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예술작품을 가장 저렴하게 즐기는 방법… ‘루이비통x쿠사마 야요이’ 협업 컬렉션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3-02-20 15:19 수정 2023-02-2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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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쿠사마 ‘호박’ 작품으로 재해석
쿠사마 야요이 작품, 작년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연초부터 주요 매장서 쿠사마 야요이 퍼포먼스
신상 효과·엔데믹 맞물려 1월 국내 매출 전년比 325%↑
국내 청담 매장서 4m 쿠사마 야요이 조형물 공개
도트 무늬·호박·그물 디자인 특징
남성복, ‘쿠사마·버질 아블로’ 2개 협업 조화


예술작품에 관심이 없더라도 어디선가 노란색 호박 조형물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로비에 전시된 호박 작품을 봤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이 작품이 호박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화려한 노랑과 검정색 점무늬가 인상 깊게 느껴지기는 했다. 일본 출신 세계적인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의 작품이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됐다. 이 노란색 ‘땡땡이’ 호박 작품의 이름은 ‘그레이트 자이언틱 펌킨(Great Giantic Pumpkin)’이다.

호박과 땡땡이 작품 대가인 쿠사마 야요이는 새해 연초부터 전 세계 패션계를 강타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협업을 통해 쿠사마 야요이를 신규 컬렉션 전면에 내세웠다.
루이비통 뉴욕 매장과 쇼윈도 쿠사마 야요이 로봇
루이비통 일본 도쿄 하라주쿠 팝업 매장
프랑스 루이비통 플래그십스토어는 건물을 감싸는 크기의 쿠사마 야요이 조형물과 땡땡이 무늬로 꾸며졌다. 미국 뉴욕에서는 쿠사마 야요이 로봇이 쇼윈도에서 유리창에 물방울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쿠사마 야요이를 상징하는 레드컬러 헤어는 빨간색 땡땡이 호박 작품으로 대체했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는 매장 1층과 2층을 관통하는 쿠사마 조형물을 연출했다. 노란색 호박을 연상시키는 땡땡이 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모습이다. 모두 과감하고 파격적인 발상으로 패션계 뿐 아니라 예술계 시선까지 자극한다.

국내에서는 청담동 명품거리 초입에 있는 플래그십스토어 ‘루이비통 메종 서울’에 쿠사마 야요이가 등장했다. 해외만큼 파격적이지는 않지만 4m 크기 쿠사마 야요이 마네킹을 중심으로 쇼윈도를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압구정 현대백화점 등 루이비통이 입점한 백화점 쇼윈도에서도 쿠사마 야요이 특유의 노랑 땡땡이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다. 이번 협업을 기념해 루이비통코리아는 인천공항에도 조형물을 설치해 볼거리를 선사한다.
쿠사마 야요이 협업 컬렉션 효과는 실적으로도 이어진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루이비통은 국내에서 약 48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325% 성장한 수치로 집계됐다. 쿠사마 야요이 협업 컬렉션 ‘신상’ 효과에 엔데믹(풍토병화)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가 맞물리면서 매출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1929년생인 쿠사마 야요이는 부유했지만 가부장적인 집안 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게 육체적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 탓인지 10세 때부터 환각 증세를 보였고 강박적으로 물방울과 그물망을 즐겨 그리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내 예술학교에 진학한 쿠사마 야요이는 1952년 첫 개인전을 열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58년에는 부모를 피해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미국에서는 당시 남성 위주 예술계에서 과감하고 도발적인 작품과 퍼포먼스로 맞섰다. 이 시기에 그물망과 물방울(점)로 이뤄진 작품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1973년 일본으로 돌아온 쿠사마 야요이는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오가면서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정점은 1993년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 무대로 알려진다. 당시 비엔날레 일본관에서 선보인 노란 호박 설치작품은 쿠사마 야요이의 미술 세계를 대중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현재 쿠사마 야요이의 각종 땡땡이 작품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94세 작가의 작품은 오래된 것일수록 값이 비싸다고 한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등이 집계한 2022년 결산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에만 국내에서 약 280억 원어치 쿠사마 야요이 작품이 거래됐다. 작년 국내 경매업체 낙찰가 최고 작품 주인공도 쿠사마 야요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온라인 방식으로 열린 홍콩경매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80호 크기 ‘녹색 호박’ 그림이 76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루이비통과 쿠사마 야요이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다. 10여 년 전인 2012년에도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쿠사마 야요이를 상징하는 무한 도트 패턴은 10여 년이 지난 현재 더욱 확장되고 진화된 모습이다. 루이비통 여성 컬렉션에만 한정됐던 쿠사마 야요이 협업은 각종 액세서리는 물론 남성복 영역까지 확장됐다. 루이비통 향수와 스카프는 물론 남성복 영역까지 쿠사마 야요이 작품이 파고들었다.

