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미루고 전입신고 없는 전세까지… 실거주 혼란
인천=최동수 기자
입력 2024-02-06 03:00 수정 2024-02-06 03:00
“지방 사는 어머니에 대신 이사 부탁”
중개소엔 “3년 유예 맞냐” 전화 빗발
1, 2월 수도권 3593채 입주 예정
29일 국회 앞두고 소위 일정도 미정
“국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일단 입주를 미루는 분위기입니다.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면 바로 전월세 놓겠다는 잠재 매물만 30∼40채 돼요.”
2일 오후 인천 중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직원이 A아파트 동과 호수가 빼곡히 적힌 수첩을 펼치며 이같이 말했다. A아파트는 실거주 의무 3년을 적용받은 단지로 지난달 31일 입주가 시작됐다. 사무소 대표는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는지 묻는 전화만 최근 4, 5개월 동안 100통은 된다”며 “최근 국회에서 의무를 3년 유예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소식에 ‘전세 놓아도 되냐’고 묻는 사람들도 꽤 된다”고 했다.
A아파트와 같은 날 입주를 시작한 인천 중구의 B아파트 역시 예정된 이사 날짜를 미루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입주 기간이 3월 31일까지인데 이사 예약을 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집이 꽤 있다”고 했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찾은 50대 직장인은 “실거주 의무를 알고 분양을 받았지만 그새 둘째 아들이 경기 용인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해 이사가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5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 대상인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입주에 들어가면서 현장에서의 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초 정부가 실거주 의무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뒤 자금 운용 방안이나 자녀 교육 계획을 바꾼 입주 예정자들이 이를 모두 되돌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예외 조항 적용을 받기 위해 가족을 동원하는 것을 넘어 ‘전입신고 없는 전세’ 같은 탈법적 시도까지도 나오고 있다.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 수도권 아파트 중 1, 2월 입주하는 아파트는 6개 단지 3593채 규모다. 1월 인천과 경기 과천시에서 1644채 입주가 시작됐고, 2월은 서울 강동구 등에서 1949채 입주가 예정돼 있다.
인천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 아파트를 분양받은 아들이 올해 결혼을 하는데, 직접 입주가 힘들어지자 지방의 어머니가 대신 이사하려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주택법 시행령상 혼인 또는 이혼으로 실거주가 힘들 경우 직계 존비속이 살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전세를 놓으려는 불법적인 움직임도 포착된다. 과천시 한 공인중개사사무소는 “전입신고 없는 조건으로 전세를 내놓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입주 예정자들이 여럿 있다”며 “엄연히 불법이라고 설명하는데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보면 유혹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2월 임시국회 본회의인 29일 전까지 상임위를 통과해야 하는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2022년 말 이전에 분양을 받은 이들은 실거주 의무를 알고 계약한 이들이니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국회가 빨리 결정을 내려줘야 시장 혼란이 최소화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중개소엔 “3년 유예 맞냐” 전화 빗발
1, 2월 수도권 3593채 입주 예정
29일 국회 앞두고 소위 일정도 미정
“국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일단 입주를 미루는 분위기입니다.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면 바로 전월세 놓겠다는 잠재 매물만 30∼40채 돼요.”
2일 오후 인천 중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직원이 A아파트 동과 호수가 빼곡히 적힌 수첩을 펼치며 이같이 말했다. A아파트는 실거주 의무 3년을 적용받은 단지로 지난달 31일 입주가 시작됐다. 사무소 대표는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는지 묻는 전화만 최근 4, 5개월 동안 100통은 된다”며 “최근 국회에서 의무를 3년 유예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소식에 ‘전세 놓아도 되냐’고 묻는 사람들도 꽤 된다”고 했다.
A아파트와 같은 날 입주를 시작한 인천 중구의 B아파트 역시 예정된 이사 날짜를 미루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입주 기간이 3월 31일까지인데 이사 예약을 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집이 꽤 있다”고 했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찾은 50대 직장인은 “실거주 의무를 알고 분양을 받았지만 그새 둘째 아들이 경기 용인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해 이사가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5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 대상인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입주에 들어가면서 현장에서의 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초 정부가 실거주 의무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뒤 자금 운용 방안이나 자녀 교육 계획을 바꾼 입주 예정자들이 이를 모두 되돌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예외 조항 적용을 받기 위해 가족을 동원하는 것을 넘어 ‘전입신고 없는 전세’ 같은 탈법적 시도까지도 나오고 있다.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 수도권 아파트 중 1, 2월 입주하는 아파트는 6개 단지 3593채 규모다. 1월 인천과 경기 과천시에서 1644채 입주가 시작됐고, 2월은 서울 강동구 등에서 1949채 입주가 예정돼 있다.
인천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 아파트를 분양받은 아들이 올해 결혼을 하는데, 직접 입주가 힘들어지자 지방의 어머니가 대신 이사하려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주택법 시행령상 혼인 또는 이혼으로 실거주가 힘들 경우 직계 존비속이 살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전세를 놓으려는 불법적인 움직임도 포착된다. 과천시 한 공인중개사사무소는 “전입신고 없는 조건으로 전세를 내놓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입주 예정자들이 여럿 있다”며 “엄연히 불법이라고 설명하는데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보면 유혹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11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 공사 현장. 1만2032채 규모 단지로 정부가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뒤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 단지. 뉴스1
일부에서는 정부가 약속한 것인데 정말로 무산되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도 나온다. 강동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11월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이 입주하는데 정치권에서 해주지 않고 버티겠냐”며 “당장 계약은 안 되더라도 사실상 된다고 보고 전세 매물을 미리 내놓은 집주인들도 더러 있다”고 했다. 현재 시점에서는 ‘허위 매물’을 내놓은 셈이다.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2월 임시국회 본회의인 29일 전까지 상임위를 통과해야 하는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2022년 말 이전에 분양을 받은 이들은 실거주 의무를 알고 계약한 이들이니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국회가 빨리 결정을 내려줘야 시장 혼란이 최소화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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