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t 트럭을 손가락으로 회전… 울퉁불퉁 길도 SUV 모는 듯

예테보리=변종국 기자

입력 2022-10-06 03:00 수정 2022-10-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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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전기트럭 ‘FH 일렉트릭’ 타보니

볼보트럭의 44t급 대형 전기트럭 ‘FH 일렉트릭’의 모습.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되며, 1회 충전으로 약 300㎞를 주행할 수 있다. 충전 속도는 DC(250㎾) 급속으로 2시간 반, AC(43㎾)로는 9시간 반 정도다. 예테보리=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지(easy), 이지.”

지난달 21일 스웨덴 예테보리의 볼보트럭 익스피리언스 센터. 44t급 대형 트럭 ‘FH 일렉트릭’ 운전석에 앉자 조수석의 볼보트럭 인스트럭터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겁먹을 것 없다. 운전이 쉽고 재미있어서 한 번 더 타자고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테스트 도로에서는 보통의 운전면허만 있으면 인스트럭터 동행하에 각종 대형 트럭을 몰 수 있다. 3m 높이의 좌석까지 오르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무서웠다. 일반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용기를 내 시동을 걸었다. 버스나 트럭은 출발할 때 엔진과 공기음 등이 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전기트럭은 그런 소리가 없었다. 액셀을 밟자 가볍게 ‘윙’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맨 먼저 맞닥뜨린 코너. 원을 조금 크게 그리고, 트럭 뒤에 달린 트레일러 길이를 조금만 주의하면 된다고 했다. 핸들 조향이 너무 부드러웠다. 손가락으로도 돌릴 수 있을 정도였다. “베리 소프트(Very soft)”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언덕에서는 제동장치에 놀랐다. 트럭이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액셀을 밟으면 밟는 대로 언덕을 올라갔다. 언덕을 내려갈 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스스로 감속하면서 내려가는 기능이 적용돼 있었다. 44t의 대형 트럭이 천천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언덕을 내려갔다. 이 큰 덩치의 차량을 마치 어린아이들이 한 발 한 발 계단을 내려가듯 만드는 기능이 인상적이었다. SUV 소유자에겐 대형 트럭임에도 운전이 그리 어렵지 않겠다 싶었다.

직선 주로에서는 속도를 올려봤다. 진동과 소음은 생각보다 더 작았다. 내연기관 트럭과 비교하면 전기 대형트럭은 떨림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물이 3분의 1쯤 담긴 생수병을 대시보드 쪽 공간에 올려 두고서 주행 시 물의 출렁임을 확인했다. 물이 파도처럼 이리저리 출렁이지 않았다. 생수병을 가볍게 두드렸을 때 나오는 수면의 파동 정도만 있었다. 부드러운 조향과 작은 진동, 전기차 특유의 저소음은 장시간 운전하는 운전자의 피로를 크게 줄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볼보트럭 측은 “운전자 스트레스와 피로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서스펜션 등의 기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좌석 역시 지면 반발 등에 따라 진동을 잡아주도록 설계돼 있었다.

시승에서의 백미는 볼보트럭의 운전 조향 편의사양인 ‘VDS’다.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 때는 핸들이 좌우로 요동치기 마련이다. 운전자가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운전해야 한다. VDS 기능은 핸들의 좌우 흔들림을 최대한 막아준다. 거친 길에서도 핸들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직진 상태를 유지해 줬다. 운전자들의 손과 어깨 피로도를 줄여줄 수 있다. 직진 주행은 즐겁기까지 했다. 액셀을 힘껏 밟았더니 ‘돌진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무섭게 치고 나갔다. 대형 SUV를 모는 듯했다.

FH 일렉트릭의 1회 충전 거리는 약 300km다. 볼보트럭 측에 따르면 44t 전기트럭이 평균 시속 80km로 달렸을 때 1회 배터리 완충 시 주행거리는 340km까지 나온다고 한다. 충전 속도는 급속으로 2시간 반, 일반충전으로는 9시간 반 정도다. 총 6개의 배터리 팩이 들어가는데, 필요에 따라 팩의 개수를 2∼6개까지 선택할 수 있다.

시승을 마치면서 “트럭 운전이 이렇게 쉬웠나”란 생각이 들었다. 기존 트럭 운전자들이 FH 일렉트릭을 탄다면 운전 피로도를 크게 줄여주는 기능에 인상을 받을 듯했다. 볼보트럭은 이르면 11월 대형 전기트럭을 한국 시장에서 처음 공개한다. 가격은 미정이다.





예테보리=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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