벗는 게 점점 부끄럽지 않았다. 고향에선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옷 한 번만 벗으면 돈이 들어오는 세상.’ 이현주(가명·26) 씨의 눈에 비친 자본주의 세상의 모습이다. 이 씨는 탈북자다.
○ 내가 벌어야 북녘 가족이 살 수 있다
2014년 3월 이 씨는 북한을 탈출해 홀로 한국으로 들어왔다.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6개월간 정착교육을 마쳤다. 한국 땅을 밟을 때처럼 또다시 혼자가 됐다. 먹고살려면 직업을 구해야 했다. 그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북한에 남은 할머니와 동생들의 생활비가 오롯이 그의 부담이었다.
이렇다 할 기술도, 아는 사람도 없는 한국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자신과 북한 내 가족의 생활비를 번다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같은 해 10월 인터넷에서 구직 정보를 찾다가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온 개인방송을 봤다. 유명 BJ(Broadcasting Jockey·방송진행자)들의 방송을 보면서 이 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여성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민망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에 놀랐고 누리꾼들이 너무 쉽게 지갑을 여는 것에 더 놀랐다.
이 씨는 어릴 때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곧잘 억척스럽다는 말도 들었다. 어렵지 않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질게 마음먹자’는 생각이 이 씨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한 달가량 인터넷을 뒤져 방송법을 배웠다. 온라인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도 댓글 게시판을 샅샅이 살펴보며 배웠다. BJ들이 있는 소속사를 찾아가면 편하지만 수익의 절반 이상을 줘야 하기 때문에 직접 하기로 했다.
같은 해 12월 이 씨는 한 동영상 사이트에 개인방송을 개설했다. 그는 말투를 완전히 바꿨다. 누리꾼들은 그가 탈북자인지 알 수 없었다. 컴퓨터 모니터 속 이 씨를 바라보며 남성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이 씨에게 팝콘(일종의 가상화폐)을 보냈다. 여자로서의 부끄러움은 늘어나는 통장 잔액을 보면 씻겨 내려갔다.
갈수록 수위는 높아졌다. 1만 원을 낸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는 방송에서는 유사 성행위까지 했다. 수입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 씨는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한 달에 300만 원을 보냈다. 그러고도 수중에 400만 원가량이 남았다. 고급 외제차와 명품 의류를 사들였다. 대한민국은 그에게 천국이었다.
○ 성인방송 몰리는 탈북자
이 씨는 올 3월 음란물 유포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 씨가 성인방송을 하며 약 26개월 동안 1억3000만 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처음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을 때 이 씨는 도망치지 않고 순순히 출석했다. 그는 시종 덤덤한 표정으로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의 말투가 너무 자연스러워 처음에 북한 사람인 줄 몰랐다”며 “본인이 말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한 것”이라며 “성인방송이 죄가 될 줄은 솔직히 몰랐다”고 말했다.
성인방송에 탈북여성이 등장한 건 이 씨뿐이 아니다. 2015년에도 탈북여성을 BJ로 고용해 음란방송을 시킨 웹사이트 운영자들과 BJ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한국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들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내 정착 과정에서 탈북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인 문제”라며 “탈북자에게 맞는 적성별 직업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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