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TDF 잡아라” 운용사들 수수료 잇단 인하

이호 기자

입력 2022-09-14 03:00 수정 2022-09-14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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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
DC형-IRP 원금보장형 92조
가입자 끌어들이기 본격 경쟁
전문가 “실적도 함께 따져봐야”



다음 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자산운용사들이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디폴트옵션이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가입자가 지정한 상품이나 포트폴리오에 따라 자동으로 퇴직연금이 운용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퇴직연금 가입자가 디폴트옵션 대상으로 사전에 지정할 수 있는 상품인 TDF의 시장 규모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기준 TDF 시장점유율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42.04%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삼성자산운용 20.88%, 한국투자신탁운용 10.28%, KB자산운용 10.12% 등이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예상 시점을 목표 시점으로 정하고 생애주기에 따라 운용사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해주는 자산배분 펀드를 말한다. 가령 비교적 젊었을 때는 주식 같은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나이가 들어 은퇴가 다가올수록 안전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하는 식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TDF를 둘러싸고 운용사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시장 판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옵션의 시행으로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자금이 TDF로 추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관련법에 따라 디폴트옵션으로 허용되는 상품 유형으로는 TDF를 비롯해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인프라펀드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노후자금을 자신의 은퇴 계획에 맞게 알아서 굴려주는 TDF가 연금 가입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삼성자산운용 설문에서도 디폴트옵션 상품 중 TDF의 선호도(40.1%)가 가장 높았고 다른 펀드나 예금상품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앞서 미국과 호주, 영국 등 연금 선진국들도 디폴트옵션 도입을 계기로 TDF 시장이 크게 확대된 바 있다. 미국투자협회(ICI)에 따르면 미국 TDF 자산 규모는 2000년 82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엔 1조8000억 달러로 불어났다. 작년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295조 원으로 이 중 디폴트옵션 대상인 DC형과 IRP 퇴직연금 가입자의 원금보장형 자산 규모는 92조 원에 이른다. 운용사들은 이 가운데 상당한 규모가 TDF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운 시장을 잡기 위한 운용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올 1월에 이어 7월 초에 ‘KB온국민 TDF’의 운용보수를 10% 낮췄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이달 초 ‘한국투자TDF알아서펀드’의 운용보수를 약 15% 인하했고, 한화자산운용 역시 ‘한화 LIFEPLUS TDF’ 운용보수를 8∼10% 낮췄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TDF를 포함한 퇴직연금 시장 상품은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보수가 낮아지면 누적 수익률이 그만큼 크게 개선된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의 노후자금을 튼튼하게 지켜내려면 낮은 운용보수에만 집착하지 말고 상품 선택에 좀 더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과거에 운용사가 꾸준히 좋은 성과를 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TDF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다른 퇴직연금 상품도 폭넓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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