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음료 속 타우린, 백혈병 세포 성장 촉진

박해식 기자

입력 2025-05-16 09:56 수정 2025-05-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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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레드불(Red Bull), 몬스터(Monster)와 같은 에너지 음료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인 타우린(taurine)이 혈액 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 윌모트 암 연구소(Wilmot Cancer Institute)가 주도해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대표적인 혈액 암인 백혈병 세포가 골수에서 생성되는 타우린을 흡수해 성장에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백혈병 세포가 타우린을 흡수하면 해당 작용(glycolysis·포도당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 촉진 되며 암 세포가 이를 통해 성장한다. 백혈병에는 여러 아형이 있는데,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 골수이형성증후군(MDS)을 포함한 여러 아형의 성장에 타우린이 필수적임을 연구자들이 알아냈다.

타우린은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아미노산의 일종이다. 골수, 뇌, 심장, 근육 등에 자연적으로 존재한다. 육류와 생선 계란과 같은 식품에도 함유되어 있다. 피로 누적, 수면 부족 등에 시달릴 때 찾게 되는 에너지 음료에도 널리 사용한다.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각성과 집중력을 높임으로써 정신적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고 염증을 줄이는 등의 이점을 제공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 따르면, 특히 보충제나 에너지 음료를 통해 타우린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암세포에 추가 연료를 제공, 백혈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우린이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고 연구자들은 말했다.

연구는 SLC6A6이라는 특별한 유전자를 가진 쥐를 대상으로 수행했다. 이 유전자는 타우린을 체내에서 이동시키는 운반체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쥐들에게 인간의 백혈병 세포를 주입해 반응을 관찰했다. 그 결과, 건강한 골수 세포가 타우린을 생성하고, SLC6A6 유전자가 이를 백혈병 세포로 운반하여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타우린의 추가 섭취가 백혈병 환자와 에너지 음료 소비자에게 미치는 위험과 이점을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비비샤 바자즈(Jeevisha Bajaj) 박사는 맥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작년 셀(Cell) 저널에 실린 한 논문은 타우린이 위암에 효과적이라는 증거를 제시했다. 타우린 보충제가 면역 세포인 T세포를 증가시켜 위암 세포를 공격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반면 이번 연구에 따르면 타우린은 백혈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암 전문의 제인 리스벨드(Jane Liesveld) 박사는 “타우린 보충제가 일부 환자에게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지만, 이번 연구는 골수의 타우린 농도가 백혈병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므로 고용량 타우린 보충제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타우린은 에너지 드링크의 흔한 성분이며 항암 화학 요법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보충제로 자주 제공되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백혈병 환자에게 타우린 보충제의 이점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논문에 썼다.

이번 연구의 긍정적인 면은 백혈병 세포로 향하는 타우린을 차단하는 방법이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유전적 도구를 사용해 타우린이 암 세포에 들어가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동물 모델과 인간 백혈병 세포 샘플에서 백혈병의 성장을 막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바자즈 박사는 타우린이 백혈병 세포로 들어가는 것을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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