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사과문, 조현아 부사장 지시로 내린 사무장은? 12시간 기다렸다가…
동아닷컴
입력 2014-12-09 14:58 수정 2014-12-09 14:58
대한항공 사과문. 사진=동아일보DB
대한항공 사과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40·여)이 미국에서 객실 서비스를 문제 삼아 활주로로 이동 중인 항공기를 후진시켜 승무원을 내리게 한 것에 대해 대한항공 측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8일 사과문을 통해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시킨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으며, 이로 인해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항공기는 탑승교로부터 10미터도 이동하지 않은 상태로, 항공기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대한항공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의 의무가 있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은 사과문에서 사무장을 내리게 한 이유에 대해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과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 등을 문제로 삼은 것”이라며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5일 0시 50분(현지 시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KE086편(A380 기종) 항공기는 토잉카(항공기를 끄는 차)에 의해 활주로 방향으로 약 20m 갔다가 다시 탑승구로 돌아가는 ‘램프리턴’을 했다. 이 비행기 일등석에 타고 있던 조현아 부사장이 남자 사무장 한 명을 여객기에서 내리게 한 것. 이 소동으로 비행기는 10분 정도 늦게 출발했다.
당시 조현아 부사장은 승무원이 견과류인 마카다미아 봉지를 보이며 “드시겠느냐”고 묻자 “왜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고 따졌다. 일등석 기내 서비스 매뉴얼에 따르면 비행기가 뜨기 전 승무원은 승객의 의향을 물어본 뒤 승객이 원하면 따로 마카다미아를 종지에 담아 내어오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사무장을 불러 매뉴얼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무장이 태블릿PC에서 상관 없는 파일을 여는 등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비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니 내려라”라고 고함을 질렀다. 조현아 부사장의 고함소리는 이코노미석까지 들릴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비행기는 탑승구로 돌아와 사무장이 내린 후 다시 출발했다. 내린 사무장은 약 12시간을 기다려 당일 오후 1시에 출발하는 KE082편을 타고 귀국했다.
한편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조현아 부사장의 행동이 위법한지 조사에 나섰다. 이창희 국토부 항공보안과장은 “현재 항공보안·안전감독관 합동으로 관계자 인터뷰 등 사실 조사를 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항공법령 위반이 있을 경우 사법기관 고발 등 관련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국적기에 대해서는 사고나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상관없이 국내법 적용을 받는다.
항공보안법 제23조(승객의 협조의무) 1항은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이 기장 등의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운항 중인 항공기 안에서 ‘폭언·고성방가 등의 소란행위’ ‘기장 등의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방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항공기 기장이 미국 교통안전청(TSA)에 정확한 보고를 하지 않아 TSA 항공 보안 규정을 어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TSA는 ‘미국에 오가는 민간 항공기의 보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고와 의심스러운 활동에 대해 항공기는 즉시 교통보안센터를 통해 TSA에 알려야 한다’는 비상 조항을 두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당시 기장은 관제탑에 “객실 관련 사항으로 돌아가겠다”고 보고했을 뿐 TSA에 알리지 않았다. 기장은 사무장으로부터 “일등석 서비스에 문제가 생겨 그 책임을 지고 내가 내려야 한다”고 전해 들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이륙한 후 알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규정에 따른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현지 공항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고 사무장을 내리게 한 것”이라며 “해당 상황이 사고나 비상사태라고 볼 수 없어 (TSA에)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사과문. 사진=동아일보DB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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