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데이터전문기관’ 1호 놓고… 금융-IT 등 8개사 도전장

신지환 기자

입력 2022-09-22 03:00 수정 2022-09-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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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14일부터 추가지정 심사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20년 9월 신한카드, SK텔레콤과 함께 부산시의 관광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데이터 협력에 나섰다. 우선 신한카드가 가진 소비 데이터와 SK텔레콤의 통신 데이터를 가명화해 데이터전문기관인 금융보안원에 보냈다.

두 데이터가 금융보안원에서 결합돼 관광객이 부산에서 오래 체류하는 지역과 소비가 많은 업종 등을 가려냈다. 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소상공인의 상권 개발을 돕고 맞춤형 홍보 전략을 수립했다. 이는 데이터전문기관을 통해 금융과 비(非)금융 데이터 결합이 이뤄진 최초의 사례다.

여러 기업에 흩어진 금융 및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정보를 만드는 데이터전문기관이 올해 4분기(10∼12월)에 추가로 지정된다. 특히 이번엔 민간 기업 8곳이 출사표를 내서 국내 최초의 민간 데이터전문기관이 등장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종(異種) 데이터 결합이 활성화되면 다양한 혁신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 ‘민간 최초’ 데이터전문기관 놓고 경쟁 치열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14일부터 데이터전문기관 추가 지정에 신청한 12개 회사를 대상으로 심사에 들어갔다. 여기엔 신한은행, 신한카드, 삼성카드, BC카드 등 전통 금융사를 비롯해 핀테크 업체 쿠콘, 정보기술(IT) 서비스 3사인 삼성SDS, LG CNS, SK C&C 등 민간 기업 8곳이 포함됐다.

데이터전문기관은 금융사와 다른 기관들이 가진 데이터를 익명·가명 정보 형태로 받아 안전하게 결합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기관이다. 현재 한국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 국세청, 금융결제원 등 공공기관 4곳만 데이터전문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 산업이 급성장하자 금융위는 데이터전문기관을 확대하기로 하고 신청을 받았다.

금융위가 4분기 중 최소 3, 4곳을 추가 지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간 최초’ 타이틀을 얻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핵심 신사업으로 데이터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삼성카드, 신한은행 등 금융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은 데이터로 수익을 내는 ‘데이터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 “데이터 융합 서비스로 소비자 편익 커질 것”
데이터전문기관을 통한 데이터 결합이 활성화되면 금융과 비금융 데이터가 융합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과 비금융 데이터를 융합한 대안신용평가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이나 통신사 등이 가진 비금융 정보가 결합되면서 금융 정보만으로는 신용평가를 하기 어려웠던 온라인 사업자나 청년층 등을 위한 맞춤형 신용평가 모형이 개발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카드 결제 정보와 부가가치통신망(VAN) 사업자의 구매 품목 정보 등을 결합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상권 분석 컨설팅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사례처럼 정부 등 공공기관은 여러 기관에 분산된 데이터를 결합해 정책 설계나 평가에 이용할 수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정한 전문기관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동시에 여러 산업이 융합된 혁신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다만 민간 데이터전문기관이 지정됐을 때 데이터 독점이나 정보 유출 등의 우려는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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