루이비통코리아 관계자는 “협업을 통해 남성복과 여성복은 물론 가방과 슈즈, 액세서리, 향수 등 다채로운 제품 카테고리에 쿠사마 야요이 시그니처 오브제와 ‘무한함’을 상징하는 디자인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청담 루이비통 메종 서울에 들어서면 노랑 호박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남성 컬렉션은 지난 2021년 작고한 버질 아블로 특유의 디자인에 쿠사마 야요이 색채가 더해져 더욱 특별하게 여겨진다. 2가지 콜라보레이션이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버질 아블로 팀과 루이비통의 협업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최근 루이비통은 버질 아블로 이후 공석이었던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로 팝스타 퍼렐 윌리엄스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루이비통과 고령의 쿠사마 야요이, 작고한 버질 아블로 조합 전체 컬렉션이 모두 자연스럽게 한정판으로 여겨지는 모습이다. 한 달 전 루이비통 청담 매장에서 컬렉션을 처음 선보인 당시에도 남성 컬렉션 주요 제품 일부는 이미 고객들로부터 구매예약이 완료된 상태였다. 재입고가 예정된 제품도 3주에서 7주가량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주요 제품 일부는 리셀 플랫폼 크림에 올라와 ‘웃돈’이 붙기도 했다.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거래가 활발해 보이지는 않지만 기본 스타일을 중심으로 일부 제품은 가격이 상승했다.
루이비통 쿠사마 야요이 남성 컬렉션은 버질 아블로 특유의 스트리트 패션 무드에 땡땡이 디자인이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버질 아블로 스타일이 녹아든 ‘LV 트레이너 스니커즈’와 모자, 패딩, 팬츠, 선글라스, 셔츠, 스웨트셔츠, 지갑, 가방 등에는 과감하게 전체적으로 점무늬가 더해졌다. 쿠사마 야요이 협업 제품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바시티자켓과 수트자켓, 티셔츠, 목걸이, 팔찌 등은 땡땡이 디자인 요소가 숨겨져 있다. 바시티재킷은 뒷면에 그물망과 점무늬로 이뤄진 자수 디자인이 더해졌고 티셔츠 전면 프린트도 마찬가지다. 모노그램 체인 목걸이와 팔찌에는 작은 호박 모양 참이 달렸고 점무늬 디자인이 체인에 적용됐다. 남성 컬렉션은 지하 1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하 1층에는 스티커사진 존도 마련했다. 쿠사마 야요이 디자인이 적용된 스티커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지상 1층과 2층은 여성 컬렉션을 선보인다. 입장하면 여성 컬렉션 의류 제품이 방문객을 맞는다. 남성복과 마찬가지로 도트(땡땡이) 무늬 콘셉트가 적용됐는데 보다 다양한 컬러를 활용해 조금 더 화려하다. 특히 땡땡이 무늬는 쿠사마 야요이의 붓터치가 더해졌다고 한다. 청자켓과 청치마, 원피스, 톱 등은 물론 가방과 신발, 파우치, 스카프, 선글라스, 모자 등 각종 액세서리에도 땡땡이 무늬가 적용됐다. 레드 컬러 원피스는 루이비통 LV 로고와 땡땡이가 조합돼 더욱 화려한 느낌이다. 일부 가방 제품에는 쿠사마 야요이를 상징하는 호박 모양 참이 달렸다. 다양한 크기 여행가방은 주문제작 방식으로 쿠사마 야요이 컬렉션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협업 컬렉션에는 쿠사마 야요이가 재해석한 루이비통 향수 3종도 포함됐다. 루이비통 향수 ‘아트라프 레브(Attrape-Rêves)’와 ‘스펠 온 유(Spell On You)’, ‘리멍시테(L’Immensité)’ 등 향수 3종 패키지와 병에 쿠사마 야요이 특유의 땡땡이 패턴이 적용됐다.
루이비통 관계자는 “루이비통은 1세기 넘는 기간 동안 문화 예술계와 긴밀하게 협업하면서 브랜드 철학인 ‘여행예술(Art of travel)’을 동시대 최고 아티스트 시선으로 선보인다”며 “이번 협업은 쿠사마 야요이에 대한 존중과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완성된 컬렉션으로 일상을 채우는 루이비통의 예술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고 말했다.

한편 루이비통은 지난 1854년 탄생한 이후 최고 품질을 지향하면서 고유 디자인을 전 세계에 소개해왔다. 루이비통 메종은 우아하면서 실용적인 여행가방과 핸드백, 액세서리 등을 통해 여행예술을 구현한 설립자 루이비통의 정신을 계승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다양한 건축가와 아티스트, 디자이너 등과 협업을 통해 글로벌 패션업계를 이끌어왔다. 의류와 슈즈, 액세서리, 시계, 주얼리, 향수, 서적,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제품까지 분야를 확장하기도 했다. 남성복 컬렉션은 글로벌 스트리트 패션을 이끌던 버질 아블로를 디렉터로 영입해 과감한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버질 아블로에 이어 퍼렐 윌리엄스를 새로운 디렉터로 영입하면서 루이비통 남성복의 스트리트 패션 감성은 유지될 전망이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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