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홍 “서비스 로봇 시장, 한국 기업이 美-日에 앞서”

지민구 기자

입력 2022-11-23 03:00 수정 2022-11-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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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플랫폼 구축 KT 사업 자문
“로봇 사업화, 연구만으로는 한계”
“한국 기업들 시장 개척 적극적
美-日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인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가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이 로봇 시장에서 새로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KT와 LG전자 등 여러 한국 기업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KT 제공

“미국, 일본보다 한국에서 서비스 로봇을 더 많이 볼 수 있어요. 민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덕분이죠.”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인 데니스 홍(홍원서·51)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를 18일 서울 송파구에서 만났다. 그는 앉은 자리 뒤편에 배치된 KT의 인공지능(AI) 서빙, 방역 로봇을 바라보며 “도심 식당, 호텔 곳곳에서 이러한 로봇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사례”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등을 거쳐 UCLA 로멜라 로봇메커니즘 연구소장을 맡은 홍 교수는 지난해 1월부터 KT에 조언하고 있다. 실생활에 유용한 로봇을 운용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과 AI를 융합해 ‘로봇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사업 구상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로봇 플랫폼을 사업화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한국 ICT 기업이 의미 있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KT를 포함해 LG전자,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여러 한국 기업이 홍 교수에게 자문하거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홍 교수는 “로봇 사업은 실제 운용을 통해 일반 이용자들이 로봇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결국 민간 기업이 이러한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도우려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T는 로봇을 원격으로 제어하고 이용자 맞춤형으로 개선하는 ‘로봇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식당에서 음식이나 빈 그릇 등을 직원 대신 전달해주는 서빙 로봇이 대표적이다. 로봇의 몸체를 LG전자가 제작하면 신경 역할을 하는 로봇 플랫폼을 KT가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상호 KT AI로봇사업단장은 “로봇 제조, 솔루션·플랫폼 구축 등 개별 기업이 가장 잘하는 영역에서 협업하는 체계를 만드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실제 홍 교수는 KT를 포함해 한국 기업에 사업 전략을 조언하며 연구 과정에서 얻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식당에서 서빙 로봇이 직원 대신 그릇을 치워주면 고객들이 음식물을 더 남긴다고 해요. 직원이 직접 정리할 때는 되도록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는 인간의 심리가 작용하는데, 로봇이 그릇을 치울 때는 그런 죄책감이 없어진다는 거죠. 연구만 해선 알 수 없는 내용이에요.”

홍 교수는 국내 로봇 시장이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KT 경제경영연구소도 2025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23만 대의 로봇이 운용되고 시장이 2조8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홍 교수는 “로봇 기술, 사업이 가장 발전했다고 알려진 미국에서도 사실 아마존 외엔 대부분 작은 스타트업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화에 도전하고 있다”며 “한국에선 대기업이 앞장서서 시장을 개척하고 사업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KT는 로봇 청소기를 뛰어넘는 ‘홈 로봇’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것을 장기 사업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집안일을 돕는 가전제품 형태의 로봇을 친숙하게 느낀다면 시장이 더 빠르게 커질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홍 교수는 “업계에서 로봇 청소기 이후 새로운 홈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10년간 도전했는데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유용하면서 비싸지 않고 안전한 제품을 한국 기업이 선보인다면 ‘대박’이 날 것”이라고 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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