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헤드램프 ‘습기’ 발생…지극히 정상?
동아경제
입력 2012-09-22 09:06 수정 2012-09-22 10:41
최근 국산 및 수입차 업체들이 생산한 차량 헤드램프에서 습기가 차는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자동차품질연합 제공
최근 헤드램프에 ‘습기’가 발생하는 자동차들이 급증하고 있다. 습기는 국산과 수입차 구분 없이 수십 차종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한다.
BMW 528i 소유주 이석훈 씨(41)는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 헤드램프 하단에 습기가 자주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날씨가 흐릴 때면 어김없이 헤드라이트 하단에 습기가 찬다”며 “물방울이 맺혀 뚝뚝 떨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증기간이 남아 BMW 공식서비스센터에 무상 수리를 의뢰했지만, 담당 정비사는 모든 차량 헤드램프에 습기가 찰 수 있다는 말만 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5월 기아자동차 ‘올뉴모닝’을 구입한 서지현 씨(여·27)도 비가 오는 날에 차량 헤드램프에 습기가 차는 현상을 경험했다. 서 씨는 이 때문에 최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기아차 정비사업소를 찾아갔지만 “헤드라이트에 이상 없다”는 말만 듣고 되돌아 왔다.
이밖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산차들을 비롯해 벤츠, 닛산,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 주요 수입차들까지 다양한 차량의 운전자들이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헤드램프의 습기는 안팎의 공기 온도 차이가 클 때 발생한다. 태양열이나 점등에 의해 램프 내부 공기가 데워져 공기 중에 있던 수증기 입자가 세차나 우천 등으로 갑자기 차가운 공기와 만날 때 경계면의 온도 저하로 결루가 발생하는 것.
이와 관련해 제조사들은 램프에 일시적으로 습기가 생겨도 프로젝션 타입의 램프 구조상 성능에는 지장을 주지 않으며, 온도 차이에 의한 자연적인 현상으로 30분 정도 점등하면 습기가 소멸되기 때문에 고장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통상적으로 헤드램프는 내부 온도상승에 따라 증가한 압력을 조절하는 벤트튜브와 벤트캡 이외에는 밀폐돼있다. 따라서 상향등을 점등하고 약 10분 후면 헤드램프의 빛이 통과하는 렌즈면의 습기가 없어지고 30분 이내에 모든 습기가 사라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헤드램프 불량으로 인한 물 유입도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렌즈와 하우징의 기밀불량, 밀착불량, 렌즈와 하우징의 깨짐, 벤트튜브 또는 벤트캡 조립불량이 원인으로 램프에 물이 고여 증발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헤드램프 타입의 변화가 잦은 습기 발생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는 “요즘 신차에 장착되는 헤드램프는 종전 옵틱 타입에서 클리어 타입으로 바뀌었다”며 “이는 디자인이 우수해 상품성 향상에는 도움을 주지만 재질이 PC(POLY CABONATE)로 열전도율이 유리보다 좋지 않아 습기제거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국산차 업체들은 유럽이나 미국의 헤드램프 제조 기술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독자적 기술력을 확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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