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자 서킷에 선 금호타이어, F1 서킷 향해 달린다
스포츠동아
입력 2013-03-27 07:00 수정 2013-03-27 07:00
금호타이어 기술력의 상징인 포뮬러 레이싱 타이어를 장착한 오토GP 머신이 23일 열린 예선에서 이탈리아 몬자 서킷을 역주하고 있다. 사진제공|금호타이어
■ ‘오토GP 시리즈 개막’ 페라리의 고향 이탈리아를 가다
독일 영국 등 7개국 관문 돌며 타이어 시험
타이어 그립력·우수한 내구성 두토끼사냥
F1 공식타이어 선정 위한 입지 다지기 포석
“코너링·내구력 등 피렐리 타이어 못지 않아”
모터스포츠의 중심인 유럽. 그 가운데서도 페라리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의 몬자(MONZA) 서킷은 F1 서킷 중에서도 가장 길고(5.793km) 빠른(직선 구간 최고 속도 340km)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모터스포츠 팬이라면 독일의 뉘르부르크링 서킷과 함께 가장 방문해 보고 싶은 서킷 중 한 곳. 1922년 건설된 이 유서 깊은 서킷에서 지난 24일 Auto GP 시리즈(이하 오토GP) 개막전이 열렸다.
오토GP는 F1 바로 직전 단계의 포뮬러 대회. 드라이버는 물론 F1 진입을 노리는 자동차 산업 관련 업체들에게는 마지막 테스트의 장이자 관문인 셈. 때문에 유럽에서는 F1 못지않은 관심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오토GP의 공식 타이어가 바로 금호타이어다. 오토GP의 공식 타이어가 된다는 것은 유럽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타이어에 관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F1 공식타이어 진입을 위한 기술력과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예상치 못한 봄비가 내리면서 이날 개막전은 수중전으로 펼쳐졌지만 몬자 서킷은 경기를 즐기려는 모터스포츠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금호타이어 로고가 선명한 타이어를 장착한 15대의 머신이 그리드에 정렬해 출발 준비를 했다. 유럽의 관중들이 열광하는 스타트 장면에서는 전남 영암에서 첫 F1 경주가 열리던 지난 2010년의 감동이 고스란히 밀려왔다.
모터스포츠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올해로 벌써 4년째를 맞이하고, 한국의 타이어 업체가 유럽 최고 수준의 포뮬러원 경기의 공식 타이어로 당당히 활약한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오토GP 결승이 열린 24일, 팀 미케닉들이 그리드에서 출발을 앞두고 최종적으로 타이어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ㅣ금호타이어
● 유럽 현지 모터스포츠 관계자들 “원더풀! 금호”
극한의 스피드를 겨루는 포뮬러원 경기에서 승부를 가르는 가장 큰 변수는 타이어다. 레이싱팀과 드라이버가 타이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다루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바꿔 말하면 이는 그만큼 타이어의 기술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오토GP의 레이싱카에는 550마력을 내는 3400cc 8기통(V8)엔진이 탑재된다. 직선 구간에서 300km 이상의 속도를 낸다. 이 고출력의 차량이 만들어내는 높은 노면 온도와 압력을 견디기 위해서는 고무 합성이나 타이어 구조 등에 관한 최신 기술이 집약되어야 하고 실제 대회 경험을 통해 데이터 축적과 연구가 끊임없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금호타이어가 오토GP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F1 직전 단계인 오토GP를 통해 F1 타이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향후 F1 공식 타이어 진입을 이뤄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오토GP를 통한 기술 발전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만난 금호타이어 김장현 수석연구원은 “레이싱 타이어의 관건은 얼마나 랩타임을 줄이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타이어 무게를 줄이고 그립력을 높여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서로 상반되는 개념의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느냐가 핵심 기술이다. 지난해 오토GP를 통해 쌓은 기술력과 데이터 분석, 연구를 통해 올해 개막전 연습 라운드에서는 랩타임을 작년 대비 0.8초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몬자 서킷은 F1 서킷 중에서도 가장 조건이 가혹한 서킷으로 꼽힌다. 이 곳에서 전체 랩타임을 0.8초나 줄였다는 것은 타이어의 그립력과 내구력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됐다는 것을 뜻한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증명된 기술발전은 물론 실제 드라이버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오토 GP 챔피언인 애드리안 홉스(영국)는 “금호타이어는 현재 F1 공식 타이어인 피렐리 타이어와 비교해도 코너링 성능이나 내구력 면에서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고 호평했다.
● 금호타이어의 궁극적인 목표는 F1 공식타이어
금호타이어는 궁극적인 목표인 F1 공식타이어 선정을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F1 타이어의 기술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쟁쟁한 유럽의 경쟁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F1 하위 단계에서 단단하게 다져진 기술력이 필요하다.
오토GP에서는 F1의 등용문으로서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2014년 시즌부터 F1 타이어와 동일한 사이즈의 타이어를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이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인 상태. 금호타이어 역시 이에 대비해 F1타이어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높인 뒤 오는 8월까지 F1 드라이버를 통한 타이어 평가를 할 계획이다. 모터스포츠의 꽃인 F1에서 금호타이어가 활약하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 Auto GP 시리즈란?
Auto GP 시리즈(Auto Grand Prix World Series)는 이탈리아 포뮬러 3000 시리즈가 2010년 명칭을 변경해 새롭게 거듭난 대회로 F1 진입을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대회마다 두 종류의 타이어를 교체 사용해야 하는 등 F1에 준하는 규정이 적용된다. 현재는 550마력을 내는 3400cc 8기통(V8)엔진이 탑재돼 있지만, 향후 F1과 동일한 규격(750마력, 2400CC 8기통 엔진)의 머신 및 타이어를 사용하게 될 예정이다. 지난 24일 이탈리아 몬자 서킷에서 열린 개막전을 시작으로 헝가리, 영국, 네덜란드, 독일, 체코, 모로코 등 7개국에서 경기가 펼쳐진다.
밀라노(이탈리아)ㅣ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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