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코란도 투리스모’ 시승한 기자 3명의 공통된 생각은…
동아닷컴
입력 2013-02-06 15:12 수정 2013-02-10 00:42
하루 종일 쌍용자동차 코란도 투리스모를 시승한 뒤 사무실로 복귀한 기자에게 옆 부서 선배는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차 어때? 괜찮아 보이긴 하던데 실제로 보면 좀 달라? 로디우스랑 완전히 다른 차야?”
최근 코란도 투리스모에 쏟아진 지인들의 관심이 기자에겐 조금 어색했다. 투리스모 출시와 관련해 미니밴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욕구가 생각보다 높다는 사실과, 그동안 해당 차급에서 기아차 카니발과 한국지엠 올란도를 중에서 선택을 강요받던 소비자들의 투리스모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느꼈다.
쌍용차는 코란도 투리스모를 출시하면서 SUV의 스타일과 세단의 안락함, MPV(Multi Purpose Vehicle)의 활용성을 겸비한 다목적 다인승 차량이라고 소개했다. 미니밴에서 한 단계 나아가 자사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SUV의 장점까지 갖춘 차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올해 판매목표는 국내에서 1만대, 오는 3월 제네바모터쇼에 출품해 해외시장에서도 추가로 1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성인 11명이 타면 좁겠지만…넓은 실내 인상적
언론 시승행사가 있던 지난 5일 투리스모를 타고 서울무역전시장을 출발해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강촌리조트까지 약 75km를 달렸다. 시승차에는 각각 소속은 다르지만 30대라는 공통점을 가진 3명의 자동차전문기자들이 탑승했다.
운전석에 오른 박모 기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쌍용차의 NVH는 정말 좋은 것 같다. 주변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코란도C와 코란도스포츠를 타는 오너들도 이 부분을 장점으로 꼽더라.”
그가 말한 NVH는 실내에서 느껴지는 소음과 진동을 뜻한다. 3명의 기자가 교대로 운전을 했던 시승에서 2열 시트에 잠시 앉았던 기자도 디젤엔진 특유의 떨림이나 차량 소음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도심을 빠져나와 가평 휴게소에 이르는 고속화 구간에서도 실내로 유입되는 노면이나 바람소리를 잘 차단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4열 시트까지 탑승 가능한 실내는 밖에서 보기보다 넓고 편했다. 2, 3, 4열을 모두 접을 경우 3240ℓ에 달하는 화물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1열을 포함한 모든 시트는 눕히는 기능이 있어 편하게 누어서도 이동이 가능하다.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던 ‘투리스모(Turismo 이태리어)’의 의미를 생각하며 안락함을 떠올렸다.
11개 시트에 모두 성인이 앉는다면 다소 좁게 여겨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앞좌석 뒤쪽에 접이식 테이블이 눈에 띄는데 간단한 음료와 소형 노트북 정도를 올려놓을 수 있을 크기다. 하지만 불안한 지지대와 바닥이 앞쪽으로 기울어 있어 물건을 올려놓기 어려웠다. 조금 더 신경을 썼더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55마력에 36.7kg.m…계기판 위치는 불편해
가평휴게소에서 운전자를 교대해 스티어링 휠을 잡았다. 운전석에 앉으니 좌석이 다소 높아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스티어링 휠 너머에 있어야 할 계기판이 센터페시아 위쪽으로 있어 어색했다. 대신 계기판이 있어야할 자리에는 작은 디지털 계기판이 속도와 간단한 차량정보를 알려줬다. 주행 중 운전자와 동승자가 함께 센터페시아에 있는 계기판을 들여다봐야할 필요성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7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위치했다.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오디오와 음향을 조절하는 기능이 통합된 방식으로 좌석 위치에 비해 너무 낮게 배치돼 시인성이 떨어졌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e-XDi200 LET(Low-end Torque) 엔진을 탑재해 최대출력 155마력, 최대토크 36.7kg.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수동 6단과 이트로닉(E-Tronic) 벤츠 5단 자동변속기 중 선택 가능하며, 기자가 시승한 차는 5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커브길 안정적이나 가속은 아쉬워
직진구간에서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봤다. 타코메타 바늘이 오른쪽으로 급격히 기우는데 그만큼 민첩하게 가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180km/h까지 꾸준히 속도는 올라갔지만 조금 더뎌 답답했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도 가벼운 느낌이다.
동승한 성모 기자는 “모든 차들을 독일차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최근 많은 국산차들의 고속 안정성이 갈수록 높아지는데 반해, 코란도 투리스모가 패밀리카 개념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스티어링 휠은 불안하다”고 평가했다. 함께 시승한 기자 3명이 같은 생각을 했다.
전날 내린 폭설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도는 제설작업이 끝나 있었다. 오르막과 내리막, 급한 커브를 반복하는 구간에서 신차의 장점으로 내세울만한 전자식 4WD시스템을 시험했다. 2H, 4L, 4H의 버튼이 스티어링 휠 좌측에 위치해 쉽게 조절이 가능했다. 평소에는 후륜구동 방식이고 노면 상황에 따라 구동방식을 바꾸면 된다. 무거운 차체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주행이 안정적이다. 차고가 높아 커브 길에서 쏠림이 심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안정적이고 편안했다.
#카니발·올란도와 충분히 경쟁 가능해
기자는 코란도 투리스모를 실제 운전하기 전까지 몇 가지 편견을 갖고 있었다. 일단 차명에서 다소 이질감이 느껴졌고 이름을 바꿨지만 전작이라 할 수 있는 로디우스를 크게 탈피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등의 생각이다.
실내외를 살펴보고 제원표를 뒤져보면 신차가 로디우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변경된 이름만큼 완전 신차로 생각하기에는 전작의 그늘이 너무 컸다. 하지만 시승이 끝난 뒤 머리에 남은 생각은 국내 미니밴 시장에서 코란도 투리스모는 고유의 장점을 내세워 승부를 해볼만한 차라는 것이다. 카니발과 올란도 사이에서 투리스모 만의 고객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가장 저렴한 LT 모델의 경우 2480만 원에서 시작해 최상급인 RT는 3564만까지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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